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마크 씨디피 39L을 들인 것에 대해 자세한 글을 올린 바 있다. 이제는 이 기기의 성능을 최대한 이끌어 내는 작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390SL 정도를 목표로 하는.
첫 째는 휴즈 교체, 둘 째는 콘덴서 교체, 셋 째는 전원 인입선 교체가 그것이다. 휴즈는 원래 용량이 T 250mA이고 두 개가 들어간다. 모두 하이파이튜닝 휴즈의 슈프림으로 갈아 주었다. 전원 극성에 따른 방향을 맞추고 에이징을 거치니 소리결이 더욱 부드러워지면서 해상력이 살아난다. 원래 끼워져 있는 부스만 휴즈도 나쁘지 않지만 오디오 전용 휴즈의 교체는 필수라 하겠다. 영국제 휴즈 AMR은 너무 물러 리틀이나 부스만보다 오히려 역효과가 나며 후루텍 휴즈는 독일제 PADIS를 튜닝한 제품인데 소리는 좋지만 질감이 다소 떨어진다. 그리고 시너지틱 리서치나 오디오 매직은 가격이 너무 높아 쓰기에 부담스럽다. 자그만한 휴즈 하나에 20만 원이 넘으니 좀 그렇다. 하이파이튜닝 제품이 가정 적절한 선택인 듯싶다.
하이파이튜닝 휴즈
다음은 콘덴서의 교체다. 마크에서는 콘덴서를 원래 니치콘(NICHICON)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제품에 문제가 있었는지 아니면 마크 측에서 조립 시 문제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이 콘덴서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누액이 터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다른 기기에서도 콘덴서의 문제는 종종 일어나는 일이지만 마크의 경우는 좀 심각했다. 왜냐면 마크의 같은 시기에 나온 아큐페이즈 같은 제품에서는 이런 문제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여튼 마크 측에서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여 콘덴서를 변경하게 된다. 결국 마크 39의 경우 나온 지가 20년 이상되었기에 거의 모든 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보면 된다. 네임 오디오의 리캡과 동일한 것이라 보면 되는데 네임은 하자를 그럴듯하게 포장한 셈이란 생각이 든다.
교체된 삼영 콘덴서
내 기기도 뚜껑을 따 보니 역시 콘덴서가 문제가 되어 수리점을 통해 교체가 되어 있었다. 마크 39는 모두 세 장의 기판 즉 메인 기판, DAC 전원 기판 그리고 독립적인 알루미늄 상자에 수납된 DAC 기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메인 기판에 여덟 개, DAC 전원 기판에 일곱 개 모두가 국산 삼영으로 갈렸다. 그런데 DAC 기판은 리치콘으로 되어 있어고 납땜 상태를 확인해 보니 공장 처리로 보여 원래 것으로 추정된다. 원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 맞는데 교체가 안 되었다면 DAC 기판을 통째로 갈았거나? 자세한 것을 모르지만 하여튼 다행이다 싶었다. 결국 콘덴서 열다섯 개만 갈면 되는 것이니. 특히 DAC는 콘덴서가 무려 쉰두 개라 이걸 갈려면 좀 난감하다. 장착 간격도 좁고해서. 결국 마크 39의 문제되는 콘덴서를 모두 갈면 무려 예순일곱 개나 된다.
위가 메인 기판, 오른쪽이 DAC, 아래가 DAC 전원 기판
DAC 기판 내 니치콘 콘덴서
니치콘 콘덴서 수배에 들어갔다. 삼영에서도 오디오용(NXH, NXB)이 나오지만 원래 마크가 사용한 리치콘으로 하기로 했다. 리치콘이 유명한 제품이지만 최근에는 아예 오디오용 제품을 출시하고 있었고 최상급인 KZ(MUSE)로 교체하기로 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같은 용량의 제품보다 크기가 컸다. 원래 자리에 들어갈 지가 의문이었다. 그래서 원래 크기의 KA급 제품도 같이 구매하기로 하였다. 안 들어가면 원래 크기로 하기로 하고. 결국 KZ 열다섯 개와 KA 열다섯 개를 같이 주문했다. KA 역시도 오디오용이다. 가격은 삼영사가 개당 300원 정도인데 반해 KZ는 1,400원 KA는 1,000원이다. 가격 차이가 네 배 이상이라 내심 소리도 엄청 좋아질 거라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래 봐야 총비용은 2만 원 남짓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종이에 붙은 것이 KA급 리치콘, 담겨진 것 중 두 개의 큰 것이 KZ급 리치콘 그리고 열다섯 개의 고동색이 떼어 낸 삼영사 콘덴서다.
