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케이블 만들어 볼까나~
나와 거의 같은 시스템을 쓰는 케프당원이 한 사람 있다. KEF 107/2 + ADCOM 750 + FORTE 1A. 하지만 소스 기기인 씨디피는 크렐 DSP를 쓴다. 다른 케프 당원이 쓰던 것을 소개한 것인데 넘긴 당원도 또 DSP를 구했다고 했다. 하여튼 크렐과 어드컴의 연결하는 인터케이블은 나름 유명하다는 몬스터 M1000을 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만든 바란스 케이블을 이 당원에게 건넸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들어 보세요! 나는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았다. 제목도, 선재도, 가격도. 며칠 후 전화가 왔다. 소리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자신이 여태껏 좋다고 들어왔던 소리가 뭐였는지가 의심스러웠다고 했다. 또한 이 케이블로 바꾸고 음악을 듣는데 부엌에 있던 마누라가 뛰쳐나오더니 당신 뭐 바꿨지? 하고 캐묻더라는 것이다. 왜냐고? 마누라가 듣기에도 소리가 엄청 좋아졌으니. 물론 가장 중요한 가격도 묻고...
결국 나중에는 이 케이블을 자기가 사겠다고 했다. 가격이 얼마냐고? 나는 되물었다. 얼마면 되겠냐고? 크크... 가격은 그 당원에 생각했던 것보다 반 가격이었고 그는 당장 돈을 지불했다 고맙다고 하면서.
그러기를 또 한 달쯤 지났을까 나는 그 당원 집을 일부러 방문했다. 나도 같은 케이블을 쓰지만 변화된 소리를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들어 보니 정말로 내가 예전에 듣던 그런 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내 시스템에 육박하는 하는 그런 최고의 소리였다. 아니! 케이블 하나 바꾸었을 뿐인데 이런 변화가 있다니. 그도 놀랬고 나도 놀랬다. 실은 그 몬스터 케이블도 문제였는데 흔히 멍스터라 하던 케이블이지만 그래도 M1000은 제일 낫다는 것이었는데도 말이다. 실은 몬스터는 언바란스고 내 케이블은 바란스였기에 동일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 격차는 마치 하늘과 땅 같았다.
여기에는 더 은밀한 내막이 있었다. 바란스(XLR) 단자라면 뭐니 뭐니 해도 뉴트릭(NEUTRIK)이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성능이 압도적이라고 하기보다는 그 가격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음질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WBT가 바란스 단자를 만들지 않은 이유가 뉴트릭 때문이란 말이 있을 정도이니. 그 당원에게 건낸 바란스 케이블의 단자는 역시 뉴트릭이었지만 실은 좀 다른 것이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뉴트릭 단자는 생산 시기에 따라 세 가지 종류가 존재했다. 90년때까지 나오던 스위스제, 과도기에 생산국 표시가 없는 것, 최근에는 리히텐슈타인 이렇게 변했다. 그런데 나는 단자 표면에 MADE SWISS 찍힌 것을 오래 전부터 소중히 가지고 있었고 그 당원 케이블을 만들면서 하나는 이 스위스제, 또 하나는 리히텐슈타인 단자를 연결하며 제작했던 것이다. 당연히 소리는 달랐고 우연히 그에게 전한 것이 스위스제였다. 그래서 내가 쓰던 리히텐슈타인 것을 가지고 가서 일대일로 비교했는데 스위스제 구형 단자의 소리가 좀 더 편안하고 음악적인 소리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의 손에 들어간 터라 다시 바꾸자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시 구할 수도 없는 그놈의 스위스제!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같은 선재로 인터케이블을 제작할 경우 바란스 쪽 케이블이 언바란스인 RCA에 비해 단가가 훨씬 싸다는 것이다. 이유는 뉴트릭 바란스 단자가 개당 만 원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타 고가의 후루텍이나 네오텍 제품도 있지만 유명 케이블 회사에서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냥 뉴트릭을 사용한다. 왜냐 가격도 싸고 음질도 수준급이니 말이다. 반면 RCA의 경우는 개당 가격이 뉴트릭에 보통 다섯 배가 넘으니 RCA쪽의 단가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나는 이 선재를 가지고 케이블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무래도 RCA 쪽의 수요가 많을 것을 감안하여 RCA를 먼저 만들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RCA 단자 네 개의 가격이 십만 원을 넘는 지라 그리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음질을 위해서는 유명 단자를 쓸 수 밖에 없었고 가성비가 좋다는 KLE를 채택했던 것이다. 물론 WBT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KLE도 만만치 않은 음질이라 흔쾌히 선택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이 KLE(Keith Louis Eichmann) 단자는 외부가 금속이 아닌 플라스틱이라 싸구려로 보이지만 에커만 스스로도 외관을 따지면 다른 브랜드를 사라고 말한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하다. 하여튼 이런 플라스틱이 진동에 유리하기에 채용된 것으로 여겨지는데 문제는 테프론 재질이 아니라서 열에 약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능숙한 솜씨로 잽싸게 납땜하는 것이 요령이다. 음질은 순동이 보여 주는 맑은 해상력 그리고 조여주는 저역의 선명함이 아주 인상적인 것이다. 특히 둥근 면 전체가 아닌 한 점으로만 접속되는 마이너스(-)는 결속력도 좋고 이론상으로도 고음질을 제공한다. 일명 넥스트젠이라고 하는. 하여튼 총알 단자(Bullet plug)인 KLE는 두루 만족스럽다.
이렇게 하여 나온 것이 바로 쿠랑트 인터케이블인 것이다. 물론 그 당원에게 건넨 것보다는 조금 더 나아진 것이었는데 약 4%의 은납과 흑단 스토퍼때문이다. 미미한 차이라고 무시할 수도 있지만 특히 납의 경우는 생각보다 차이가 커서 내 스스로도 많이 놀랬을 정도였다. 마냥 좋은 것이 아니고 선재의 특성에 따른 매칭이란 것이 존재했다. 어떤 선재에는 무슨 납이 좋더라 하는 식으로. 현재 나는 내가 만든 쿠랑트 케이블은 무려 네 조나 쓰고 있다. 물론 더 좋고 비싼 케이블이 있음을 알고 있지만 가격이란 면과 내가 만들었다는 것에 만족하면서 잘 쓰고 있다. 소리의 경향을 설명하자면 단심선이 가지는 자연스러운 음감 그리고 아주 선명한 해상력이 보여 주는 생동감 그러면서도 저역은 단단한 그런 것이다. 사용자 한 분은 자기 시스템에서 이렇게 저역이 많이 나올 줄 몰랐다고 한다. 내 귀에는 좋게 들리기에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자 제품으로 만들었지만 평가가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의 취향이 다양하니 말이다. 그래도 내 이름 두 자를 걸고 적극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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