윌슨오디오가 유명해진 것은 "와뜨빠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는 와트3와 퍼피(개죠!)2로 이루어진다. 말하자면 와트3에 서브우퍼 퍼피2가 합쳐진 것이다. 물론 둘은 따로 분리된다. 이후 5가 공전에 히트를 기록하면서 윌슨오디오가 널리 알려지게 된다.
나는 처음 5.1부터 와트퍼피를 들었고 당시 그 선명한 음감이 아주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선명한 음감이 마치 아킬레스건과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이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주위에서는 5보다 3/2가 음악성이 더 좋다라는 말도 듣게 되지만 3/2 역시 내 귀에는 그저 선명한 스피커일 뿐이었다.
와트퍼피는 진화를 거듭해 8로 단종이 되고 사샤가 등장하게 된다. 이 역시도 와트퍼피의 아류로만 보인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아는 이가 KEF 105/4를 가지고 있었는데 오래된 것이라 수리점에서 손을 잘 본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케프도 있어 이를 단골 가게에 위탁으로 내놓게 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팔리지가 않아 나와 같이 그 가게로 염탐을 나가게 된다. 한쪽 구석에 잘 모셔져 있었다. 그리고 중앙에는 그 유명한 윌슨의 사샤가 딱 버티고 있었다. 중고가 백만 원대와 신품 수천 만원대 물건의 형극이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사샤 소리에 감탄을 하고 있었다. 나는 별로였지만. 우리는 궁금해서 그러는데, 사샤 말고 케프 105/4를 물려 봅시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사샤는 상대가 되지 않은 엄청난 소리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헐~ 대박 케프 주인은 판매를 철회하고는 당장 105/4를 다시 집으로 들고 갔고 아예 머리 부분 망을 따로 주문 제작하여 지금까지고 잘 쓰고 있다. 아니 쓸 이유가 없지 않은가? 사샤보다 좋은데. 이런 좋은 스피커를 돈 백만 원에 팔려고 했다니.... 이런 일화는 사실이지만 잘 믿기지 않은 이도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정말로 있었던 일이 맞다.
내가 아는 지인은 오디오는 잘 모르지만 자기가 수소문에 나름대로 시스템을 꾸며 놓고 있었다. 처음에 매킨 6500에 기종은 모르지만 B&W를 쓰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인 익사이트를 바꾸었는데 소리가 기가 막히다는 것이다. 내가 들어보니 정말로 소리가 너무 멍청해 나도 기가 막혔다. 그래서 앰프를 아큐 600을 권했고 그렇게 하니 신세계가 조금씩 열리게 된다. 그런데 스피커를 와트퍼피를 고집하며 사겠다는 것이었다. 어디서 윌슨이 좋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결국 중고 6을 들였고 또다시 소리가 기가 막히다고 자화자찬이다. 내가 듣던 옛날의 그 쨍쨍거리는 윌슨 소리가 맞다. 물론 원래 있던 멍청한 다인 소리와는 개안 수술의 수준이었지만 그 산만한 소리는 여전했다. 하지만 주인은 한동안 너무나 만족하여 듣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윌슨 소리가 피곤해 오래 음악을 듣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군!
나는 먼저 결정타를 날리기로 했다. 와트퍼피는 엣지가 나간다, 또 유니트 옆 패드가 삭는다, 또 망도 삭는다.(사실 제품하자로 지금은 삭지 않은 패드가 나온다. 케프는 20년이 지나도 스펀지나 망이 삭지 않는다) 그는 겁이 덜컥 난 모양이다. 스피커 바꾸게 좋은 것으로 추천해 주세요 한다. 내가 케프당 당수이기에 영혼을 울리는 명기 107/2를 추천하였다. 하지만 구닥다리 모양이라 말을 꺼내자마자 퇴자를 맞았고 중고 가격을 얘기하자 그는 기가 막힌 표정이다. 350만 원이요? 나는 107/2로 바꾸면 윌슨을 팔고 돈이 남으니 그것으로 앰프를 더 좋은 것으로 바꾸면 소리는 상상초월 엄청 좋아진다고? 하지만 설득에 실패한다. 돈이 남고 소리가 좋아진다고 하는데도. 오기가 난다. 아예 나는 3천만 원짜리 케프 블레이드를 권한다. 그러자 또 모양으로 뜨집을 잡는다. 우주 괴물 같다나! 사실 나도 블레이드 모양에 적응이 잘 되질 않는다. 그러다가 생각난 것이 현재 판매되고 있는 신형 케프 레퍼런스5를 쓰는 사람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꼬셔 봤다. 혹시 레퍼런스5와 와트퍼피6을 맞바꾸실 생각이 없는지? 그는 앉은뱅이 같이 생긴 윌슨이요? 단박에 거절이다.
