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이야기

캘리포니아 씨디피의 장기 이식

허당수 2019. 4. 18. 16:48

 


 나는 어떻게 하다 보니 씨디피를 모두 세 대를 보유하게 되었다. 아큐페이즈(DP-75), 마크 레빈슨(39L) 그리고 캘리포니아 오디오랩 분리형(델타+시그마 2). 그래서 서자 같은 생각이 드는 캘리포니아를 과감히 처분하기로 마음 먹고 장터를 판매 글을 올렸다. 워낙 희귀한 기종이다 보니 잘 팔릴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두 사람에게 연락이 왔다. 먼저 연락해 온 사람은 좀 이상한 거래를 원해 거절했고, 다음 사람은 부산이라고 해서 또 거절했지만 택배를 간절히 원했다.

 그런데, 마누라가 갑자기 캘리포니아를 왜 파냐고 하면서 소리가 좋으니 그냥 가지고 있으라 했다. 내 마누라는 내 오디오 취미를 잘 이해하는 지라 마누라 말을 들으면 떡이 생긴다 하여 그냥 포기하게 된다. 그러고는 다시 잘 들어 봐야지, 마크 39보다 정말 음질이 떨어지는지.... 그런데 자세히 들어 보니 마크보다 낫게 들리는 것이었다. 어라~ 전에는 콘덴서를 교체한 마크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는데 팔려다 안 팔려고 마음을 먹으니 이게 마크보다 좋게 들리는 것이었다. 아무리 몇 번을 들어 봐도 고급스런 음색 빼고는 모두 마크를 앞서는 것이었다. 특히 개방감의 압도적인 음장감은 일품이었다. 마크를 팔아야겠군! 당장 마크를 장터에 내놓았다. 인기 기종이라 금방 팔린 거란 예상과 달이 어느 누구도 입질을 하지 않았다. 이상하네~

 이 참에 캘리포니아의 못해 본 음질 향상 필살기를 해 보자 했다. 먼저 원래 끼워져 있는 리틀 휴즈를 하이파이튜닝 슈프림으로 바꾸기로 했다. 먼저 하나만을 교체했다. 오리지날 리틀 휴즈라서 좋은 줄 알았지만 역시 하이파이튜닝 쪽이 훨씬 좋았다. 결국 두 개 모두를 바꾸게 된다. 이 놈들은 모두 32mm라 금액이 좀 들어가는데 그래도 음질이 좋으니 수긍이 간다. 나머지 휴즈를 주문하고 기다리던 참에 이번에는 파워케이블 단자를 떠올렸다. 파워케이블은 트랜스포트 델타가 골든스트라다 305(공짜로 얻은 50cm)에 슐터+후루텍 100V였고, 컨버터 시그마2는 체르노프 클래식(이것 역시 얻어 온 50cm)에 후루텍이었다. 이 중 슐터(IEC) 단자가 좋은 성능이건만 늘 미련이 남아 있어 네오텍 OFC 단자로 교체하기로 했다. 결국 네오텍 단자와 휴즈 두 개를 모두 갈고 나니 그야말로 소리는 하늘을 찌를 듯하였다. 정말로 놀라운 소리를 들려 주는 것이었다. 마누라 말을 듣길 정말 잘했군!

 이렇게 신나게 캘리포니아의 숨겨진 놀라운 성능에 한껏 젖어 있을 때였다. 부산분이 다시 전화를 해서 자꾸 팔라는 것이었다. 자신이 예전에 캘리포니아 템페스트를 들었는데 고장이 나서 내치긴 했지만 좋은 소리의 기억이 있어 다시 캘리포니아를 사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냥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고 둘러댔다. 그런데 다시 전화가 와 사간 사람의 연락처를 달라고 했다. 실은 그냥 팔지 않고 쓰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자 10만원 더 줄 테니 팔라고 했다. 나는 정중히 거절했다. 캘리포니아의 가치를 아는 사람도 있네! 했다. 그래서 나는 용산에 델타가 나와 있으니 이베이에서 시그마 컨터버를 사서 쓰시라 했다. 내 것은 팔 생각이 전혀 없으니. 그래도 그분은 혹시 마음이 바뀌면 연락을 달라했다.



 얼마가 또 지났을까 하루 종일 캘리포니아를 열심히 듣고 있는데 트랜스포트 델타가 먹통이 되는 것이었다. 아무 동작도 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상하다 싶어 전원을 껐다 켜니 다시 동작을 한다. 너무 오랫동안 켜 놓았나 싶었다. 그래도 미심쩍어 뚜껑을 열어 보기로 했다. 혹시 메카니즘이 뻑뻑해졌나 하고. 하지만 내 실력으론 알 수 없는 현상이었다. 근데 메카니즘을 보려면 앞쪽에 달린 액정 창을 분리해야만 된다. 그래서 분해를 해서 들어 보고는 옮기는 도중에 고정 나사를 끼우지 않아 액정창이 통째로 바닥으로 떨어지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결과는 액정 사망, 액정 끝에 달린 전구 같은 것이 똑 하고 부러진 것이다. 아뿔싸! 긁어 부스럼이 아니라 사망에 이른 것이다. 물론 작동을 하지만 전원이 들어 왔는지 여부나 작동 트랙 등은 전혀 알 수 없는 암흑 천지였다. 순간 나는 정신 줄을 놓아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나는 수리점에 문의하였다. "원래 그런 액정이 잘 나갑니다. 사망이 확실한데 부품이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혹시 테크닉스 기종 것이 맞는지 알아 보고 전화를 주겠다 했다. 다른 곳에도 문의하니 액정 뒷면의 부품명을 알려주면 연락 주겠다 했다. 며칠을 기다렸고 두 곳 모두 연락이 없었다. 한 곳에서는 테크닉스 것이 맞는 것이 없다 했고 다른 곳은 찾아 봤지만 부품을 구할 수 없다 했다. 그 허탈감. 그래서 나도 부품명(파나소닉 SAD16MT22GK) 가지고 인터넷을 검색했다. 드디어 발견! 그런데 기업간 거래 사이트라 한 개만 주문하니 답이 없었다. 다시 50개를 주문하니 답이 왔다. 한 개에 40달러 50개 해서 모두 2천 달러라 했다. 포기! 다른 곳은 한 개 주문도 가능 곳이었다. 와!~ 그런데 주문 총액이 2백 달러 이상만 된다고 한다. 개당 50달러인데 우송료 포함하니 총액이 2백 달러가 넘어 20만원이 넘었다. 이것도 한 달 반을 기다려야 하고. 음...



