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캘리포니아 오디오 랩 델타 트랜스포트 액정 수리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당시 멀쩡한 액정을 깨뜨린 이유는 바로 기기의 이상이었다. 잘 재생을 하다 멈추어 버린 증상이었다. 이 증상이 심해진 것은 지난 추석 때였다. 결국 나는 픽업 수명이 다한 것으로 보고 픽업을 교체하기로 한다. 이 기기가 밑면에 제조일을 명시하고 있는데 1995년 10월이니 2019년 9월 현재 24년이 지났으니 픽업 수명이 다 했을 것이라 판단했다. 이제부터 그 긴 과정을 소개한다.
2019년 9월 9일
며칠 전 픽업을 내가 직접 교체하려고 메카니즘을 분해하다 결국 스프링이 튕겨나가 그 위치를 잊어버리게 된다. 이 메카니즘이 복잡하다는 것을 예전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던 터라 정신을 가다듬고 과감히 분해를 했지만 결국 실패를 하게 된다. 그래서 프라임오디오에 의뢰를 하게 되었다. 미리 사둔 픽업과 함께.
다음 날 전화가 왔다. "가지고 오신 픽업 상태가 안 좋아요! 중고에요" 네? 7만 원을 주고 미리 사 둔 것인데 중고라니! 소위 인터넷상에서 여러 가지 픽업을 파는 업자에게 구입한 것인데 문제가 많다는 말은 들었지만 내가 산 것도 중고라니. 나는 다시 이베이를 뒤져 미국에서 새 픽업을 주문하였다.
2019년 10월 10일
주문한 픽업이 한 달이 걸려 도착했다. 이걸 프라임오디오에 보냈다. 전화가 왔다. "이건 더 상태가 안 좋아요!" 네? 새 것을 샀는데! 헐! 나는 그래도 둘 중 하나 상태가 좋아 것으로 보이는 것을 끼워 달라 했다. 새 픽업은 구할 수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프라임오디오에서는 장담은 못한다 했다. 나는 미국 구입처에 항의를 했다. 새 것이라고 했는데 받아 보니 중고라고. 업자는 실수라며 우송료를 뺀 나머지 금액을 환불해 주겠다고 했다. 업자는 환불을 해 주었고 지금도 그 픽업을 새 것이라고 여전히 팔고 있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참고로 이 픽업은 파나소닉 RAE0113Z인데 단종되었고 중국 등지에서 파는 것은 복제품이다. 음질도 나쁨.
2019년 10월 16일
픽업 교체가 완료된 트랜스포트를 찾아 왔다. 프라임오디오에서는 원래 내가 사둔 픽업 상태가 그나마 좋아 보여 그것을 끼웠고 잘 동작된다고 했다. 틀어 보니 잘 작동되었다. 결국 픽업 교체를 통해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싶었다. 그러나 이틀이 지나자 동일한 증상이 나타났다. 나는 프라임오디오에 전화를 해 아마도 픽업이 상태가 좋지 않아 기기를 포기해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러면 혹시 픽업 메카니즘 콘덴서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말을 한다. 그렇다면 멀쩡한 픽업을 버렸다는 것인가? 설마 24년된 픽업이 정상일리가? 하고는 마음을 접기로 했다. 물론 마이애미 픽업도 더 상태가 안 좋아 이 역시 포기였다.
2019년 10월 23일
픽업 메카니즘 콘덴서는 내가 직접 교체해 보기로 했다. 콘덴서를 용량별로 주문을 해 작업을 했다. 그런데 원래보다 키가 큰 것으로 교체하니 픽업 동작 시 걸린다. 키 작은 것을 주문하여 다시 교체하였다. 콘덴서는 모두 12개인데 크기가 작아서 좀 어려웠지만 그런대로 잘 마무리되었다. 동작을 시켰다. 잘 된다. 소리도 바뀌었다. 하지만 곧 괜찮아졌다. 그러면 픽업 문제가 아니고 콘덴서인가? 그러면 원래 픽업은 정상? 모르겠다! 픽업을 버렸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이틀이 지나자 또 같은 증상이 발생한다. 나는 콘덴서 문제는 아니군 했다. 결국 사망 선고를 내리게 된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픽업을 판 인터넷 업자에게 다시 문의를 하니 중고 픽업이 있다고 한다. 내가 살 때는 새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중고라고 한다. 이것을 끼워 볼까 했지만 포기했다. 생각해 보자! 중고 픽업이 있을 수 있을까? 쓰던 기기에서 적출했다는 것인데 그러면 기기 값보다 픽업 값이 더 비싸다는 것인데 말이 안 된다. 중고 픽업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다시 오기가 나서 내가 픽업을 교체해 보기로 한다. 혹시 마이애미 픽업이 될까 하고, 역시 동작 불능, 다시 중고 픽업 장착 역시 불안하게 동작. 결국 나는 수리비와 픽업 두 개 값 만을 날린 채 사망 선고를 내리게 된다.
