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이야기

보복스 케이블 이야기-첫 번째(첫 만남)

허당수 2019. 12. 3. 18:19

  스위스제(SWISS MADE) 케이블 보복스(VOVOX)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굉장히 좋은 케이블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것 같아 정보 공유 차원에서 글을 쓴다.

 내가 이 케이블은 처음 본 것은 몇 년 전이었는데 파워케이블이었다. 보복스에서는 단자를 대만제 네오텍 단결정(OCC)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네오텍은 내가 주로 자작할 때 많이 사용하는 단자였는데 보복스에서도 사용되는 것을 보니 단자 성능에 신뢰가 생겼다. 하지만 보복스의 가격은 스위스제답게 꽤나 고가였다. 이게 보복스에 대한 첫 인상이었다. 네오텍 단자를 쓰는 스위스제 케이블! 물론 가격이 나와는 맞지 않아 쓸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보복스 파워케이블 중 가장 아래 등급인 이니티오(INITIO) 케이블이 중고 장터에 나왔는데 가격은 15만 원 불과했다. 보복스는 비싼데? 찾아 보니 원래 가격은 30만 원을 넘는 것이었다. 그런데 반 값이라니? 사서 손해 볼 것은 없다 싶어 바로 구매를 했다. 물론 가격이 저렴하게 나와 전 사용자의 소리에 대한 마음을 알기에 별 기대는 없었다. 평범한 종이 상자에 포장된 케이블은 단단한 선재에 염가형 단자가 채용된 것이었다. 네오텍 단자는 상급인 텍스투라(TEXTURA)에 채용된다. 소리를 들어 보았다. 정말 특이한 소리가 나왔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정말로 이상한 소리였다. 나쁜 소리 같지는 않는데 왜 이리 낯선 것일까? 시간이 지나자 낯섦은 놀라움으로 바뀌게 된다. 아주 탄탄하고 자연스런 음장감에 높은 해상력을 갖춘 훌륭한 소리였다. 나는 횡재 했군! 하면서 아주 흐뭇했다. 내친김에 나는 윗급인 텍스투라를 사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베이를 뒤져보니 4백 달러 정도에 물건이 나온 것이 있었고 바로 구매를 하였다. 보름 뒤 물건은 배송되었고 운 좋게도 세관을 무사 통과했다. 40만 원 남짓에 구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80만 원이 넘은 가격이다.



 소리를 들어 보았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이니티오보다 엄청 좋다란 느낌보다는 상급 소리네 정도였다. 이렇게 두 개의 파워케이블을 쓰게 되어 결국 보복스 애호가가 되었고 홈페이지나 평 등을 찾아 보며 보복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특히 홈페이지(지금은 바뀌었다)에 소개된 자사 홍보 동영상은 너무 인상적이었다. 알프스에서 산악 지역에서 6백 미터 거리에 보복스 케이블을 설치하고 기타리스트가 호수 반대편에서 연주를 하는 아름다운 자연 속의 영상이었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또한 공장이 위치한 곳이 알프스 산 아래라 좋은 환경에서 제조되는 것에도 믿음이 생겼다. https://www.youtube.com/watch?v=cTBZ9p4oMRw



 더불어 보복스가 추구하는 음에 대한 철학도 아주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갖가지 놀라운 기술적 설명과 미사여구가 아닌 좋은 소리의 결과물로만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기술적인 것은 단 한 가지만 밝힌다. 단심의 동선과 친환경 절연물! 이게 기술적인 설명의 전부다. 시시할 정도의. 

 이런 보복스사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 인터케이블을 사려고 가격을 알아 보니 부담스러운 정도였다. 그런데 이 보복스가 원래 유명해진 것이 오디오용이 아니라 프로용 즉 스튜디오나 기타리스트를 위한 케이블이 유명한 것이었다. 그래서 프로용 케이블을 찾아보니 가격이 무척 저렴하여 이것부터 먼저 들어 보기로 했다. 아마 같은 선재를 썼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보복스의 케이블 등급을 살펴보면 프로용은 링크(LINK)와 상급 소노루스(SONORUS) 그리고 오디오용은 이니티오(INITIO)-보칼리스(VOCALIS)-텍스투라(TEXTURA)-텍스투라 포르티스(FORTIS) 이렇게 올라간다. 먼저 링크 가격을 보니 10만 원 정도다. 하지만 길이는 2미터 정말 싸다. 바란스용 2미터를 사서 반으로 잘라 두 개를 만들면 된다. 단자는 뉴트릭이니 가격은 2만 원 추가. 모 사이트(감성포식자라고 해서 인상이 남는다)를 통해 구매를 했더니 직접 배달을 오겠다고 했다. 배달이 왔는데 아주 젊은 친구인데 자기는 미디를 하는 뮤지션이라고 소개를 한다. 그리고는 이 보복스 케이블이 좋으냐고 반문한다. 값이 비싼데 소리도 좋으냐고? 나는 처음이라 모르겠다 했다. 아마도 프로용으로는 엄청 비싼 케이블에 속해 나에게 물어보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선은 한 가닥이어서 먼저 한 쪽만 걸고 들어 보았는데 놀라운 해상력의 소리를 들려준다. 부랴부랴 반으로 잘라 두 개를 만들어 들어 보니 이건 완전 대박이다! 욕심이 생겨 다시 상급 소노루스를 주문한다. 아예 7미터짜리를 사서 세 조 정도로 나누어 만들기로 했다. 물론 바란스용이다. 두 조는 바란스, 한 조는 언바란스를 만들었고 한 조를 동호인에게 빌려 주어 음질을 평가해 달라고 했다. 가격 이름 불문하고. 그는 놀라운 소리라고 극찬을 하면 케이블을 바로 내게 구입했다. 나도 나머지 두 조를 쓰게 된다. 이렇게 해서 나는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 소리의 보복스 인터케이블을 쓰게 된다. 물론 지금까지도 쓰고 있다. 이게 나와 보복스와의 인연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