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마크 레빈슨 39L 씨디피 폭탄을 구입하여 수리 과정의 글을 올리 적이 있었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뒤 신형인 390S의 소리를 듣고자 조심스럽게 중고를 구입했지만 결국 또 폭탄임이 밝혀지게 된다. 물론 판매자의 집에서 유심히 들어보고 점검을 하였고 당시에는 멀쩡하여 의심 없이 구입한 물건이었다. 물건을 가지고 집에 오자마자 CD를 넣었지만 바로 "NO DISC"가 떴고 그래서 별것 아니겠지 하고는 판매자에게 말하고 내가 서초국제전자 수리점에 수리를 의뢰하게 된다. 이게 문제의 시작이다. 수리는 CD를 구동하는 플라스틱 센터축(center hub)이 깨진 것이었고 수리업자는 고쳤다고 했다. 물론 수리비는 판매자가 부담하여 다행이다 싶었다. 아마도 고장은 차로 싣고 오면서 약해진 축이 충격으로 그때 마침 깨진 것이다. 시점이 참 절묘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트레이가 자주 멈추는 현상이 있었고 다시 수리업자 맡기었지만 자기가 보기에는 이상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였다. 이 수리업자는 고칠 수 없구나 하고는 프라임 민사장에게 가야겠다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때 기기를 판매자에게 돌려주고 환불을 받는 것이 마땅했지만 이상하게도 그냥 또 고쳐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환불 요청을 포기하게 된다.
민사장에게 기기를 가져갔다. 먼저 센터축을 그냥 본드로 붙여 놓았다는 것이다. 수리비를 20만 원 주었다고 하자 혀를 내두른다. 축은 처음에는 알루미늄이었으나 필립스에서 무슨 생각인지 플라스틱으로 재질을 변경하였고 그것이 시간이 지나 깨지는 하자가 생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따로 알루미늄 센터축이 나오고 그것으로 교환해야 된다고 한다. 아니면 또다시 깨진다고 한다. 그래서 부랴부랴 센터축을 사서 민사장에 보냈다. 이것이 작년 11월의 일이다.
시간이 흘렀다. 해가 바뀌어 23년이 되고 6월이 지나 여름이 왔다. 그래도 감감무소식이다. 원래 민사장에게 기기를 맡기면 각오해야 된다. 보통은 6개월에서 길면 1년이 넘는다. 인내심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 7월 너무 기다린다 싶어 그냥 지금 상태로 기기를 찾아가겠다고 했다. 그냥 전방에 주고 다른 기기로 바꾸려고. 그런데 마침 다 되었다는 문자가 쓰윽~ 하고 온다. 대박~ 그런데 스테빌라이저가 불량이라 교환해야 되는데 전 수리점에서 본드로 붙여놓아 교체가 안 된다는 것이다. 헉~ 그래서 다른 기기 것으로 통으로 교환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왜 이런 썩다리를 샀느냐고 핀잔을 준다.
말하자면 내가 멀리 가서 구한 390이 사망 바로 직전의 기기였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판매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엉터리로 고쳐 놓았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폭탄이다. 그 시한폭탄을 멀쩡한 것으로 알고 차로 가지고 오자마자 바로 센터축이 깨진 것이다. 거기에다가 트레이 불량까지. 트레이는 판매자 집에서는 정말로 멀쩡했다. 하여튼 일은 이렇게 된 것이다.
마크 레빈슨 39, 390 모두 트레이 불량이 심하다. 필립스 CD PRO 메카니즘은 원래 탑로딩식인데 이것을 가져다 마크는 자신들이 따로 트레이 방식으로 개조를 한 것이다. 그리고 그 개조는 마크의 명성다운 정숙하고 아주 정밀하게 만들게 된다. 하지만 이게 화근이 된다. 트레이 움직임을 적외선(IR) 센서로 제어를 하는데 이게 아주 민감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트레이가 중간이 멈추는 현상이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트레이 밑은 보면 띠 같은 것이 그 센서이다.
민사장이 완벽하게 고쳤다고 해서 가지고 오니 내 집에서는 트레이가 멈추고 만다. 전화를 거니 환경이 바뀌었으니 다시 캘리브레이션을 해야 된다고 한다.(Calibration은 값을 알고 있는 표준을 사용하여 측정 장치의 정밀도를 확인하고 조절하는 것) 마크는 전원을 끈 상태에서 정지 버튼을 누른 상태로 전원을 켜면 캘리브레이션을 진행한다.
