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고에츠 로즈우드 롱바디를 3백에 구입했다. 아버지 스가노 옹이 만들었다고 하는 아주 오래된 물건이다. 구입 시 바늘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부족했기에 사진으로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다. 당연히 정상인 제품으로 알고 비싼 금액이지만 고민 끝에 구입했다. 생각해 보면 스가노 옹이라는 사람에 대한 신뢰로 구입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런데 최근 고에츠 수입상인 아날로그 사운드에서 점검 결과 리팁 즉 수리된 물건임이 밝혀졌다. 원래의 보론 캔틸레버가 두랄미늄으로 바뀌고 팁도 일반적인 방식으로 작업되었다고 한다. 원래는 ㄷ자 홈에 플레임으로 작업된다. 또한 이어 붙인 탓에 길이가 짧아졌고 그래서 판에 닿을 듯 내려앉아 있다. 처음에는 댐퍼 문제인 줄로만 알았다.
부랴부랴 전 판매자에게 전화를 하니 자신도 몰랐다고 사과를 한다. 반품은 하지 않았다. 조사를 해 보니 두 명의 판매자가 더 나온다. 부산 대*** 점검 결과 상태 최상이란 글도 보인다. 워낙 귀한 물건이라 모양(목재 무늬 등)으로 구별이 된다. 상자도 틈이 있어 확실히 구별이 되는데 일련번호는 일부러 지운 흔적이 있었다. 물론 수리한 것을 밝히고 가격을 내려 파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세상이 다 그렇지만은 않으니...
누군가는 새 제품을 구입했을 것이고 누군가에 의해 바늘이 부러지는 사고가 났던 것이다. 그런데 본사의 수리비가 비싸자 그냥 국내에서 편법을 싸게 수리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중고로 팔 때 이런 사실을 숨기고 정상 가격에 팔았고 물건이 계속적으로 거래가 되었던 것이다. 일명 폭탄 돌리기! 물론 누군가는 수리된 물건임을 알았지만 그도 손해 보기가 싫어 또 정상가격 계속 거래가 이루어졌던 것이고 그것을 내 손에서 멈추게 된 것이다. 폭탄 해체! 돈 몇 푼에 양심을 버리기는 싫다! 한마디로 비싼 폭탄이다. 소위 오디오 애호가 장터에서 말하는. 처음에는 황당하고 화가 났지만 그냥 감수하기로 했다. 왜냐고? 스가노 옹에 대한 애착 때문이다. 그가 만든 단순한 물건이 아닌 작품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에츠 사는 아들도 죽어 사업이 잠시 중단되었지만 다시 사업이 재개되면 고에츠 측에 보내 완전히 수리할 예정이다. 수입상 얘기로는 2백 정도 비용이 든다고 한다. 그래도 스가노 옹의 소중한 작품이라 평생 소장할 생각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처음에 모르고 들었는 때는 소리가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리팁 되었다고 하니 소리가 안 좋게 들린다. 나도 속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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