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쯤이었을 것이다. 보복스 본사 홈페이지를 보니 창립 15주년 할인 판매를 하고 있었다. 물론 스위스 본사에서의 판매라서 국내 재고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오히려 국내 재고 가격은 가게에서 더 높게 부르고 있었다. 어차피 본사에 주문해도 국내 수입상을 통해 사라고 하니 살 방법은 없었다. 그래도 할인은 하고 있었다. 할인이 끝나고 우연히 들른 오디오 점방에 물어보니 보복스가 하이파이에서 손을 뗀다고 한다. 어? 정말. 나는 서운한 마음에 보복스 사장 보그트에게 편지를 썼다. 어찌 된 영문인지를? 그는 제품군을 완전히 바꾼다고 한다. 하이파이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11월이 되자 본사 홈페이지에 제품군이 정리된 것이 나오게 된다. 프로용과 오디오용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링크(Link)-소노루스(Sonorus)-엑셀수스(Excelsus)로 단순화시킨 것이다. 물론 보복스 특유의 direct(쉴드 없음)와 protect(쉴드 있음)는 여전히 구별된다. 정리를 하자면 예전의 링크-소노루스(프로), 이니티오-보칼리스-텍스투라-포르티스(하이파이)가 링크-소노루스-엑셀수스 세 가지로 통합 정리된 것이다. 더불어 국내 수입상도 바뀌게 되는데 예전처럼 프로용과 오디오용을 따로 두지 않고 한 곳에서 하게 된다. 기어라운지라는 곳인데 프로용을 주로 취급하는 곳이다. 그런데 기어라운지에서는 파워케이블은 전품목을 취급하지만 나머지는 링크, 소노루스만을 취급한다. 스피커케이블은 수입하지 않는다. 아마 주문 판매를 하는 듯하다.
https://www.gearlounge.com/shop/
나는 새로 나온 엑셀수스의 소리가 궁금했다. 어느 정도 급인지가. 보복스 사장에게 문의를 했다. 엑셀수스는 텍스투라 위급으로 예전의 포르티스에 버금간다고 한다. 포르티스는 바란스 인터케이블의 경우 250만 원대였고 텍스투라는 100만 원대 정도였다. 엑셀수스 가격이 궁금했다. 현지 가격을 보니 관세를 빼면 55만 원 정도로 오히려 텍스투라보다 쌌다. 위급이라고 하는데 가격이 싸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여튼 싸고 등급이 높다고 하니 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국내 수입상에는 재고가 없어 영국의 한 사이트를 통해 주문을 했다. 하지만 영국 사이트에서도 주문 생산 방식이라 한 달이나 걸린다고 한다. 결국 한 달 정도 걸려 관세를 물고 물건을 받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하도 물건이 오지 않아 배송 추적을 시작했는데 영국에서 독일로 다시 중국으로 그리고 인천으로 왔다. 스위스에서 시작하여 지구 반 바뀌를 돈 셈이다. 하여튼 모두 70만 원 정도 들었던 것 같다. 그놈에 관세가 문제인데 원칙은 150달라 이상은 관세가 붙지만 운이 좋으면 400달러도 무사통과다. 지난번 내가 450달러 텍스투라 파워케이블을 관세 없이 받은 경우가 있었다. 말하자면 엿장수 마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마치 관세가 운에 따라 부가되는 심하게 표현해 산적과 같은 느낌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포장을 풀어본다. 상자가 없다. 예전에는 네모난 종이 상자 포장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없다. 달랑 천으로 된 포장이 다다. 뭐가 섭섭한 느낌이 엄습한다. 그리고 인터케이블인데 정말 뻣뻣하다. 구부리면 그대로 모양이 되는 정도라 선을 낄 수는 있지만 불편함이 있다. 그리고 단자는 뉴트릭이다. 원래 쓰던 부드러운 천 마감의 텍스투라를 빼고 뻣뻣한 엑셀수스는 힘들게 끼워 본다. 소리가 낯설다 그리고 고음이 탁하다. 지구를 반 바퀴나 돌았으니 아직 안정화 상태가 아니라서 시간이 걸리겠군 했다. 반나절이 지나자 음이 가라앉는다. 탁한 것도 없어진다. 하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어두고 무거운 그런 것이었다. 선뜻 판단이 서질 않는다. 아무래도 에이징을 거쳐야 정확한 판단이 설듯 싶었다.