이게 빛에 의해서 간섭이 생긴다고 하는데 정말로 트레이가 걸렸을 때 불을 끄니 제대로 들어간다. 엄청 예민하다. 그런데 이게 또 재발한다. 그래서 민사장에게 물어본다. 이상이 생겼다고. 이 센서의 감도를 조절하는 가변저항이 있는데 그것을 다시 조정해야 되는데 마크에서 나온 설명서대로 되지 않고 계속적으로 걸리지 않은 상태로 여러 번 조정을 해 그 값을 맞추어야 하다는 것이다. 자기는 정확이 맞추었지만 다시 환경이 바뀌었으니 잘 조정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걸리지 않은 값으로 조정을 했다.(자세한 조정 방법은 영업 기밀!)
이제 나만의 필살기가 들어간다. 휴즈와 내부 전원선 교체이다. 마크 기기는 특이하게 휴즈가 두 개씩 들어간다. 라이브와 뉴트럴에 각각 하나씩이다. 안전에 만전을 기한 것이지만 비용 지불이 크다. 두 개 10만 원이다. 물론 방향이 서로 다르게 해야 된다. 가성비가 좋은 하이파이 튜닝 제품이다. 다음은 전원선이다. 마크는 이상하게도 뒤에 인렛 단자에 전원스위치를 달고 거기서 다시 선을 빼 기판으로 전원을 연결한다. 이 선을 교체하는 것이다. 물론 순은 단결정선(14AWG)으로 해야 되지만 마크의 경우 세 가닥 길이가 무려 1미터나 된다. 그러면 비용이 37만 원! 그래서 그냥 구리 단결정선(12AWG)으로 한다. 4만 원이면 된다. 여기에 후루텍에서 나온 순동 패스톤 단자 여섯 개가 필요하다.
휴즈를 교체하니 선명하고 부드러운 음색이 된다. 여기에 전원선을 교체하니 극적으로 소리가 바뀐다. 물론 390의 소리가 39와는 차원이 다른 고급스럽고 해상력이 좋은 두툼한 것이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극한의 해상력과 다이내믹한 무대감이 대폭 증가한다.
이렇게 해서 완벽히 정비된 390을 듣게 된다. 사실 중고를 살 적에 신뢰를 가지게 된 것은 기기 일련번호이다. 4728번이다. 보통은 2천 번에서 3천 번인데 4천 번이다. 후기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마크 39, 390는 콘덴서가 불량이 많아 메인 기판과 컨버터부의 콘덴서가 불량인 것이 많은데 내 것은 아직 멀쩡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겠다. 마크 390은 콘덴서 불량과 트레이 불량이 고질병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소리는 아큐페이즈 DP-75를 조금 더 상회하는 것이라 역시 마크라 하겠다. 그간 75를 능가하는 것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제야 세월이 흘러 마크를 만났고 그리고 쓰게 된 것이다.
더불어 390은 프리 기능의 볼륨부가 있는데 이것을 쓰지 않은 것이 소리의 선도가 더 높다. 그리고 바란스 출력 쪽이 4.4V로 언바란스 2.2V보다 두 배 높다. 물론 소리도 바란스가 좋다. 통상은 2.5V이다. 또한 390은 워낙 예민한 기기여서 이동 시 메카니즘을 나사로 고정하는 것이 밑바닥에 있다. 하지만 다들 이 나사를 분실한다. 그래서 공구통을 이 잡듯이 뒤져 맞는 나사를 찾게 된다.
마크 씨디피는 특유의 세련된 음색을 자랑하는 마크만의 독특한 소리가 있다. 이게 아주 고급스럽다는 것이 마크의 큰 장점이라 하겠다. 더군다나 390는 컨버터는 같은 마크 레빈슨 최신의 컨버터인 프리앰프 526에 들어간 고사양의 것보다 오히려 소리가 더 부드럽고 선명하다. 말하자면 20년 전의 마크 컨버터의 기술이 더 좋았다는 얘기다. 최근의 네트워크 플레이어 같은 온라인 음악이 과연 CDP보다 소리가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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