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이야기

가라드 301 영입기 및 정비

허당수 2024. 10. 5. 16:49

 

 

 가라드 401을 잘 쓰고 있었지만 301에 대한 궁금증에 못 이겨 301을 영입하게 된다. 301은 모두 50년 이상된 제품이라 당연히 정비할 각오로 물건을 찾았다. 그래서 가장 저렴한 것을 고르게 된다. 가격은 401보다 인기가 많아 백만 원 정도 비싸다. 물론 구리스 방식의 함머톤이 좋기는 하지만 가격이 더 올라간다. 가장 이쁜 조합인 아이보리색(상아색)에 스위치는 검정 그리고 오일 방식을 구한다. 아이보리에 은색 스위치는 뭔가 어색하다. 플래터는 민자무늬가 선호되는데 나는 속도 확인을 위해 스트로보스코프가 좋다. 고른 물건은 뉴질랜드에서 가져왔다는 것인데 전 사용자가 본체를 재도색하였고 플래터도 검은색으로 도색한 것이다. 물건을 보니 다소 낡았지만 속도가 정상이라 판매자가 만든 플린스와 같이 가지고 오게 된다. 다만 모터 이동 클램프가 없었지만 사용 시 필요가 없어 넘어갔고 대신에 오리지널 고무 매트와 50Hz 풀리가 있었다.

모터 이동 클램프(없어도 상관없다)

 

 집에서 리드콘솔 401 플린스에 맞지 않지만 임시로 올려놓고 소리를 들어본다. 401보다 진한 소리가 난다. 다만 해상도는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판매자는 401은 못쓴다고 폄하했지만 내 귀에는 401이 더 낫게 들린다. 소리는 더 좋은데 값은 싸다. 그런데 인기는 없다 모양 때문이라고 한다. 301이 더 고풍스럽기는 하다. 해외에서도 401이 더 완성도 높은 소리라고 하는데 가격이 저렴하니 가라드를 듣기 원하면 401을 추천한다. 고에츠의 스가노 옹이 검청에 사용했던 것도 401이다.

 

리드콘솔에 임시 설치한 301

 

 기기를 자세히 보니 안쪽 부품들의 녹이 심했고 속도 선택 레버가 움직이질 않는다. 그리고 속도 조절 레버 암의 스프링 하나가 없다. 물론 작동은 된다. 플래터는 도색 탓에 스트로보스코프가 보이질 않는다. 생각보다 상태가 그리 좋지는 못했다. 401 정비했던 곳으로 또 정비를 보내게 된다.

 

오토폰 309 복각 톤암

 

 가라드의 가장 이상적인 조합은 301+오토폰 309 톤암에 SPU이다. 그런데 RMG 309 가격이 초기형은 8백이고 후기형도 2백 정도가 된다. 그래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복각을 선택하게 된다. 복각도 세 가지다. 유재곤, 진선, 아르페지오네(강서전자). 아르페지오네가 가장 좋아 보이는데 인터넷에서 리프트 포함 125만 원이다. 이것도 비싸 보여 중고를 찾아본다. 용산에 가니 물건이 있다. 무슨 제품이냐고 물으니 성남의 장인이 만들었다고 하며 가격은 150을 부른다. 장인 누구? 모른다. 나는 그랬다. 인터넷에서 아르페지오네 신품이 125만 원이다 주인은 답이 없다. 알던 가게이지만 나를 바보로 취급한다. 그냥 나와 버렸다. 그리고 다른 단골가게에 가니 신품을 55만 원에 주겠다고 한다. 오래된 구형이다. 주인은 오리지널 못지않다고 한다. 물론 구라겠지만. 중고가라 그냥 믿고 구입한다. 구입 후 내부 선재를 교체할 생각에서다. 401을 정비한 곳에서 선재를 교체하면 초기형 오리지널보다 소리가 좋다고 한다. 역시 구라겠지만. 그냥 믿어 본다. 가격이 싸니.

 그래서 301 본체, 복각 309 톤암 아르페지오네를 정비하는 곳에 맡기게 된다. 톤암 설치와 내부 선재 교체 그리고 더불어 황동 받침대 설치, 톤암 케이블 연결은 DIN 그리고 접지선 연결을 요청했다. 그리고 속도 선택 레버가 움직이지 않고 속도 조절용 암 스프링이 하나 없다는 것을 알려줬다. 주인은 암의 리프트 고정 나사가 하나라 구멍을 뚫어 두 개로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처분한 네오텍 단결정 순은 포노 케이블
본체 고정용 일자 볼트(국내에는 없어 영국에서 구입), 일부러 고정하지 않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정비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 중간에 기다림에 지쳐 미리 톤암 케이블을 구입한다. 물론 딸려 온 벨덴 케이블이 있지만 네오텍 순은단결정 DIN 단자로. 결국 한 달이 더 지나 정비가 다 되었지만, 딘단자를 빼버리고 RCA 단자를 만들어 버렸다. 어? 딘케이블을 구입했는데 황당! 황동 받침대도 없다. 대신 스트로보스코프 플래터를 구했다고 내게 권한다. 스트로보스코프 복구를 고민하던 차라 플래터를 구입했다. 결국 총수리비는 백만 원 넘게 나왔다.

