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이야기

프리 앰프 방랑기

허당수 2019. 9. 28. 12:02

 

 

 

 "프리 앰프가 문제야! 이제 바꿀 때가 왔어!." 최근 나는 이렇게 되뇌었다. 첫 프리 포르테에서 어드컴 750으로 이게 내 프리 앰프의 단순 역사다. 중간에 크렐 krc-3, 클라세 47.5, 마크 26S, 제프 시너지, 클라인 SK-6, 첼로 앙코르, 알레프 P, 스레숄드 T3가 있었지만 이런 놈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살아 남은 어드컴이다. 넬슨 패스가 최초로 내놓은 염가형 프리 그러나 스테레오 파일 A 등급의 명기. 현재 16년째 사용 중이니 오래 썼다. 물론 수난의 자잘한 역사도 있었다.

 프리 바꿈질 유혹에 불을 확~ 붙인 것은 다름 아닌 마크 26이었다. 잠깐 써봤지만 그래도 명기라고 하니 미련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가게에서 사려고 하니 오래된 물건이라 노브가 먹통이라 포기, 다시 마크 26S으로 사려고 하자 이번에는 옛날과 같이 레모 단자의 장벽이 가로막는다. 좋은 케이블을 쓸 수 없으니 역시 포기. 이런 마크 26을 구하면서 이상한 것은 소유자들이 자기 기기의 옵션을 모른다는 것이다. 기본형은 바란스 입력과 포노단이 없다. 바란스 입력(단자 먹통)이 없는 것은 포노단이 있는데 MM, MC 버전(국내에는 거의 MC다)이 따로 있다. 바란스 입력이 있는 것은 포노단(단자 먹통)이 없다. 그리고 최후의 RCA 버전이다. S는 기판 차이. 이번에는 26 후속기인 38과 380이다. 그런데 오디오 잘 아는 이가 말한다. 38은 막프리라고.

 

 

 

 

 그래서 진짜 마크 레빈슨을 찾았다. ML-7A이 동호인 장터에 나와 얼른 들고 왔다. 야성적인 소리의 결이 인상적이었지만 노브 하나가 먹통이라 동호인에게 환불 받았다. 환상의 명기라 했지만 세월의 흐름이 있는지라 소리는 생각보다 별로였다. 다시 패스를 찾기로 했다. X1 두 덩어리짜리, 마침 서초동에 물건이 있었고 예전에 부른 가격에 10만 원을 더 불러 다시 10만 원을 깍아 가지고 오게 된다. 소리는 어드컴의 연상선상의 상급 소리였다. 뒤에 휴즈를 보니 엄청나게 큰 용량(15A, 3000W)이 끼워져 있다. 개념이 없군! 자칭 수리업자 출신인데. 그런데 송금을 하니 아까 말한 금액에 10만 원을 더 부른다. 자신은 그렇게 부른 적이 없다며 기기를 팔지 않을테니 들고 오란다. 성질을 내며. 헉~ 나는 오히려 사과를 하고는 환불을 받았다. 사실 소리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오히려 잘 되었다 싶었다. 다시 나는 패스 한 덩어리 X2를 들인다. 패스 프리는 알레프 P를 시작으로 어드컴 750, X2, X1, X2.5, X0.2, XP-10식으로 진행된다. 듀얼 전원에 어테뉴에터 볼륨을 쓴 것이었는데 셀렉터에 잡음이 있었다. 그래서 다시 가게에서 환불을 받았다. 소리는 좋았지만 역시 어드컴의 아류!

 

 

 

 

 

 이런 상황에 동경에 대상이었던 아큐페이즈 프리 C-2800이 동호인 장터에 나왔다. 가격은 680만원 쎄다. 그런데 업자 장터에 동일 기종이 나와 있었다. 가격이나 물어보자 580?. 둘 다 인천이라 업자가 장터에 내놓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격이 다른데?, 처음에는 같은 줄 알았다. 다시 확인하니 580이 맞았다. 전면에 흠집이 있어 싸게 판다고 했다. 매장에 가 보니 흠집이 있었고 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다. 소리는 엄청난 음장의 강력한 날이 선 소리였다. 세간에는 290V가 유명하고 뒤에 나온 2800이 얌전하다고 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소문은 역시 믿을 것이 못 된다. 그런데 업자는 나의 마크 39 인수를 거부한다. 이걸 팔고 사야 되는데 거절이라, 일단 제동이 걸린다. 그런데 진짜 제동은 싼 가격이다. 동호인보다 백만 원이나 싸다. 이러면 바로 사야 되는데 오히려 망설여진다. 왜 장사가 싸지? 말로는 운반 중 사고로 인한 흠집 때문이란다. 흠집 하나에 백만 원? 뭔가 이상하다.