 캘리포니아 델타 트랜스포트를 매물로 내놓은 용산 오디오 가게 생각이 났다. 맞아 거기 있었지! 그때 원래 리모콘 포함해서 30만원을 불렀다. 이걸 사다 액정을 빼네 고치면 되겠다 싶었다. 당장 달려가 가격을 물었다. 20정도에 깎아서 살 요량으로. 근데 40을 부른다. 어라! 상태로 좋지 않고 제 짝도 없는 그것도 아무도 모르는 캘리포니아를, 됐다 싶었다. 생각해 보니 부산분에게 이 가게에 델타가 있다는 말을 한 것이 기억났다. 두 사람이 찾으니 갑자기 가격을 올렸군 싶었다.

 며칠 후 다시 부산분의 전화가 왔다. 혹시 팔 생각이 없느냐고? 나는 다시 거절했고 용산 가게 얘기를 했다. 그러자 그 분도 용산 가게에 문의를 했는데 처음에는 30을 부르더니 다시 문의하니 40을 부르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가격이 왜 그러냐 따졌고 부산이라 택배 문의를 했더니 거절을 하더라는 것이다. 기기에 이상이 있는 듯 싶었다. 정말 이상한 가게군!. 평소 잘 알던 가게이지만 30만원짜리 기기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거라 기분이 상했다. 몇 번 더 물어보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겠군. 미련 없이 포기!

 부산분이 또 전화를 했다. 또 팔라고, 나는 실은 액정이 나가서 팔 수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분 왈 그러길래 자기에게 팔았으면 되지 않았느냐고 하신다. 그러게~ 세상 일을 알 수가 없으니... 하여튼 그분의 캘리포니아에 대한 집념을 대단했지만 고장이 났으니 그분도 포기였다.



 나는 40를 주고 용산 물건을 사느니 차라리 이베이에서 사는 게 낫다 싶었다. 300불 정도 하니. 그런데 이베이에 델타와 시그마 위 기종인 알파 민트급이 나온 것이었다. 원래 상자와 설명서도 있는 완벽한 상태의 물건이. 가격은 900불, 내 기기를 75만원에 팔려고 했으니 위급 가격 치고는 정말로 좋은 가격이었다. 이걸 사? 그러면 컨버터가 두 대가 되는데, 하지만 이 알파는 진공관이 두 개가 들어가고 또 바란스 입력이 있는 것이라 구미가 확 당겼다. 그런데 물건이 바로 팔린 것이다. 이렇게 빨리! 혹시 부산? 맞았다. 부산분이 구입을 했다는 것이다. 우송료 포함하니 무려 1200달러가 넘었지만 그냥 질렀다는 것이다. 소리에 대한 확신이 있으니. 그 열정이 부러웠다.



 이제 문제는 내 델타다! 그냥 먹통 상태로 한 동안 들었다. 무척 답답했지만 그냥 참아 보기로 했다. 하지만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수리 업자가 말한 테크닉스 기종을 찾아 보기로 했다. 이베이를 뒤져 액정 창을 유심히 살펴 같은 (SL-P212A)게 된다. 그런데 가격은 송료 포함 88달러! 야! 원래 부품 가격인 50달러 보다 조금 비싸니 이걸 사다 이식을 하면 되겠다 싶었다. 당장 구입했고 독일로부터 일주일만에 기기가 도착했다. 그런데 기기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작동을 해 보니 메카니즘 파손으로 작동 불능, 액정을 괜찮고. 이것들이 고장난 것을 보냈나? 어차피 액정이 적출하여 쓰려고 했던 것이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드디어 장기 적출을 시작했고 무사히 이식을 마쳤다. 이상 반응을 없었지만 오래된 기기라 빛이 다소 흐리고 디스크라는 빨긴 글자 표시가 없었지만 작동에는 문제가 없었다. 결국 장식 이식을 통해 델타는 새로 태어나게 되었다.



 이런 사연을 통해 다시 나는 캘리포니아 오디오랩 델타와 시그마를 열정을 가지고 듣게 되었다. 물론 현재는 마크 39를 능가하는 숨겨진 명기로 생각하고 있다. 또 어떤 면에서는 나의 아큐페이즈를 능가하는 부분도 있는 그런 소중한 기기로 자리하게 된다. 아마 이런 것은 진공관 방식에서 기인하는 것이지만 하여튼 소리가 정말로 환상적이다. 또렷한 해상력과 그 개방감의 광활한 소리는 정말 짜릿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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