2019년 10월 29일
프라임오디오에 동작 이상을 설명하니 혹시 픽업이 움직이는 레일에 이물질이 끼면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나는 다시 메카니즘 기판을 떼어 내 구리스를 잘 발라 주었다. 하지만 역시 동작 이상. 구리스를 너무 많이 발랐나? 다시 분해하여 구리스를 닦아 내었다. 역시 동작 이상. 이 문제는 아니군! 결국 사망이군!
2019년 10월 31일
캘리포니아 오디오 랩 트랜스포트 델타 픽업 수명이 다해 사망하심.
2019년 11월 5일
나는 사망 선고가 난 트랜스포트를 그냥 기념품으로 가지고 있고 나머지 시그마 컨버터를 팔아야겠다 생각했다. 프라임오디오에서 트랜스포트가 220V로 전환될 수 있다고 해 컨버터도 220V로 전환해 팔아야지 했다. 그런데 그래도 미련이 남아 이베이에서 중고 델타 트랜스포트를 찾아 보기로 했다. 중고는 없었다. 그런데 독일에서 이 기기를 위한 새 픽업을 파는 것이 아닌가? 당장 주문을 했다. 지난번 마이애미 사기꾼이 떠올랐지만 설마하면서.
2019년 11월 18일
2주 후 기다리던 새 픽업이 독일로부터 도착했다. 정품처럼 보이는 포장이 있었고 또 동봉된 과자도 있었다. 혹시 중고? 조심스런 마음으로 교체를 시작했다. 또 메카니즘을 분해하다 실수를 하면 폐기할 각오로. 또한 콘덴서 문제가 아니었으니 콘덴서도 원래 것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메카니즘 트레이 조립이 역시 어려웠다. 분명 정확한 장착 위치가 있지만 알 수 없었다. 결국 수십 번의 시행 착오를 통해 장착 위치를 찾아내어 조립을 마쳤고 동작도 이상이 없었다. 프라임오디오에서 조립한 것보다 더 정확했다. 하지만 이틀이 지나자 또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이것도 중고 픽업인가? 그런데 증상이 또 같은 것으로 보아 픽업은 정상이 아닐까 아니면 콘덴서가 문제인가? 정말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사망 선고를 내려야 되는 것인가?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왜 늘 같은 고장 증상이 처음처럼 반복되는 것일까? 특히 동작이 완전히 멈추면 전원스위치를 껐다 키는 방법 밖에는 없다. 순간 메인 기판에 RESET란 것이 눈에 들어온다. 리셋이라? 전원을 껐다 키는 것과 같은데.... 여기에도 콘덴서 하나가 붙어 있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이 콘덴서를 바꾸어 보기로 했다.
2019년 11월 22일
한 개의 콘덴서를 주문했지만 최소 수량이 있어 무려 20개의 콘덴서가 도착했다. 가격은 단돈 5백 원! 우송료가 더 비싸다.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자! 마지막 작업이다. 이것도 아니면 포기. 교체를 하는 길에 원위치시킨 메카니즘 기판의 콘덴서도 아예 같이 갈아 버리기도 했다. 둘 중에 하나다란 심정으로. 메카니즘의 기판은 특이하게도 두 개의 모터 전원 연결 부위의 납땜으로 고정된다. 덕분에 픽업을 교체할 때도 이 부분의 납땜을 제거해야 된다. 내가 모두 몇 번이나 납땜을 떼었다 붙였다 했는지도 모르겠다. 한 열 번 정도? 하여튼 조심스럽게 납땜을 제거하여 다시 12개의 콘덴서를 교체하였고 메인 기판도 완전히 분리하여 리셋 회로의 콘덴서 한 개도 교체를 완료했다. 이제 정리를 하면 새 픽업 교체, 메카니즘 기판 콘센서 교체, 리셋 콘덴서 교체. 더 이상 내 능력으로는 할 것이 없다. 동작을 시켜본다. 잘 된다. 아니 또 이틀을 동작시켜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동작 이상이다. 역시 사망인가? 그리고 다시 동작 잘 된다. 이틀이 지나도 잘 된다. 성공한 것인가? 아니야 며칠은 더 돌려봐야 알 수 있어. 계속 동작을 시켰다. 11월 27일 현재 잘 된다. 이제 수리는 정말로 끝난 것인가?