콘덴서 두 종이 배송되었고 크기가 좀 큰 KZ가 모든 위치에 잘 들어 맞았다. 그래서 WBT 은납을 써 작업을 시작했다. 납땜 제거 작업의 난이도는 좀 있었지만 순조롭게 모든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차례대로 기판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뿔사! DAC 전원 기판 위에 장착한 콘덴서가 문제였다. 마크는 이 DAC 전원 기판 위에 1cm 정도의 봉을 놓아 이층으로 DAC 알루미늄 통이 올려진다. 그런데 콘덴서의 키가 높아 걸리는 것이었다. 일곱 개 중 다섯 개는 키를 최대한 줄여 재작업을 했지만 나머지 두 개는 공간이 부족해 이 KZ 콘덴서를 제거하게 된다. 그리고는 같이 주문한 원래 크기의 KA로 다시 장착하였다. 사진을 보면 두 개의 작은 것이 KA 제품이고 큰 것이 KZ 제품이다. 또한 조립 시 메인 기판과 DAC 전원 기판 그리고 DAC 통의 연결 핀 부위에 접접 부활제를 발라 주었다. 휴즈 장착 때도 발랐던.
DAC 보드가 든 알루미늄 통
교체된 니치콘 KA급 두 개와 KZ급 한 개
드디어 설레는 맘으로 시청을 시작했다. 그런데 트레이가 오동작을 하는 것이다. 어라 납땜을 잘못했나?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상한 데는 없었다. 순간 등에서 식은 땀이 쫘악 흐른다. 몇 번을 씨름하다 메카니즘과 메인 기판의 연결핀을 잘못 꽂은 것을 발견했다. 천만다행이군 트레이가 고장난 줄 알고 시겁했다. 자, 청음 시작! 첫 느낌으로 다가서는 개방적인 고음의 청아함 그리고 저역의 웅장함까지 완전 대만족이었다. 오랜 시간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좋은 말로 39는 묵직한 음색이지만 실은 고역이 답답한 것이었는데 그것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이었다. 특히 하루 정도의 에이징을 거치니 음장감도 넓어지고 다이내믹도 좋아져 아주 만족할 수준이 되었다. 아마도 390SL 수준이 아닐까 싶다. 390SL도 이런 등급의 리치콘을 쓰지는 않았으니까. 참고로 39를 390으로 업그레이드해도 똑같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리치콘로 교체된 DAC 전원 기판
리치콘으로 교체된 메인 기판
이제 마지막은 내부의 전원 인입선이다. 마크는 이상하게도 인렛 단자에서 직접 기판으로 전원을 공급하지 않고 약 40cm 정도의 전원선으로 연결하고 있다. 토로이탈 트랜스가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인데 프리 38의 경우는 밑바닥 가운데에 인렛 단자를 설치하기도 했다. 자세히 선재를 살펴보니 RODWELL이란 14AWG의 선인데 아마 미제 벨덴 정도로 보면 될 듯하다. 이게 마음에 걸려 좋은 선재로 교체를 하면 소리가 좋아질 것 같았다.
인렛 단자에서 연결된 전원 인입선
무엇이 좋을까 생각하다 벌크로 나온 네오텍의 3003을 선택하였다. 굵기가 13AWG로 다소 두껍지만 가격, 품질 등에서 가장 좋을 듯싶었다. 선의 연결은 평단자로 되어 있는데 직각 평단자라 구입이 쉽지 않았다. 중국제만 있고. 그래서 그냥 평단자를 쓰기로 했고 간격이 좁은 접지 쪽만 구부려 쓰면 될 것 같았다.
위가 네오텍 아래가 순정 로드웰
위가 DH LABS, 아래가 벨덴
교체 후 시청에 들어 갔다. 먼저 해상도가 엄청 나게 좋아졌다. 네오텍이 단결정 7N이라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유연하고 풍부함이 사라져 버렸다. 아니? 아무리 들어도 딱딱한 느낌이 마음에 걸렸다. 내친김에 벨덴 19364 선재를 끼웠다. 풍부함이 살아났지만 유연함은 부족, 다시 DH LABS 파워플러스 선재를 끼웠다. 선명하지만 역시 유연함은 부족했다. 결론은 간단했다. 순정으로. 선재는 부실해 보이지만 소리가 좋았다. 혹시 20년 간의 에이징 탓? 순정을 능가하는 선재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크가 그랬다.
얼마가 지났을까 모 사이트에서 웨스턴 복각 선재를 파는 것을 보게 된다. 덴마크의 듀얼런드(Duelund)란 선재인데 동선에 주석을 도금한 기름을 먹인 면소재 피복이다. 빈티지 톤인 웨스턴 사운드의 현대적 재현이라고 하는데 DCA16GA 한 가닥이었다. 16은 전선규격이 16AWG 즉 13A였다. 전원선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1미터를 구입하여 세 가닥으로 꼬아 쓰면 되겠다 싶었다. 소리도 좋다고 하니. 결국 이 선재로 인입선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빈티지처럼 질감이 좋고 두툼한 소리였는데 나름대로 해상력도 높았다. 다만 대역폭이 넓지는 않아 순정선의 넓고 편안한 소리에는 다소 미치지 못한 듯했다. 다시 순정으로. 그러나 얼마 후 다시 이 소리가 생각이 나서 끼워 보니 나름 장점이 많은 소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오래 에이징시킨다는 생각으로 듣게 된다. 말 그대로 빈티지풍의 매력적인 사운드라 하겠다.
듀얼런드 한 가닥
듀얼런드 세 가닥으로 만든 전원 인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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