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이야기

그놈의 마크!

허당수 2018. 11. 22. 09:21

 

 

 

 

 

 

  오디오 브랜드 중 가장 유명한 것이라고 한다면 뭐니 뭐니 해도 마크 레빈슨(MARK LEVINSON)을 들 수 있다. 마치 고급 오디오의 대명사가 될 정도의 명성을 누리고 있다 하겠는데 그래서 모든 오디오 애호가들의 선망의 대상이라 할 그런 압도적 존재감이다. 이런 마크지만 이상하게도 나와는 좋은 인연을 여지껏 맺지 못하고 있다.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늘 멀어지기만 했다.

 때는 1998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마크 앰프의 가격은 나에겐 너무 높은 벽이기에 그림의 떡으로만 존재했다. 특히 26과 23.5조합은 그야말로 이상적인 앰프라 군침만 흘렸다. 한편 마크도 와디아처럼 씨디피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물론 프로시드란 브랜드로 먼저 출시했지만 일체형으로는 NO39가 첫 모델이었다. 특히 프리 NO38과 동일한 디자인으로 출시된 기기는 아주 멋진 외관을 자랑했다.

 나는 소니 777을 쓰고 있었지만 최상의 씨디피를 찾고자 했고 사정권에 들어온 기기는 와디아 16과 마크 39였다. 마침 상태 좋은 와디아 16을 들였지만 기대가 너무 컸는지 실망도 컸다. 소위 아놀드 슈와르제네거라 일컫는 그 거친 음감이 나에게는 참을 수 없었다. 대안으로 떠오른 마크 39를 생각하고 가게에서 교환을 시도했지만 무려 80만원 이상을 더 달라고 하는 통에 그냥 포기하게 된다. 좋기로는 비맥이었지만 물건이 없었고 나중에는 최종 후보로 크렐 20i, 와디아 860, 마크 390S, 아큐 75 중에서 고르게 된다. 860도 무척 좋았지만 가격 때문에 포기하고. 높은 해상력과 단정한 소리를 들려준 아큐페이즈 DP75로 최종 낙점하게 된다. 하지만 마크에 대한 미련은 늘 남아 있게 된다.

 한번은 아는 분이 씨디피를 찾기에 마크 39가 좋다고 꾀어 물건을 사게 만들었다. 물건은 서울에 있어 내가 직접 지방으로 가져다 주기로 했다. 실은 내가 들어 볼 속셈으로, 돈도 치르지 않고 물건을 가져다 듣고는 지방으로 가지고 갔다. 하루 정도 들어 본 바로는 너무 무른 소리였다 고급스럽기는 해도. 훗날 앰프 23.5나 27, 그리고 26S도 들였지만 왠지 정이 가지 않은 물건들이었다.

 마크만큼 흔한 제품도 없다. 엄청난 판매고 덕분에 오죽하면 L자 붙은 국내용이 있을 정도니. 많이 팔려 흔하고 거래도 왕성하다. 마크니까, 또 수리점에도 엄청 많다 고장도 잘 나니. 특히 26은 온전한 것이 없다고 할 정도이고 파워 20 씨리즈는 고장으로 유명했다. 고장이 잦기로는 씨디피가 단연 으뜸인데 정교한 트레이의 오류가 심했고 픽업도 초기에는 필립스 CDM 12.4를 쓰다가 PRO 2로 바뀌게 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390에도 12.4 버전이 있다는 것이고 39는 일련번호 4천번대부터가 PRO 2가 채용된다. 이런 수정에도 오류는 줄지 않았고 콘덴서 누액이 흐르는 경우가 많아 소위 리캡이 필요했다.

 

 세월은 흘러 흘러 2018년 무려 20년이 뒤 갑자기 무슨 맘이 들었는지 다시 마크 씨디피 생각이 떠올랐다. 이미 씨피디를 세 개나 보유하고 있는데 말이다. 세월 탓에 가격은 내려가 부담 없이 집을 수 있었고 마침 39가 나와 들이게 된다. 소리나 상태 오류 등은 390이 좋지만 가격적으로 부담이 적고 과거의 추억도 있고 해서 39를 선택하게 된다.