2019년 11월 29일
다시 동일한 증상이 발생했다. 딱 일주일 만이다. 아! 역시 그 어느 것도 고장의 원인이 아니었단 말인가? 멀쩡한 픽업만 간 셈인가, 다시 사망 선거를 내려야 하는가? 아니면 수리점에 맡길 것인가?
내가 이 기기에 이렇듯 침착을 하는 것은 소리다. 정말로 마약과도 같은 소리를 들려주기 때문인데 하여튼 큰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할까나~~
2019년 12월 2일
프라임오디오에 수리 문의를 했다. 완전 먹통입니다. CD를 넣어도 돌리지 않아요, 했더니 CPU가 죽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콘덴서가 의심스럽지만 살릴 가능성은 낮으니 기대는 하지 말라고 한다. 이번에도 내가 해 보려고 메인 기판용 콘덴서를 주문했다. 12개만 필요하지만 역시 58개가 배달되었다.
2019년 12월 4일
수리를 맡기려고 했지만, 순간 용산 오디오 가게에 있는 델타 트랜스포트 재고가 생각이 났다. 액정 사망 당시 구입하려다 가격을 올려 불러 포기한 그 기기 말이다. 그래서 용산 나갈 일이 생겨 사정 얘기를 하면서 다시 가격을 물었다. 25만 원을 부른다. 나는 사겠다고 했다. 다음 날 가장 상태가 안 좋은 복사 CD를 가지고 갔다. 잘 돌아간다. 픽업이 멀쩡하군, 흥분된 마음으로 기기를 들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설치를 하고 얼마 전 원래 델타가 사망 전 환상적인 소리를 들려준 영화 <더 록> 복사 CD를 넣었다. 읽지를 못한다. 헐~ 픽업 상태가 사망 직전이다. 하는 수 없었다. 더구나 소리도 완전히 아니었다. 너무도 날카롭고 건조한 소리었다. 같은 기기인데도 음질은 달랐다.
2019년 12월 6일
가게에서 사 온 델타의 픽업을 교체하기로 한다. 내 것에 있는 새 픽업을 빼내어 이식하면 되기에. 사 온 기기는 1993년 7월 생산, 내 것은 95년 10월이니 더 오래된 구형이다. 외관도 좀 다른데 앞에 파란색 텔타 로고가 없고 뒤면 단자 위치도 다르다. 구형의 픽업 기판을 보니 신형과 모터 위치도 다르다. 분해하면서 보니 픽업 이동 기어를 고정시키는 것이 보인다. 순간 혹시 이것이 틀어져 고장인가 하여, 부랴부랴 내 것을 분해하여 기어를 정확히 위치시킨다. 잘 된다 아니 이런? 나의 조립 불량이었던 것인가? 청음 후 다시 분해하여 더 단단히 나사를 고정시켰다. 그런데 동작이 안 된다. 아니 이런? 이 문제가 아닌가? 내 것에서 새 픽업을 빼내 구형에 이식시켰다. <더 록> 복사 음반을 틀어본다. 전혀 읽지를 못한다. 아니 이런? 내 것에서는 잘 돌아가던 픽업이었는데. 모든 복사 음반을 읽지 못한다. 새 픽업인데. 의문이 끊이질 않는다. 나는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결국 내 델타는 <더 록>의 주제가를 최후 소리로 들려준 셈이다.
하는 수 없이 모든 픽업을 납땜 제거 납땜을 반복하며 끼워본다. 미국 중고, 업자에게 산 중고 픽업, 그리고 구형에 끼워져 있는 것. 그래도 원래 끼워져 있는 것이 가장 나았다. 결국 메카니즘만을 떼어내어 원래 내 것의 본체에 끼웠다. 픽업부는 구형, 본체는 신형인 델타의 탄생이다. 나의 인내력도 한계에 다다랐다.
