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이야기

동일기연 250원짜리 인렛 단자의 위력!

허당수 2018. 10. 12. 14:05

 

 옛날의 오디오 기기들은 전원선이 그냥 기기의 몸체에 대롱대롱 메달려 나왔었다. 또 파워케이블로 소리가 달라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전원선에 의한 변화가 오히려 인터케이블을 능가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씨디피 전성기 때는 씨디를 처음 개발한 소니사 제품의 인기가 높았는데 특히 777ESJ란 놈이 소리가 아주 좋았다. 하지만 전원선이 붙어 있어서 좋은 파워케이블을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단을 내려 인렛(inlet) 단자를 달기로 했다. 하지만 뒷판의 두꺼운 철판을 뚫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원래 선이 달린 구멍을 확대하는 식으로 니퍼로 야금야금 구멍을 넓혀나갔다. 많은 시간이 걸렸고 깔끔하지는 않지만 인렛 단자를 설치하는데 성공하였고 좋은 파워케이블을 사용하여 기기의 능력을 한껏 이끌어 내곤 했다. 나중에는 니블러라는 공구를 통해 좀 더 쉽게 할 수 있게 되었고 인렛이 없는 기기들은 모조리 인렛 단자를 설치하곤 하였다.

 한편 내가 사용하던 앰프 세트는 파워 쪽은 인렛이 있는데 전원부가 독립된 프리 앰프에는 인렛이 없어 아예 스위치가 달린 인렛을 설치하기까지 했다. 이런 작업은 파워텍까지 이르렀는데, 이 놈은 의료용에 쓰는 둥근 요상한 단자가 사용되었고 결국 뒤 판넬을 교체하여 인렛을 설치하였다. 이 정도쯤 되니 인렛 단자의 종류에 따른 선택이 문제가 되었다.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스위스제 슐터(SCHURTER)였다. 이 회사는 1933년 설립된 매우 큰 전자 부품 업체인데, 특히 가격 3,000원이라 흐뭇하기까지 했다.

SCHURTER

 

RICH BAY

 

 이 제품의 진가는 파워텍사에 채용한 중국제 RONG FENG을 통해 알게 된다. 파워텍에 사용된 이놈의 롱펭인 중국제가 의심스러운 슐터로 교체하자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졌던 것이다. 더욱이 파워텍사에서는 더 좋은 것을 채용한답시고 오야이데 로듐단자로 변경 채용하였는데 내 귀에는 오히려 슐터가 나았다. 질감과 두터운 음색에선 오야이데가 좋았지만 탁한 음색과 저음이 내려가지 않아 저역이 확장된 자연스러운 슡터가 훨씬 더 듣기 좋았기 때문이다. 또한 대만제 RICH BAY로 들어 봤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OYAIDE 로듐

 

 이렇게 슐터가 좋아 아큐페이즈 CDP 인렛 단자를 교체하여 보았는데 원래 것이 나았다. 그래서 상호를 찾아보니 야마테(山手)란 일본 제품이었다. 회사로 이메일로 구입 의사를 밝혀는데 답변은 중국에서 생산된다고 하여 구입을 포기하였다. 그놈에 중국제... 원래 일제 야마테를 다시 끼웠다. 결국 오야이데는 내 취향이 아니어서 후루텍을 기웃거리게 되었다. 후루텍을 제법 종류가 많았다. 저렴한 것부터 크기가 더 큰 고급형까지. 특히 FL-06 모델은 나사조임식이라 재사용이 가능했다. 그래서 캘리포니아 오디오랩의 CDP에 적용하였다. 이 기기의 원래 것은 필터형 대만제였다. 그리고 파워텍은 후루텍의 최고급품인 FL-06 NCF로 교체하게 된다. 진동방지를 한다는 특수 소재 NCF. 처음에는 놀라운 소리였는데 차츰 너무 진동을 차단하여 답답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당장 빼자~ 다시 슐터로 복귀.