 

 

 

 소리는 예전에 들었던대로 역시 별로였다. 하지만 그 고급스런 음감과 20년이 흘러도 멋진 외관 그리고 나는 마크야! 외치는 마크만의 짙은 음색은 역시 강점이었다. 마누라가 그러는데 마치 샤넬 빽 같단다. 나는 벤츠 같다고 하고. 무슨 얘기냐고? 그냥 고급 제품이란 것이다. 특히 독일 자동차와 같이 내구성이 떨어지는 명품이란 것이다. 일본차나 아큐페이즈처럼 내구성 튼튼한 것이 아닌. 들인 것은 일련번호는 2천번대 초반이라 아주 초창기 제품으로 1996년도경으로 추정된다. 어쨌든 소리를 떠난 큼지막한 빨간색 숫자 표시와 검정 판넬이 조화를 이룬 모습은 과연 명품다운 것이었다. 그런데 며칠을 들으니 가끔씩 판이 튀기도 하고 음반을 넣어도 NO DISC가 뜨는 오류가 발생했다. 역시 예상대로군! 

 내부 개봉, 오래된 기기라 DAC부(별도로 수납된)의 콘덴서가 교체(리캡, 52개)되었는데 국산(삼영+삼화)이다. 원래는 리치콘이 들어가 있는데 이 부품에 문제가 있어 오래 사용한 것은 문제가 반드시 콘덴서를 교체해야 된다. 물론 마크에서도 인지하여 나중에는 문제의 부품을 교체하게 된다. 그래서 리캡을 할 때 리치콘에서 나온 오디오용으로 교체하면 소리가 많이 좋아진다고 한다. 가게에서 업체에게 수리를 의뢰하니 싼 것으로 한 모양이다. 그리고 휴즈는 용량을 알 수는 없지만 두 개가 국산으로 교체되어 있었다. 사고가 있었군!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뒷면의 RCA 플러그가 느슨하게 풀려 있었고 바란스 단자를 고정하는 나사 두 개가 헛도는 것이었다. 여기에 바닥의 네 개 발 중 하나의 고무가 녹아 내려 도화지를 오려 붙여 놓은 것이다. 결정타는 리모콘의 일부 기능이 먹통이었다. 상태가 이 지경이다 보니 결국은 반품을 결정하게 된다. 가게 주인도 이런 점들을 지적하자 당황한 기색이 역역하다. 상태가 좋다고 큰 소리를 쳤으니. 이렇게 마크는 다시 내 손을 또 떠나게 된다. 너무 오래된 물건을 찾았나?

 그런데 이번은 마음이 달랐다. 마크의 음색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고 소리가 그런대로 괜찮아 하면서 또다시 찾게 된다. 다른 집에 있는 39를 보러 갔다. 이 집은 가격이 쎄서 포기했지만 다시 가 보니 그새 나갔다는 것이다. 다시 상가를 둘러보니 아는 집에 390이 나와 있어 가격을 물어보니 39와는 백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그래도 이걸로 할까 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반품한 39보다 트레이 작동 상태가 불안정하였다. 사장은 상태 최상이라고 했지만 곧이들리지 않았다. 포기!

 

 집으로 와 미친 듯이 인터넷을 뒤졌다. 뒤판넬이 없는 39가 있었는데 가격이 더 비싸서 포기. 이번에는 장터에 39와 390 구입 글을 올렸다. 한 개인이 390을 싸게 내놓아 구미가 당겼다. 그래서 어디 구입한 것이냐 물었더니 서초동 모 가게에서 픽업을 교체했다고 했다. 평소 내가 알던 나쁜 인상의 집이었다. 그 예민한 마크를 가게에서 잘 고쳤을 리가 없으니 포기. 이번에는 수리업자란 분이 390를 사라고 전화가 왔다. 그런데 마치 나를 가르치 듯이 거들먹거리며 팔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비싸게. 내 알겠습니다! 구입 글을 수정했다. 업자 사절!

 이제 포기한 상태로 인터넷을 보다 강남의 한 가게에 39가 나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데 이게 상태가 묘했다. 수리를 했는데도 가끔씩 오류가 생긴다는 것이다. 수리점에서는 더 이상 고칠 수 없다라고 하고. 그래서 판매자는 그냥 싸게 넘기겠다고 했다. 나는 급하게 정보망을 가동하여 마크 39에 대한 수리 정보를 수집했고 고칠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 가게도 달려갔다. 일련번호 2900번대로 지난 번 물건보다는 나중 물건. 가게 주인은 이상한 증상이 있는 것을 여타 상점처럼 상태 좋다고 소리쳐 팔 수는 없다고 했다. 솔직하군! 나는 폭탄을 껴앉는 기분이 들었지만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지난번 알레프 앰프로 떠올리며 과감하게 구입하게 된다. 뭐 또 고쳐 보지! 상태가 그렇다고 하니 차에 가지런히 싣고 운전도 살살하면서 집으로 향했다. 픽업 고정 나사도 없는 예민한 마크니 조심 조심.

