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이야기

듀얼런트 파워 케이블(유명 전원 단자의 비교)

허당수 2020. 9. 16. 21:08

 일전에 웨스턴 복각 선재인 덴마크제 듀얼런트(Duelund) 케이블(DCA20GA, DCA16GA, DCA12GA 숫자가 낮을수록 굵어짐)을 소개한 바 있었다. 당시 인터케이블(DCA20GA)로서는 꽤나 좋은 성능을 보여 준다고 하였지만 파워 케이블(DCA16GA)로서는 아쉬움을 남긴다고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 극적 반전을 보여 준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이 선재가 AWG16(13A)의 두께라서 파워케이블로서도 크게 부족함이 없었다. 물론 크렐처럼 대용량 파워나 멀티탭에는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참고로 DCA12GA 정도면 가능할 것이다) 이런 선재의 특징은 단선 세 가닥을 꼬아서 만든 것이라 전원 단자와 조립이 쉽다는 것이다. 두께가 얇으니 구렁이급의 선재처럼 심선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단자 구멍 쑤셔 넣은 일이 없어 정말 홀가분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스위스제 슐터(Schurter 4781) IEC 단자와 천대받으며 굴러다니는 국산 장안 플러그를 썼다. 물론 진흥, 현대, 위너스도 있지만 도토리 키재기 수준. 그러다가 독일제 메네키스(Mennekes 10754)로 바꾼다.

 이런 슐터(Schurter 8943W)와 메네키스의 조합은 파워케이블이 처음 출시되던 초기 XLO Reference Type 2 10a(중국 짝퉁의 효시가 된 유명한 제품으로 지금까지 사용 중)에 채용되었던 것인데 당시 오디오용 단자가 없어 이들 조합이 큰 호평을 받았다. 또한 당시 독일제 바흐만(BACHMANN) IEC이나 코프(KOOP)도 이용했지만 음질이 거칠었고, 가벼운 소리인 미제 마린코(IEC)나 PEC(오스트리아) 플러그도 평범했다. 마린코는 와트게이트 320과 동일한 제품으로 음질이 평탄하지만 오히려 슐터보다 탁한 소리를 들려준다. 그리고는 오야이데, 후루텍 등 오디오용 단자가 출시되면서 이들은 서서히 외면당하기 시작한다.

 

XLO FEFERENCE 2 Type 10A

 

 다시 나는 이 듀얼런트를 살리기 위해 오야이데, 후루텍 그리고 네오텍까지 투입하기에 이른다. 덕분에 이들 단자의 특성을 완전히 파악하게 된다. 먼저 오야이데는 완전 탈락이다.

 오야이데의 단자 재질은 순동이 아닌 인청동(황동보다 전도율이 떨어진다)이다. 여기에다 여러 가지 도금을 입혀 제품군을 이룬다. 가장 낮은 등급인 황동+무도금 029(구리 원소기호), 인청동+로듐 도금 037, 인청동+금 도금 079, 인청동에 금+팔라듐 도금 046, 베릴륨 동합금+백금 팔라듐 도금 004 그리고 최상급인 F1, M1은 004와 동일한 재질에 케이스만 알루미늄이다. 고순도 동은 없는 셈이다. 도금만 덕지덕지... 음질이 좋을 리 없다. 하지만 도금에 따라 음색의 특징이 생겨나서 이것이 사람들의 구미를 만족시킨다. 특히 팔라듐인 046의 인기가 높은데 나도 썼던 단자다. 하지만 F1까지도 써 보았지만 주파수 대역이 좁고 해상력이 떨어지는 것에는 손을 놓게 된다. 묘한 음색만 있을 뿐이다. 

 다음은 후루텍, 역시도 재질은 순동이 다다. 여기에 료듐이나 금 도금을 할 뿐이다. 말하자면 재질에서는 내세울 것이 없고 이들은 통 즉 외부 케이스의 진동에 기술이 들어가 있다. 물론 접지 기술도 있다. 이들의 재질은 플라스틱으로 시작하여 스테인레스를 거쳐 카본, 은, ncf에 이른다. 특히 Fl-50 Ncf라는  팔십만 원에 달하는 초고가 단자가 탄생한다. 말하자면 후루텍은 숫자가 증가하면서 만족한 만한 음질을 제공한다. 단지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보통  Fl-38+28 로듐을 추천하는데 후루텍 특유의 고급스러운 두툼함이 있는데 고음은 부드럽지만 저음이 네오텍만큼 깊지는 않다. 적어도 Fl-50은 되어야 저음이 깊어진다.