 

 

FURUTECH NCF

 이번에는 오래 전 교체한 보급형 데논 씨디피를 후루텍 로듐으로 교체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제품을 막상 구입해서 자세히 보니 하우징에 RONG FENG이라고 적혀 있는게 아닌가? 물론 몸통에는 FURUTECH란 상호가 선명하다. 말하자면 접촉핀은 후루텍 몸체는 롱펭이었다. 일종의 OEM인 셈인데 소리가 영 아니올시다였다. 

                                     

FURUTECH  FL-06 &  FURUTECH 로듐

 

 그러던 차에 무심고 보게 된 데논에 구멍을 뚫어 달아 놓은 원래 제품. "DAC-11" 뭐지? 어디서 구입했는지 기억도 없다. 열심히 구글에서 검색을 해 보니 동일기연이라 국산 제품이었다. 근데 소리가 아주 좋은데. 그래서 이 제품을 아주 어렵게 찾아 사게 된다. 그런데 가격이 아주 가관이다. 250원! 헐~ 3,000원 슐터는 그렇다고 치고 몇 만 원을 호가하는 후루텍과 오야이데는 뭐란 말인가? 그냥 거품. 하여튼 너무 싸서 천 원에 네 개를 사들고 오게 되었다. 한 개만 사기에는 눈치가 보여서리~

       

 

 

동일기연 DAC-11

         

 그리고는 얼른 집에 와 파워텍에 끼워본다. 정말로 놀라운 소리가 나오는 것이었다. 고음 해상도가 탁월하고 특히 잔향이 적당하여 듣기에 아주 좋았다. 후루텍 NCF가 댈 게 아니었다. 드디어 최고의 인렛 단자를 찾아낸 순간이었다. 심봤다아~!! 

 나는 파워텍사에 이런 산업기밀을 무상으로 넘겼고 파워텍 사장님은 동일기연에 대량 구입을 문의한 바 생산 중지되었고 금형이 파기되어 더 이상 구할 수 없다란 답을 듣게 된다. 그래서 사장님은 대리점에 달려가 모두 싹쓸이 하게 된다. 무려 백 개를, 그러나 가격은 달랑 25,000원! 결국 파워텍 제품은 모조리 이 동일 인렛으로 변경 장착하게 되었고 큰 음질 향상을 이루게 된다. 그깟 인렛 단자가 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소리 차이가 실제로 들어 보면 생각보다 큰 편이다.

 왜? 250원짜리 국산이 좋은까? 일단 하우징의 중량과 재질이 적당한 잔향에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물론 의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또한 연결핀의 금속과 도금 상태가 상당히 좋은 편이라 음질에 좋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추측해 본다. 특히 만듦새가 매끄러워 신뢰가 앞선다. 말하자면 아주 만족스런 국산 중소기업 제품이라 하겠다. 이런 업체들이 많이 생겨나야 좋은데~ 현실은...

 

 업체들은 좋은 단자를 잘 쓰지 않는다. 심지어 억대의 제품에도 WBT를 쓰지 않는다. 그러니 인렛 단자는 오죽할까? 그래도 유명 업체는 슐터를 많이들 쓰지만 대부분은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아무 제품이나 싼 걸로 쓰는 게 현실이다. 이제 250원을 투자하여 쓰고 있는 기기들의 인렛을 바꿔보자! 나는 멀티탭을 위시해서 알레프 파워, 파워텍, 데논 씨디피, 캘리포니아 오디오랩 등 모든 것을 바꾸었다. 달랑 250원으로 누릴 수 있는 이런 오디오적 기쁨은 그저 놀라운 따름이다.

 

구입처, 마지막 물량!

 

http://www.icbanq.com/P002126166                  

 

https://www.devicemart.co.kr/1059643

               

납땜말고 단자로 연결할 때 쓰는 것인데 10원 비싸다. ㅋㅋ

 

 

'오디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캘리포니아 오디오 랩 씨디피 Delta+Sigma II  (0) 2018.11.25
그놈의 마크!  (0) 2018.11.22
아큐페이즈 인티 앰프 단상  (0) 2018.10.12
파워텍 사용설명서  (0) 2018.10.11
패스 알레프 0s 폭탄 살리기  (0) 2018.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