 집에 도착하여 후다닥 설치 후 작동! 트레이가 나왔다가 다시 바로 들어가 버린다. 어라! 역시 예상대로군. 다시 음반을 넣고 작동하니 픽업은 쌩쌩한지 잘 돌아간다. 그런데 가끔식 트레이가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한다. 그래도 다시 하면 되고 재생 중에는 튀지 않으니 다행이었다. 처음 발동만 잘 걸리면 음악을 듣는 데는 지장이 없어 보였다.

 이번에는 내부 점검이다. 이 물건 또한 DAC 콘덴서는 원래 상태의 리치콘인데 메인 기판은 삼영 콘덴서로 갈렸다. 휴즈는 미제 부스만이 끼워져 있어 소위 무사고였고 용량도 지난번의 반이다. T250mA가 맞는 용량이다. 이상하게도 가게 주인들은 휴즈가 나가면 어김없이 더 큰 용량을 끼운다. 한번은 서초동 모 가게에서 패스 프리를 산 적이 있는데 글쎄 휴즈 용량이 15A(3,000와트급)가 끼워져 내 눈을 의심했다. 두꺼비집 용량을 프리 앰프에 끼우는 판매자라니? 어이가 없어 반품을 하면서 용량 이야기를 했더니 상관없다며 오히려 큰 소리를 친다. 소문대로 개념이 없군! 절대 거래하지 말아야겠다 싶었다.

 

 

 

 이제는 리모콘이다. 모든 기능이 정상인데 외관이 험했다. 특히 건전지 넣는 아래 뚜껑의 나사 하나가 뭉개졌다. 그래서 윗쪽 뚜껑을 열어 기판을 빼 건전기를 교환해야 된다. 열어 보니 누액이 많이 흘렀고 접점 개선을 위해 WD40을 듬뿍 뿌려놓았다. WD40은 녹제거제지 접점 부활제가 아닌데 이렇게 되면 나중에 오히려 엉겨 붙어 접촉이 더 나빠진다. 나는 모든 키를 빼 닦아 냈는데 두 개 키가 약간 불안했다. 그래도 작동이 되니 다행이었다. 이유는 묵직한 철제 리모콘 하자 때문인데 통에 건전지를 넣는 곳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기판과 밑판 사이에 그냥 거치된다. 그런데 밑판에 달린 스프링의 장력이 강해 기판을 위로 밀게 된다. 꽤 강한 힘이라 오래되면 키가 밀려 고장이 나게 된다. 그래서 스프링을 조금 잘라서 장력을 줄였다. 그리고 머리가 뭉게진 접시렌치 나사도 따로 구해 네 개 모두를 바꾸었다. 이제 리모콘은 구할 수도 없다고 하니 학습 리모콘으로 복사해서 쓰는 것이 좋을 듯싶었다. 

 

 

 

 업자는 기기 상태가 불안정하여 정상 가격을 받을 수 없는 폭탄 같은 것이라 했지만 내 집에 와서는 오히려 큰 탈 없이 잘 작동하고 있다. 가끔씩 이상도 있지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아마 내가 파워텍에서 정확히 220볼트를 맞추어 쓰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벽체에 직결했을 때 오류가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 하여튼 나는 무슨 횡재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아주 흐뭇하게 마크와 인연을 드디어 맺게 되었다. 소리는 다소 무르고 고역이 답답한 어두운 성향이지만 쿠랑트 인터케이블과 보복스 텍스추라 파워 케이블로 보완하였다. 그리고 휴즈는 하이파이튜닝 제품으로 바뀌었는데 요상하게도 두 개나 들어가 돈이 배로 들었지만 기기를 싸게 산 것을 비하면 새발의 피다.

 이렇게 잘 쓰다 이상이 생기면 고치면 되고 그런 기회에 오히려 콘덴서를 업그레이드하여 쓰면 되지 않겠나 싶다. 그놈에 마크 결국엔 여러 번의 기회를 거쳐 내 손안에 들어오고야 말았다. 그 이름도 거룩한 마끄레빈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