다시 생각했다. 그러면 107/2와 블레이드의 중간 성격인 구형 레퍼런스 207/2가 어떨까? 사진으로 207/2 모습을 보여 주니 괜찮다고 한다. 모양은 일단 합격이다. 물건을 수배해 보니 월넛 색깔의 중고가 가게에 좋은 가격에 나와 있었다. 가격은 와트퍼피와 같지만 차액을 물어보니 150 정도를 제시한다. 나는 다시 207/2를 찾아보았다. 몇 달 전 애호가가 내놓은 중고가 아직도 남아 있었다. 그것도 피아노 블랙으로. 이거다 싶어 지방에서 물건을 올리게 된다.
결국 와트퍼피6과 케프 207/2의 짧은 동거가 시작되었다. 물론 상대가 되지 않는다. 둘을 같이 놓으니 앉은뱅이 윌슨이 더 초라해 보이고 소리 역시 얘들과 어른 수준이다. 특히 무대감이 상대가 될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오래 들어도 편한 소리가 나온다. 주인 왈 윌슨은 30분 이상을 듣지 못하는데 케프는 하루 종일 음악을 듣게 만든다고 했다.
케프당수인 나는 임무 완수했군! 하면서 나름 뿌듯했다. 무려 6개월에 걸친 작업이었다. 나중에 그는 또 케프 105/3를 들였다고 했다.
케프 207/2는 사실 107/2의 후속기다. 오래전 처음 207로 출시되었을 때 들어 보았지만 107/2에는 아예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또 소리의 질도 많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이게 나의 오랜 기억이었다. 207은 따로 아큐톤 슈퍼 트위터를 부착하였고 이게 문제가 있었는지 이를 없애고 고음에 슈퍼 트위터를 첨가하여 성능을 더 높인 신형 207/2가 나온다. 아마도 내가 들은 것은 207이어서 인상이 좋지 않았고 207/2도 내 머릿속에는 그저 그런 스피커로 남게 된다. 107과 107/2 경우처럼.
하지만 이번에 들어 보니 내 생각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고역이 207과 같이 멍청한 것이 아니고 나름 섬세하다. 물론 와트퍼피처럼 쭉 뻗어주지는 않지만 달콤한 그러면서도 부드러운 고음이다. 그리고 인상적인 것은 저역이다. 구동하기가 매우 쉽고 풍성하고 웅장한 양감이 아주 넉넉하기만 하다. 특히 무대감이 깊고 넓어 마치 초대형 스피커를 떠올리게 된다. 한마디로 부드럽고 중후한 멋진 신사를 연상케 하는 케프 특유의 음악적인 소리이다.
그리고 이 기종은 바이와이어링이 아닌 트리와이어링이다. 그래서 보복스 보칼리스 스피커 케이블로 트리와이어링을 권했고 그는 스피커 케이블 세 조를 물려 쓰고 있다. 물론 소리는 당연히 좋다. 백만 원대 점퍼를 쓰는 것보다 그 값으로 바이와이어링을 하는 것이 훨씬 낫다. 그도 바이와이어링과 점퍼를 처음에는 썼지만 다시 트리와이어링으로 연결하고는 크게 만족하고 있다.
나는 안티 윌슨이다. 세계 최고가 스피커를 만드는 업체이지만 10억짜리 스피커를 실제로는 6억에 살 수 있다는 풍문을 듣고는 뭐지? 신뢰가 전혀 가질 않는다. 정말 중요한 것을 음악성이다. 와트퍼피5보다 음악성이 더 좋다고 주장하여 3/2를 쓰는 이가 나중에 내게 한 말이 있다. 윌슨을 쓰고는 있지만 실은 음악성이 원래 없어요!
오디오는 구라로 시작해서 구라로 끝나고, 유명세와 실세는 많이 다를 수 있으므로 당황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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