 

 

 

 다시 마크를 떠올린다. 32L의 후속기인 320S다. 물론 326S도 있지만 기판 차이라 320S로 결정하고 물건을 찾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최고라 하던 32L 중고가 가게에 무려 열 대 이상 나와 있는 것이다. 좋다며? 그런데 소문을 들어 보니 두 덩어리 32L보다 한 덩어리 320S가 더 좋다고 한다. 320S로 낙점하고 39L과 차액을 주고 물건을 들이기로 하였다. 그런데 마크 39가 하필 이때 고장이다. 부천 수리점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상 증상이 지금 없으니 수리를 못하겠다고 한다. 무슨 이런 경우가! 아마도 수리 금액이 적어 일부러 그런 것 같았다. 배가 불렀군! 기분은 상했지만 할 수 없어 그냥 고장난 상태로 가게로 넘기고 320S를 들였다. 가게에서 전화가 왔고 픽업이 나갔다고 해 따로 수리비를 지불했다. 부천 수리업자가 수리를 거부해 오히려 잘 된 셈이었다. 마크 전문가가 수리를 했으니.(알고 보니 픽업 덮개도 없었지만 부천에서는 이를 알지도 못했다.)

 

 

 

 

 320S 소리는 대단했다. 마치 어드컴 소리가 싱거울 정도였다. 내부를 열어본다. 먼저 휴즈 교환, 마크라 두 개다. 전압은 230으로 되어 있다. 점퍼핀으로 쉽게 220으로 변경 가능하다. 자세히 보니 안쪽에 마데 차이나(Made Iin China)라고 붙어 있다. 맞군! 마크는 중국에서 만들다는 것이. 기기 뒤에는 미국에서 설계되고 조립(assembled in U.S.A.)했다고 표시되어 있다. 홈페이지에는 미국에서 만든다고 홍보하던데... 32L부터 중국 생산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하여튼 열흘을 기분 좋게 들었다. 그런데 볼륨 올릴 때와 입력 선택할 때 책장 넘기는 잡음이 스피커에서 난다. 가게에 문의하니 원래 그렇다고 해 통과. 이번에는 기기의 표시창에서 찡~ 하는 소리가 난다. 설상가상 전원 스위치가 눌러 지지가 않는다. 전원을 켤 수 없어 먹통. 이제는 볼륨 노브도 덜렁거린다. 기기를 들고 가게로 갔고 다행히 마크 39와 함께 환불을 받았다.

 

 

 

 원점으로 돌아 왔다. 하지만 마크 소리를 잊을 수 없었다. 다시 찾아보니 용산에 326S가 있었다. 가게로 가서 잡음 소리 이상을 자세히 살폈다. 특별한 이상은 없어 보였다. 그래도 안심이 되질 않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몇 시간만 빌려 달라 정중히 부탁했다. 차디찬 거절 또한 마크 39의 인수 거절까지. 결국 포기한다. 아마도 기기를 빌려줬다면 사고 말았을 것인데 오히려 잘 되었다 싶었다. 중국제 마크를 쓰고 싶지도 않았고 또 320S에서 경험했던 고장이 326S에서도 일어날 것만 같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기종은 노브가 헐거워지는 것이 고질병이고 또 액정에 이상이 생기면 잡음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전열을 가다듬고 검색을 통해 패스의 XP-12가 좋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기존 X 시리즈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잡지의 충격적 평도 있었다. 어드컴에서 자연스런 업그레이드가 될 거라 기대하면서. 그래서 먼저 마크 39 처분에 나섰다. 최저가로 올렸지만 문의만 있고 사는 사람 없었다. 초조해진 나는 아큐페이즈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서초동 가게에 프리를 문의한다. 2800에 대한 미련도 있고 해서. 가게에서는 C-265를 권한다. 소리 좋고 가격은 300백이란다. 장터를 보니 최저가 210이다. 너무 비싸 마크 39와의 차액을 물었다. 50이란다. 결국 C-265가 270이란 셈이다. 나는 무엇에 홀린 듯 하는 가게로 향했고 덜컥 C-265를 들고 왔다. 엄청 상태가 좋다는 기기는 리모콘 변색, 전면 전구 사망, 밑판 나사 분실 여기에 볼륨 노브까지 덜렁거린다. 소리도 완전히 꽝!. 당장 전화를 해서 내일 가지고 가겠다고 했다. 다음 날 가니 업자는 문을 잠그고 전화로만 얘기를 한다. 마크는 팔았고 환불 되지 않는다. 그러니 10%를 제한 금액만 돌려 주겠다는 것이다. 쓰레기 같은 물건을 팔아 놓고는 환불 불가라! 화가 났지만 나는 참았고 아큐 프리 10분간 들은 값을 톡톡히 치렀다. 마크가 팔리지 않는 불안감에 조급해져 실수를 저지는 것이다. 아니 장사치의 먹이감이 된 것이다. 물론 덕분에 아큐 프리에 대한 미련을 지울 수 있어 오히려 잘 되었다 싶었다.