 집에서 자세히 보니 먼저 톤암의 아지무스가 틀어져 있다. 그리고 접지는 없고 속도 선택 레버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화가 나서 직접 본체를 열어 본다. 속도 선택 레버는 녹으로 고착되어 WD 40를 뿌려 해결하였다. 접지선이 연결이 없어 연결하려고 보니 모터 본체를 분리해야 된다. 그래서 에디 브레이크 디스크를 분리한다. 그런데 나사 하나가 뭉개진다. 분리 불가. 그래서 전원연결 고정 볼트에 임시로 접지선을 연결한다. 그런데 소리를 들어보니 그르렁 소리가 난다. 살펴보니 브레이크 디스크가 떤다. 아마도 무리하게 나사를 풀려고 힘을 주어 휘어 버린 것이다. 대형 사고다. 그냥 빼 버리기도 한다. 속도 조절은 주파수 변환기에서 하기로 하고. 소리는 더 좋아진다.(나중에 디스크를 다시 넣으니 소리가 다소 둔해진다) 그런데 며칠 후 시작 속도가 느려진다. 그래서 아지무스도 잡을 겸  기기를 들고 수리점에 간다. 속도는 정상(?)이라고 했고 암을 조절하는데 주인장의 손이 떨린다. 아 그렇군. 그래서 단자 납땜이 거칠었던 것이다. 신뢰가 떨어진다. 결국 기기를 가지고 와 내가 직접 손을 보기로 한다. 당시 이런 상황은 정비하는 곳의 사장님이 몸이 좋지 않았던 것이었고 결국 몇 달 뒤 급서하게 된다.

 

알루미늄 원판이 브레이크 디스크
브레이크 디스크를 제거한 상태(자석은 음질에 좋아 남겨 두었다)
영국 클래식턴테이블사에서 만든 브레이크 디스크

 

 모터를 분해하여 청소하고 기름을 다시 바랐다. 여전히 시작 속도가 느리다. 며칠간 원일을 찾다 문제는 아이들러임을 밝혀낸다. 정비하는 곳에서 오리지널 아이들러를 깎아서 복원했는데 소리는 좋지만 지름이 작아져 시작 속도가 느리게 된 것이다. 나는 일본 무라카미 아이들러를 구입하여 교체하였다. 시작 속도가 거의 1초 수준이다. 오디오사이런트 것도 선명한 소리이지만 원래 고무 재질의 무라카미 것이 더 진득한 소리라 만족스럽다. 나중에 다시 오리지널 복원 아이들러를 사용하게 되는데 소리가 깊고 진하다. 다만 시작 속도가 늦은 것이 흠이다. 그리고 스핀들 베어링은 오리지널 소결인데 상태가 좋아 그냥 쓰기로 했고 소리도 만족스럽니다.

 

모터 분해
일제 무라카미 아이들러
장착한 무라카미 아이들러
오디오사이런트 이이들러(좌), 오리지널 아이들러(우)

 

 복각 톤암은 정비하는 곳에서 조정을 했지만 아지무즈가 미세하게 틀어져 있다. 제조 결함이다. 결국 받침대의 높이를 조절하여 겨우 맞추었다. 그리고 톤암을 고정하는 지지대 나사가 하나임을 알게 된다. 리프트도 고정 나가가 하나여서 구멍을 뚫어 두 개로 만들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하지만 작업은 하지 않은 것이다. 나는 톤암 제조자인 강서전자에 의뢰하여 구멍을 뚫어 나사 두 개로 고정하니 흔들림이 없다. 역시 제품 하자다. 그런데 톤암 분해하다 보니 고정하는 나사 하나가 없다. 따로 구입하여 고정했다. 아마도 톤암 케이블 교체하면서 빼먹은 것 같다. 또한 리프트의 톤암을 받치는 고무를 고정이 시원치 않아 양면 테이프로 붙였고 리프트 속도도 빨라 디프오일을 발라 주었다. 그리고 조작 레버도 헐렁하여 테이프로 고정시켰다. 

 

 

 한편 톤암 케이블 교체한 것을 보니 쉴드를 위한 선의 꼬임이 엉성하다. 그래서 모두 풀어 다시 잘 꼬아준다. 험이 줄어든다. 그리고 RCA 단자를 호주제 KLE로 교체한다. 납은 오야이데 4.7% 은납을 사용하였다. 소리가 엄청 좋아지는데 두툼하고 청명하다.

