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이야기

아큐페이즈 인티 앰프 단상

허당수 2018. 10. 12. 20:33

 

 나의 주력기인 KEF 107/2 말고 103/3이란 스피커가 하나 더 있는데 소위 케프의 숨겨진 진주라 할 놀라운 기종이다. 이 스피커에는 인티 앰프를 물려서 듣고 있는데 아캄 9와 에어타이트 진공관을 거쳐 현재는 아큐페이즈 E-210이 물려 있다.

 

 

 

 

 원래는 진공관인 에어타이트가 참 좋은 소리를 들려 주었는데 문제가 생겨 수리점에 다녀 온 뒤로 얘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되는 돌발상황이 발생한다. 그래서 아쉽게도 방출 후 들인 것이 아큐 E-210 인티이다. 덕분에 돈은 오히려 남았지만 첫 인상은 이건 아닌데였다.

 아큐페이즈는 원래 고급형 앰프가 주력인데 내가 구입한 것은 1995년에 발매한 최하위 기종이다. 무려 23년이나 지난 물건이라 걱정이 앞섰지만 외관이 깨끗해 아무 의심 없이 구입하게 되었다. 그래서 뚜껑을 열고 나름대로 내부 상태를 보니 무척 좋았고 릴레이나 볼륨 등에 일체 잡음이 없어 아큐의 내구성은 큰 신뢰를 주었다.

 최근 아큐의 인티 앰프들이 인기가 높은데 인터넷 상에서는 마크를 능가한다는 E-211가 유명세를 탄 것이었다. 마크 앰프는 내게 명성 만큼 좋은 인상을 주진 못했고 특히 No.585에는 실망이 컸다. 원래는 E-211을 사려고 가게에서 흥정을 했지만 내 진공관이 인수 거부를 당하는 바람에 실패, 그래서 차선책으로 E-212가 있는 가게가 갔지만 내 진공관을 너무 싸게 불러 역시 포기. 그러다가 우연히 보게 된 것이 바로 E-210이었다. 덕분에 가격도 저렴했고 내 진공관도 제 가격을 받아 거래는 잘 성사되었다. 돈도 남고. 다만 앰프 전면에 미터가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그런대로 모양은 근사했다. 등치도 제법 있고 하니. 참고로 E-210에 A가 붙어 E-210A이면 포노단(MM/MC)이 있는 제품이다.

 하지만 집으로 가지고 와 들어 본 소리는 그냥 평범함을 넘지 않았고 원래 진공관 소리가 귓전에 맴돌았다.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기기 능력 극대화 전략을 펼칠 시간이 된 것이다. 먼저 휴즈의 점검이다. 이 물건은 일본 내수용이라 100용 휴즈인 T5A 리틀 휴즈가 장착되어 있었다. 95년도이니 오리지날 리틀 휴즈다 중국산이 아닌. 전압은 가게 주인 왈 220볼트로 되어 있다 하니 휴즈 용량은 반으로 줄어든 T2.5A가 정격이 되지만 그대로 끼워둔 것이다. 뭐 그냥 사용해도 큰 상관은 없지만 휴즈 원래의 임무인 기기 보호에는 치명적이다. 과전류가 흘렀을 경우 용량이 커서 끊어지지 않아 기기가 사망하는 심각한 사태를 유발한다. 그래서 T2.5A 하이파이튜닝 슈프림으로 교체하니 한결 소리가 부드러워진다.

 

 

    트랜스에서 나온 오렌지색선이 전원의 흰색선과 연결되어 있으면 240볼트 결선

연두색과 노랑색이 섞인 선이 벨덴 접지선

 

 다음은 입력 전압 점검이다. 이 기기는 100, 120, 220, 230, 240볼트에 대응한다. 안쪽 전원 트랜스도 그렇게 표시가 되어 있다. 하지만 결선은 알 길이 없다. 또한 납땜으로 되어 있고. 그래서 결선이 맞나 하는 것을 아큐 본사에 문의했지만 아무런 답이 없다. 또 문의, 답이 없다. 아큐 창업자 이름을 팔아가며 재차 문의하니 한국 아큐 수입상에서 전압 변경 불가란 답이 왔다. 알고 보니 아큐는 개인 전압 변경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 방침이란다. 무슨 고집인가 싶었다. 나도 나중에 답장을 보냈다. "220볼트로 변경하여 잘 쓰고 있음!"