 

후루텍 Fl-38

 

 다음은 대만제 네오텍이다. 이들은 재질이 무산소동(OFC)와 단결정(OCC) 동이다. 말하자면 소재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문제는 볼품없는 외부 케이스(신형은 카본링 부착)이다. 더군다나 220V 플러그(schuko) 접지 단자 연결 방법이 아주 불편하여 세심한 기술을 요한다. 이런 네오텍은 보복스나 와이어월드 최상급 케이블에 채용되면서 그 가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오야이데, 후루텍과 비교 시청 결과 나는 네오텍 OCC를 최고로 뽑고 싶다. OFC는 가성비와 해상력이 좋고 OCC는 고역이 더 나오고 음색이 고급스럽다. 또한 OCC는 금도금과 로듐이 있으나 음질면에서는 로듐이 금도금보다 해상력이 더 좋다. 네오텍은 특히 재질(고순도 동을 단결정 가공한)에서 오는 해상력과 단결정의 고급스런 고역이 일품이며 개방감도 아주 좋다. 다만 질감이 덜할 뿐이다. 결국 가성비까지 좋은 네오텍 OCC(로듐)가 가장 좋은 단자란 것이 나의 견해다. 이런 단결정 제조 방식은 이미 실텍과 보복스 선재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최고 기술로 단자 재질로서는 네오텍이 최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와트게이트 단자이다. 재질은 모든 기종이 황동이며 여기에 금, 은, 로듐을 도금한다. 꽤 여러 종이 나오고 있는데 최상급인 390AU(은)를 들어 보았다. 굉장히 선이 굵고 대역폭이 넓은 소리이지만 너무 우악스러운 음색이 아쉬운 것이었다.

 

왼쪽부터 슐터, 오야이데, 후루텍, 네오텍
네오텍 OCC 로듐
마린코 IEC
와트게이트 390AU eve

 

 

 이렇게 전원 단자에 대한 파악을 마무리하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다시 슐터+메네키스 조합의 듀얼런트를 생각했다. 먼저 슐터를 떠올린다. 나는 여러 개의 슐터를 가지고 있다. 쓰다가 좋은 것으로 바꾸고 남은 것들이다. 근데 이게 꼴에 스위스제다. 그래서 황동으로 된 단자의 음질이 생각 외로 좋은 편이다. 어떤 면에서는 오야이데보다 대역폭과 다이내믹이 좋다. 다만 음색은 떨어진다. 나는 가지고 있는 다섯 개 정도의 슐터를 차례로 비교 시청을 해 본다. 같은 소리지만 미세하게 차이가 난다. 나는 가장 좋은 것을 물렸다. 그러다가 모업체에서 극저온 처리한 것을 생각한다. 하지만 소리가 너무 경질이다. 그래서 단자는 놓아두고 케이스만을 이식하니 딱 듣기 좋았다. 말하자면 초기 스위스제 단자에 극저온 처리 케이스와의 절묘한 조합니다. 여기에다가 심선에 납을 묻히지 않고 그냥 나선 상태로 연결한다. 오히려 이런 싸구려 단자들에게는 이런 연결 방법이 오히려 최상이다. 특히 슬리브나 단자를 끼워서 연결하는 것은 결사반대이다. 작업은 편리하지만 절대로 음질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편 메네키스 플러그는 아마도 황동에 크롬 도금으로 여겨지는데 기본기가 아주 충실하여 대역폭이 오히려 네오텍을 능가하는 놀라운 것이다. 케이스에 망치 그림은 산업용에서 강도를 표시하는데 독일제다운 견고함이 좋다. 또한 모업체에서 극저온 처리를 한 것이 있는데 고음이 더 선명해서 이게 소리가 더 좋다. 

 이렇게 잘 만들어 소리를 들어본다. 한마디로 놀라움이다. 이렇게 변할 수 있을까? 나는 그간 여러 파워케이블을 거쳐 현재는 보복스 엑셀수스를 최고로 치고 있다. 물론 백만 원을 넘어가는 것은 제외하고. 일전에 후루텍 S55N+Ncf를 가볍게 누른 보복스임을 먼저 밝혀 둔다.

 

 

  이런 보복스와 맞장을 뜨는 수준이고 마누라는 오히려 듀얼런트가 좋다고 한다. 왜냐? 광대역과 거침없이 쏟아지는 시원스러운 소리가 압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석도금의 묘한 음색까지 더한다. 마치 이것이 웨스턴 사운드인가 할 정도다. 단자는 네오텍, 오야이데, 후루텍보다 슐터+메네키스가 오히려 좋다. 아마도 웨스턴 스타일과 같은 구식 방식과 싸구려 단자가 묘한 매칭을 이루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네오텍을 낀 것이 좋아야 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나 음질이 츠나미급이냐고 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결론이다. 듀얼런트 선재 6미터를 구입하여 2미터씩 세 가닥으로 꼬면 약 1.8미터가 나온다. 선재 피복을 벗기는 것도 세 가닥이 독립되어 너무 쉽다. 피복을 벗겨 나선 상태로 메네키스와 슐터에 잘 조여서 연결한다. 아마 가장 만들기 쉬운 파워 케이블이 된다. 하지만 소리는 백만 원대??? 음질 성향은 밝은 편이고 광대역의 폭과 깊이 그리고 묘한 질감이 감미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