 딘단자와 RCA 별도 단자의 차이는 접점 수가 같아 소리 차이는 없을 것으로 생각되며 RCA 단자를 설치하면 케이블 선택 폭이 넓어진다. 포노 전용 케이블 더 좋다고 하면서 아날로그 전문점에서 권하는 포노 케이블도 있지만, 나는 그냥 듀얼런트 웨스턴 복각선으로 자작한 것을 쓰고 있다. 쉴드가 없어 험이 조금 있으나 소리가 워낙 좋아 그냥 쓰기로 한다.

 

자작 듀얼런트 포노용 케이블
원래 내부선 상태
다사 꼬아준 내부선
KLE 단자로 교체
등급이 클래식, 쿠퍼, 퍼팩트 중 가장 아래의 클래식 단자

 

 이제는 접지 연결이다. 인치 공구를 구입하여 모터를 분해하여 접지를 해 준다. 그런데 와셔가 끼워져 있어 사용 설명서를 보니 필요가 없는 것이라 제거한다. 그리고 모터를 지지하는 스냅링 하나가 빠져 있어 이것도 구입하여 끼우게 된다. 모터 본체 접지와 턴테이블 전체 접지를 연결 하니 소리가 엄청 좋아진다. 맑고 풍부하게. 그런데 중고 제품들은 접지가 없는 것이 많다. 반드시 접지를 권한다.

전원 뚜껑에 연결해도 접지가 된다. 전원선은 벨덴 19364
모터 본체에 연결된 접지(빨강) 그리고 몸체 전체 접지(녹색)
교체한 순은 단결정 점퍼핀, 빨간 스티커쪽이 라이브 극성이다.

 

 그리고 도색된 플래터는 사포를 이용해 검정 칠을 벗겨냈고 간격이 넓은 78회전 눈금은 밀칼 등으로 잘 벼겨내는 데 성공했다. 결국 플래터가 두 개가 있는 셈이다. 가라드는 아이들러 방식이라 속도가 일정하지만 확인을 해야 한다. 확인을 위해서는 스트로보스코프가 필요한데 그래서 가라드에서는 함머톤에도 스트로보스코프 플래터를 제공한다. 그러나 문제는 볼 수 있는 불빛 즉 등(램프)이 없다. 그래서 401에 와서야 램프를 설치하게 된다. 플래터도 50Hz, 60Hz가 따로 있고 불빛도 50Hz, 60Hz가 따로 있어 이를 맞추어야 한다. 301용 제품으로 영국에서 나오는 것도 있지만 나는 그냥 중국제 손전등을 사용하고 있다. 브레이크 디스크가 없고 그래서 주파수 변환기(50Hz)로 속도를 맞추고 그것을 손전등으로 확인한다.

전 사용자가 도색
사포로 벗겨낸 플래터
속도 확인 손전등
영국에서 만든 램프(가격이 25만 원)
음질 향상을 위한 비법

 

 플린스는 판매자가 직접 만든 자작 나무인데 나름대로 멋이 있다. 아주 멋진 모양의 헝가리(다스 어쿠스틱)에서 만든 비싼(150만 원) 플린스도 있지만 소리를 알 수 없어 포기한다. 그리고 발은 판매가가 붙인 나사발인데 여기에 바이브라포드를 받치고 밑에 기름 방지용으로 가죽을 받쳤다. 이소 어쿠스틱스 가이아 제품을 받쳐보기도 했지만 소리가 너무 경질이라 빼버렸다. 가격도 비싸 실망한 제품이다.

DAS acoustic
플린스(Plinth, 주추대)
자작 나무 플린스에 받친 바이브라포드
가이아 발은 소리가 경질이라 추천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음질 향상을 위한 비법이 있다. 복각 톤암을 보면 사진과 같이 암대를 고정하는 양쪽에 일자 나사(가운데 은색)가 있다. 외부에는 나사 풀림방지 너트가 따로 있는. 먼저 풀림방지 너트를 플라이어 등으로 잘 풀어놓고 가운데 일자 나사를 풀거나 조여 본다. 너무 강하지도 느슨하지도 않게. 아니면 강도를 달리하여 실제 소리를 들어보면 좋은 강도의 위치가 있다. 이것을 잘 조절하면  최적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렇게 하여 가라드 301의 정비를 마치게 된다. 짜증도 많이 나고 힘들었지만 덕분에 내가 가라드 전문가가 다 되었다. 더불어 소리도 만족한 만한 수준이다. 비록 오리지날 309는 아니더라도.

 가라드 301, 401, 야마하 2000으로 턴테이블이 세 대가 되고 말았다. 좌 가라드 우 야마하. 어느 것이나 골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