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이야기

미친(?) 협주곡

허당수 2018. 11. 2. 21:22

 

 

 

 

 

 협주곡 <사계>로 유명한 작곡가 비발디(1678~1741)는 당대에 바흐(1685~1750)를 압도하는 최고의 음악가였다. 음악의 아버지라 하는 바흐가 비발디 곡을 편곡(열 곡)하여 내놓은 것이 그 반증이라 하겠다. 하지만 현재 그의 명성이나 진가는 폄하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스키장 이름으로 전락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비발디는 엄연히 바로크 시대 최고의 음악가였고 독일에서 과장해서 내세우는 바흐는 비발디에 비해 거의 무명에 가까운 음악가였다. 이런 사실을 독일에서는 잘 거론하지 않고 있으면 음악사 자체가 독일을 중심으로 얘기하기에 더욱 그러하지만 분명히 이탈리아 음악은 당시 독일보다 훨씬 우위에 있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출신의 비발디는 성 마르코 성당의 바이올리니스트인 조반나 바티스타의 아들로 태어난 아버지를 따라 그도 바이올리니스트가 된다. 그런데 열다섯 살의 나이에 수도원으로 보내져 스물다섯 살에 신부가 된다. 물론 신분은 성직자인 신부였지만 원래 바이올리니스트이기에 교회에서 운영하는 피에타 고아원(병원)(Ospedale della Pietà)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고 무려 37년간 근무하여 무수히 많은 작품들을 남기게 된다. 현재 그의 작품은 800여 편(RV 780)에 이르고 있고 이중 협주곡이 400여 곡이나 돼 그를 "협주곡의 왕"이라 부른다. 사실 <사계>도 그가 남긴 바이올린 협주곡인 <화성과 창의의 시도> Op.8(전 12곡) 중 1번부터 4번까지를 일컫는 것이다. 더욱이 그는 다양한 악기(열 종)의 협주곡을 남김과 동시에 고전파나 낭만파의 협주곡의 형태를 정립시킨 인물로 알려진다. 하지만 그는 1741년 죽음(객사)과 동시에 사장되었고 1940년대부터 <사계>를 통해 그를 재인식하기까지는 무려 200년을 기다려야만 했다.

 비발디는 원래 선천적으로 머리가 빨간색이었는데 그래서 그를 "빨간 머리의 신부(Il Prete Posso)"라 불렀고, 무려 45곡(현존 21곡)이 넘는 오페라는 만든 오페라 기획자였으면 또 피에타 음악원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유럽 제일의 악단으로 위세를 떨치게 했던 최고의 작곡가 겸 명바이올리니스트였다. 바흐가 배우고자 했던...

 그가 남긴 수많은 협주곡 중에는 열두 곡으로 이루어진 모음집이 많았고 제목도 특이한 것이 많았다. 그가 남긴 바이올린 협주곡 Op.4는 <La Stravaganza>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데 스트라바간자는 특이한 것, 기이한 것 또는 미친 행동을 말한다. 쉽게 말해 '미친 협주곡'이란 것이다. 음악 내용도 제목만큼이나 파격적인데 특히 협주곡 2번의 빠른 3악장 알레그로의 템포는 말 그대로 미친 듯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11번 협주곡의 느린 2악장 라르고다. 너무도 낭만적인 곡상으로 통주저음의 반주는 마치 오늘날의 대중음악을 떠올리게 된다. 듣노라면 1700년대 신부님이 만든 음악이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며 특히 시대를 앞서간 신선한 감각에는 놀라울 따름이다.

 

 이런 놀라운 음악의 연주로는 두 가지를 추천할 수 있다. 먼저 시대악기 연주인 라이첼 포저가 바이올린 독주를 맡고 '아르테 데이 수오나토리'가 반주한 것이다. 특히 음질도 대단히 좋아 감상에 더욱 효과적인데 앞서 말한 11번 라르고가 압권으로 쳄발로나 오르간의 통주저음이 아닌 류트와 기타가 그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더불어 포저의 섬세한 바이올린 독주 또한 매우 만족스럽다. 다음으로는 이탈리아 음악가들로 구성된 '이 솔리스티 이탈리아니'의 연주이다. 이들은 원래 <비르투오지 디 로마>를 이끌던 파사노(Renato Fasano(1902~1979)가 죽자 1979년 열두 명으로 창단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실내악단이다. '이 솔리스티 베네티', '이 무지치'와 더불어.

 이들의 연주는 시대악기가 아닌 통상적인 연주인데 따로 독주자를 두지 않고 리더가 연주를 한다. 바로크 시대의 합주 협주곡(concerto grosso)의 연주 관행대로이며 인원도 당시의 소규모를 유지한다. 하지만 그 울림은 여느 오케스트라 못지 않으며 특히 그 유연하고 청명한 울림에는 베네치아만의 청순한 감흥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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