일주일이 지났다. 급한 마음에 보복스 사장에게 시청 소감을 전했다. 그는 나를 최초의 사용자라 하면서 어둡고 무거운 느낌보다는 풍부한 느낌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전적을 동감하지 않았지만 뭐가 조짐은 좋았다. 그런데 마침 그때 텍스투라 포르티스가 중고가 100만 원 조금 안 되는 가격에 나온 것이다. 나는 갈등하기 시작했다. 포르티스는 250만 원짜리라 엑셀수스보다 더 좋지 않을까? 나무 상자와 후루텍 카본 단자 그리고 신품가 대비 반도 안 되는 중고 가격이라 정말 강력한 유혹이었다. 몇 번의 문자를 주인과 주고받았고 물건이 있는 송도로 직접 갈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나는 꾹 참았다. 그리고 보복스 사장에게 물었다. 엑셀수스와 포르티스가 같은 급인지를? 그는 애매하고 짧게 답을 준다. "거의 같지만 완전히 같지 않다." 그는 늘 말이 짧다. 고민할 것 없이 두 케이블을 일대일로 비교하면 답을 바로 나오는데 하면서 시간은 계속 흘렀다.
4주가 지난 어느 날 갑자기 오디오 소리가 좋아진 느낌이 확 온다. 아마도 파워텍에서 FP-S55N ncf 파워케이블과 솔리톤 은단결정 하데스 인터케이블(XLR)이 왔던 때다. 사람의 귀가 간사해서일까? 100만 원을 훌쩍 넘는 하데스와 비교하니 엑셀수스의 탁월함이 단연 빛났던 것이다. 은단결정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하데스는 솔리톤의 파생 상품에 불과했다. 결국 포르티스의 유혹에서 벗어나 엑셀수스로 안착하게 된다. 아니 정말로 소리가 좋았다. 묵직하고 큰 무대감과 깊은 저역 그리고 무엇보다 매우 품위가 있는 소리였던 것이다.
한편 파워케이블은 텍스투라(파워케이블은 포르티스가 없음)가 매칭에 따라 미흡한 점이 있어 엑셀수스로 바꿀 생각을 하였지만 최근 화제가 된 후루텍 FP-S55N가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파워텍에서 대여하여 들어 보니 고역이 탁해 섬세함이 떨어지고 음장이 과장된 소리였다. 기대이하였다. 또한 원래 쓰던 DH Labs RED WAVE보다 못해 미련을 버리고 국내 기어라운지에 재고가 있는 엑셀수스 파워케이블은 구입하게 된다. 가격은 후루텍의 반 가격밖에 되지 않는다.
하루만에 배송된 케이블을 흥분된 마음으로 포장을 뜯어본다. 역시 천으로 된 보자기가 전부다. 하여튼 RED WAVE를 빼고 엑셀수스는 끼워보니 이야~! 마음이 확 트인다. 두말할 필요도 없는 좋은 소리다. 에이징도 필요 없을 정도였다. 즉각적으로 좋아졌다. 아마 엑셀수스 파워케이블도 내가 국내 첫 사용자일 것이다. 왜냐? 아무도 존재를 모르니까! 이에 나는 보복스 사장에게 엑셀수스에 대해 거의 거품을 문 찬사를 보내게 된다. 그의 답은 간단했다. "행복하고 감사하다."
이렇게 하여 나는 보복스 엑셀수스의 옹호자가 된다. 그러면 도대채 보복스 소리는 어떠한가? 보통 케이블을 말할 때 특성을 얘기한다. 해상력과 저역이 어떻고 등등. 하지만 엑셀수스는 특성이 없다.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다. 그저 이런 말만 하고 싶다. 음악적이고 소리가 좋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자, 이제 제품군을 정리해야 한다. 도대체 엑셀수스의 정체는 무엇일까? 또 포르티스와의 관계는? 여기서부터는 나의 개인적 추측이 들어갔음을 미리 밝혀 두고자 한다. 물론 아닐 수도 또 그럴 수도 있다.
보복스는 스위스 케이블이라는 짝퉁 출현에 무척 황당하고 화가 났을 것이다. 더욱이 가격도 더 높아서 마치 보복스가 스위스 케이블 아래급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이에 "텍스투라-포르티스"를 출시하게 되었고 상자는 종이에서 나무로 그리고 단자는 암페놀에서 후루텍 카본으로 바뀌게 된다. 물론 가격도 팍~ 올리고. 특히 스피커 케이블은 갈고리형 단자를 고안했는데 무거운 케이블 무게의 중력을 이용한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아마도 재질은 단결정 소재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제품군을 정리하고 엑셀수스로 구조 조정을 단행하였던 것이다. 품질은 올리고 가격은 1/4로 내리고. 내가 이를 실제로 체험했던 것이고. 말하자면 보복스는 단순 장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뭔가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보그트 사장이 재료 공학에 능통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즉 소리를 어떻게 만들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오디오에는 싸고도 좋은 제품은 없다라고 하지만 여기 그 예외가 있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보그트 사장은 알고 있을 것이다. 엑셀수스 정말 훌륭한 케이블이다.
- 2.고귀한, 고상한, 고결한, 숭고한, 위대한.
- 3.장관 기타 고위 인사에게 불이는 존칭 형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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