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이야기

변환 케이블(XLR->RCA)

허당수 2020. 3. 23. 11:45

 오디오 기기 단자는 보통 언바란스 RCA가 기본이지만 고급형 기기들은 바란스 단자인 XLR을 채용하고 있다. 이것은 원래 방송용으로 신호선인 + 선과 이와는 위상이 반대인 + 신호를 하나 더 만들어 보내는 방식이다. 원래 +선은 핫(hot)이라 하고 위상이 반대인 +선은 콜드(cold)라고 한다. 이렇게 하면 핫과 콜드의 신호가 일치하는지를 검사하여 서로 다른 것(잡음 등)을 없애 음질의 전송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씨디피는 바란스 출력이 있는데 프리 앰프에 바란스 입력이 없다면 그냥 언바란스(rca)로 연결하게 된다. 하지만 XLR -> RCA 변환을 하여 연결하면 더욱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보통은 변환단자(뉴트릭에서 나온 것도 있고 사제로 만들어 파는 것도 있다. 위 그림과 같이, 또 고가의 제품도 있지만 그럴 바에는 케이블을 따로 만들어 쓰는 편이 낫다)를 쓰기도 하지만 이 단자에서 음질 열화가 생기니 전용 변환 케이블을 만들면 사용하면 더욱 좋다. 시중에는 이런 케이블이 나와 있는 것이 없고 보통은 바란스 케이블을 구입하여 한 쪽을 RCA 단자로 바꾸면 된다. 결선 방법은 바란스 출력 단자의 3번 즉 콜드를 RCA 단자 -에 연결하면 된다. 결국 1번 그라운드와 3번 골드는 RCA 단자의 -에, 2번 핫은 RCA단자 +에 연결하면 된다. 참고로 바란스 출력 단자에서 1번과 3번을 쇼트시키고 전송하는 방법도 있지만 RCA 단자 쪽에서 결선을 통해 쇼트시키는 것은 더 유리하다.

 내가 쓰고 있는 KEF 107/2에는 큐브(KUBE, KEF's User-Variable Bass Equaliser)라는 것이 있다. 프리 앰프와 파워 앰프 사이에 설치하여 소리의 윤곽을 조절해 주는 일종의 이퀄라이져 앰프(Loudspeaker Active Equaliser)이다. 저음과 고음을 따로 조절할 수 있는데 프리 앰프에 있는 저음과 고음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저음과 고음의 윤곽을 조절하여 매우 미세하게 음색을 취향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물론 고음과 저음을 가운데(0, flat)에 놓더라고 소리는 없는 것보다 더욱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이런 큐브는 KEF 스피커 레퍼런스 씨리즈는 107/2, 107, 105/3, 104/2, 103/3, 102에 같이 출시되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이것이 필요 없다고들 말한다. 소리 변화가 없다고. 물론 틀린 말이다. 큐브를 끼웠을 때와 뺐을 때의 소리 차이가 없다고 하는 이는 막귀이거나 소리 변화에 둔한 사람이다.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런 큐브를 쓰려면 인터케이블이 하나 더 필요하게 되는데 오직 RCA 즉 언바란스만 지원한다는 것이다. 프리 앰프에 바란스 출력이 있어도 쓸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바란스 출력의 좋은 음질을 듣기 위해 바란스-언바란스 인터커넥터를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케이블 회사에서는 이런 사양의 케이블은 출시하지 않는다. 바란스 케이블을 사서 한쪽 단자를 RCA로 바꾸는 방법밖에는 없다.

 처음에는 첼로 스트링 1 케이블을 사서 만들어 썼다. 원래 이 케이블이 바란스용이기에 뉴트릭 바란스 단자에 WBT0144 RCA로 만들었다. 두 기기 간의 거리가 가까워 70cm로 제작했다.

 

 

 

 다음에는 보복스 소노루스 바란스 케이블로 만들었다. 바란스 단자는 뉴트릭 하우징에 네오텍의 OCC 단결정 단자핀을 이식하였고 RCA 단자는 KLE의 최상급 Absolute Harmony(파란색 로고)를 사용하였다. 첼로보다 고역이 좋고 대역폭도 넓은 상급의 소리를 들려주었다. 길이는 넉넉하게 150cm.

 

 

 

 그러다가 더 욕심이 생겨 보복스의 텍스투라를 쓰기로 한다. 텍스투라의 바란스 단자는 호주제 암페놀인데 소리는 뉴트릭과 비슷한 수준의. 개조는 소노루스와 같은 단자를 쓰기로 해서 소노루스 것을 잘 떼어내어 텍스투라에 이식하면 된다. 남는 소노루스 선재는 네오텍핀+뉴트릭 바란스 단자를 사용하여 바란스용으로 다시 만들었다.

 오야이데 4% 은납을 사용하여 힘들게 작업을 마치고 나서 설레는 마음으로 텍스투라를 들어보니 소리가 그냥 그랬다?? 하지만 에이징을 거치자 엄청난 소리가 엄습한다. 고역의 완전히 터져버린 느낌 그리고 뒤로 깊게 밀리는 저역 한마디로 놀라움이었다. 처음에는 너무 소리가 튀어나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적응이 되어 마치 음량이 커진 엄청 웅장한 규모의 소리를 들려준다. 물론 음량은 동일하지만 귀로는 커진 듯이 들린다. 마치 고성능 현미경을 통해 음을 들려다 보는 듯한. 이렇게 해서 나만의 최고의 바란스-언바란스 변환 케이블이 탄생하였고 그 소리의 질은 실로 놀랍다. 어차피 케프 107/2를 바꾸는 일은 없기에 이 변환 케이블은 계속 쓸 것이다. 소리도 매우 만족스럽기에.

 

원래 텍스투라 바란스 케이블
개조한 텍스투라 케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