2019년 12월 8일
일요일 아침 밝은 정신으로 델타를 생각한다. 다시 새 픽업을 구형 메카니즘에 끼워본다. 역시 복사 씨디만 읽지 못한다. 구형 픽업을 내 메카니즘에 끼워 본다. 전혀 인식을 하지 못한다. 다시 구형 메카니즘에 끼워 본다. 잘 된다? 정말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정리해 보면 이렇다. 내 신형 메카니즘은 새 픽업만 인식하고 중고 픽업은 인식하지 못한다. 구형 메카니즘은 중고 픽업은 인식하고 새 픽업은 정품 씨디만 인식하고 복사 씨디는 인식하지 못한다. 추측을 해 본다. 구형 메카니즘은 레이저 강도를 조정하는 것이 있는데 아마 업자가 수리하면서 이것을 조정한 듯 싶다. 그래서 새 픽업은 복사 씨디만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구형 픽업을 내 메카니즘에 끼워 가까스로 동작을 시켰다. 아마도 메카니즘의 동작 상태가 불안정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상태로 메카니즘을 분해하지 않고 새 픽업만 끼워본다. 메카니즘은 정상 동작하는 상태에 픽업을 끼웠으니 당연히 정상 동작! 다시 내 델타가 살아난 순간이다. 이야~ 하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일주일은 돌려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번에도 일주일만에 사망하였으니 말이다. 참고로 픽업에 따라서도 음질이 다른데 중고나 중국제는 소리가 안좋으며 정품이 당연히 좋다. 비교 불가 수준이다.
2019년 12월 11일
며칠 간 잘 돌아가던 것이 또 동작 그만이다. 아주 불안정한 메카니즘이다. 아무래도 구형 메카니즘을 손 봐 이식해야 될 것 같다. 그런데 픽업 감도 조절을 해서 새 픽업이 복사 씨디도 읽게 해야 된다. 이게 큰 문제다 내가 그냥 감으로 조절을 해야되니 말이다. 가변 저항을 조절하여 여러 번의 시험을 해 보았다. 그 어떤 경우도 복사 씨디를 읽지 못한다. 새 픽업인데 복사 씨디만을 읽지 못한다. 신형 메카니즘에서 잘 읽는데. 정말 알 수 없는 노릇이다.
2019년 12월 12일
모든 것을 원위치시켰다. 내 것은 다시 동작이 된다. 물론 며칠 후 또 멈출 것이다. 구형도 잘 돌아가지만 소리가 떨어진다. 내 것은 하루만에 멈추었다.
2019년 2월 23일
구형 본체에 신형 메카니즘(+독일에서 온 픽업)을 끼워 단골 오디오점에 수리를 의뢰했다. 이주일 후 수리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예상했던 대로.
2020년 3월 8일
원래 내 것의 본체에 중고로 한 대 더 구입한 것(구형)의 메카니즘만을 이식하고 중고 픽업을 넣어 사용하기로 했다.
소리는 떨어지지만 그냥 들을 만하다.
2020년 3월 9일 드디어 결론!
픽업을 독일에서 온 픽업으로 교체해 본다. 소리가 확대되면서 고음이 살아난다. 그런데 너무 날카롭다. 물론 복사씨디는 모두 읽지 못한다. 다시 원래 구형에 끼워져 있던 픽업으로 교체해 본다. 소리가 차분하다. 결론이다. 구형 메카니즘(+구형 픽업)을 내 것의 본체(신형)에 연결하여 듣기로 한다. 액정은 구형 것을 쓰기로 했다. 픽업 정리다.(새 것은 없다 있다면 사기이다. 현재 중국 복제품을 만원에 살 수 있다.)
1. 원래 오리지날 픽업(멀쩡한 것인데 잘못된 고장 진단으로 폐기!)
2. 구형 오리지날 픽업(수명이 남아 사용 가능)
3. 독일에서 산 정품이라는 픽업(중국 복제품이라 사기 당함)
4. 국내 업자가 파는 중고 픽업(재생품이라 음질이 떨어짐)
5. 현재 중국 복제품(만원에 파는 것이지만 사자마자 불량이 많아 주의 요망)
내가 현재 쓰는 것은 2번 픽업이다.
예전 소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점이 있어 듣기로 했다. 소리가 그래도 좋다.
'오디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복스 케이블 이야기-두 번째(스피커케이블) (0) | 2019.12.14 |
---|---|
보복스 케이블 이야기-첫 번째(첫 만남) (0) | 2019.12.03 |
업자들의 내통 (2) | 2019.10.17 |
중국제! 마크 레빈슨 (0) | 2019.09.29 |
프리 앰프 방랑기 (2) | 2019.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