 

 

 

 다시 어드컴으로 하지만 참을 수 없었다. 그간 동호인 장터에서 놓쳤던 프리 생각이 난다. 패스 X2.5와 제프 콘체르토! 싼 값에 거래가 되어서인지 다시 나오질 않는다. 왠지 없으면 더 찾고 싶다. 그러면 신품 패스 XP-12 말고는 다른 대안은 없어 보였다. 신품이라 금액 부담이 컸고 있는 재고 두 대 모두 상자를 열은 전시품이라 뭔가 마음에 걸렸다. 수입상에도 문의했지만 재고가 없다고 했고 현재 가격이 원가란 말만 되풀이한다. 차후에 공동구매 예정인데 가격이 올라간다고 하면서, 공동구매인데? 이러던 차에 패스 포기를 부축이는 일이 일어난다. XP-12를 가진 가게에서 문자가 온다. "다른 손님이 찾는데 어떻게 할까요?" 하고 나는 뭘? 다른 손님에게 팔어! 난 산다고 한 적이 없어 문의만 했지...

 이렇게 나의 프리 방랑기는 원점 어드컴으로 싱겁게 끝나고 만다. 그래서 반전을 도모한다. 소리가 그대로이니. 전원 단자나 바꿔보자! 네오텍 OFC 단자를 네오텍 OCC(단결정)으로. 소리 차이가 얼마나 날까 해서 가격인 저렴한 OFC를 썼는데 미련이 남아 먼저 파워텍 전원선 앰프쪽 단자를 OCC로 바꾸었다. 고역이 살아난다. 하지만 뭔가 균형이 맞질 않는다. 이에 다시 벽체 플러그를 메네키스에서 OCC로 바꾸었다. 이 OCC 플러그는 결선 작업이 너무 불편해서 예전에 반품했던 기억이 있는 그런 단자다. 그래서 저렴한 메네키스 극저온으로 나름 만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렵게 작업을 하여 소리를 들어 보고는 나는 그냥 뒤로 넘어 갔다. 마크 320S 소리를 능가하는 당당하고 울림이 좋은 맑은 소리로 완전히 바뀌었다. 프리 앰프의 미련을 단 돈 18만 원으로 해결했군! 정말 놀라운 단자군, 하긴 전원 단자를 OCC(Ohno Continuous Casting)로 만든 것은 이게 유일하니 음질이 좋을 수 밖에, 다른 단자들 오야이데는 황동에 도금과 연마를, 후루텍은 순동에 도금 그리고 하우징의 진동에 특화되어 있다. 재료는 오히려 네오텍에 뒤진다.

 

 그간 스쳐간 많은 업자들의 이상한 행태에 황당해 했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어 오히려 감사를 드려할 지경이다. 나를 바른 길로 인도해 준 장사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ㅋㅋㅋ

 사족 패스 XP-12의 미련이 남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네오텍 단자가 에이징이 되자 음의 균형을 맞추고자 플러그는 다시 메네키스로 되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