 

 

 

트랜스에서 나온 빨강색선이 회색 줄무늬선(원래는 흰색이나 콘센트 직결선으로 변경)과 연결하면 220볼트 결선

단자대 맨 왼쪽 검은 나사에 결선된 흰색(빨강줄무늬)선이 따로 연결한 가와사키 접지선

 

 내 나름대로 트랜스 그림을 보면 연구를 거듭하다 인터넷에서 중요한 정보를 발견했는데 내 기기의 전압이 240볼트 결선이란 것이다.(그림 설명 참조) 나도 인터넷을 따라 과감하게 결선을 납땜으로 220볼트로 변경하게 된다. 그리고 청음, 완전히 다른 소리가 나온다. 놀라움 그 자체다. 하긴 무려 20볼트나 모자랐으니. 예전의 진공관 소리가 부럽지 않았다. 역시 정확한 전압의 인가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직접 체험하게 된다.

 뚜껑을 열어 본 김에 입력 인렛 단자를 보니 역시 일제 야마테 제품, 그런데 접지가 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긴 일본 100볼트에는 접지가 없으니. 그래도 접지는 연결하는 것이 당연하다 싶어 따로 벨덴 선재로 접지를 연결하였다. 물론 음질이 좋아진다. 다시 전원입력 결선을 보니 뒷면에 100볼트 연동 콘센트를 거쳐 전기가 들어가서 이 선을 잘라 내어 직결하였다. 잘라 낸 선을 보니 일본산 가와사키였고 이걸로 접지선을 만들어 교체하니 벨덴보다 소리가 더 좋아지는 것이었다. 이야~ 이런 좋은 재활용 있나! 확실히 전원에는 접지가 중요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니 소리는 완전히 달라졌고 무척 만족할 만한 것이 되었다. 더불어 아예 107/2에 걸어 보니 80와트 임에도 불구하고 힘이 좋아 소리가 그럴싸 했다. 제법인데!, 그래서 이런 상태로 한참을 잘 즐길 수 있었고 아큐 인티의 놀라운 실력을 통감했다.

 그리고 아큐는 다시 103/3으로 옮겨졌고 놀고 있는 입력단(RCA, XLR) 쇼트핀과 보복스 전원케이블(Textura)과 쿠랑트 인터 그리고, 아크로텍 스피커 케이블(S1040)로 무장한 채 지금도 잘 울리고 있다.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는가 상위 기종으로의 집착을 버리지 못했고 장터에 빈번히 출몰하는 상급 기종을 기웃거렸건만 고가의 가격을 보고는 그냥 복지부동이다. 주의할 점 2000년대에 나온 아큐 앰프들은 대응하는 전압이 예전처럼 네 가지가 아닌 두 가지 120이나 230볼트인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하고 스피커 단자도 바나나를 지원하지 않은 것이 있으니 잘 살펴보길. 다행히 210는 바나나, 말굽 다 된다. 211, 212는 바나나 안 됨.

 아큐페이즈 인티 앰프 소리는 단단함을 바탕으로 진한 울림을 전한다. 최하위 기종임에도 고급스러움이 잘 나타나 있다. 마크의 심심한 음색이 아닌 나름대로 묘한 매력이 넘친다. 물론 전압, 휴즈, 접지의 확인을 거친다면. 

 세옹지마라 했던가, 지금에서 생각해 보면 처음 내 앰프를 인수 거절한 가게가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고 이 가게의 E-211 물건을 사 간 사람과 나중에 연락이 되어 휴즈와 접지 선을 따로 연결해 준 적이 있다. 내가 아큐 인티의 접지선, 전압 변경, 휴즈 교체 작업해 준다고 해서 우연히 만난 사람이었는데..., 더 재미있는 것은 이 분도 나중에 103/3을 구했다고 한다.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