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이야기

업자들의 내통

허당수 2019. 10. 17. 22:14




 나의 주력 케이블은 단연 스위스제 보복스(VOVOX)다. 정말 놀라운 케이블인데 특히 스피커 케이블이 압권이다. 나의 스피커 KEF 107/2는 바이-와이어링이라 스피커 케이블이 두 조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보복스로 두 조 모두를 바꿀 수가 없어 먼저 중간 등급인 보칼리스 한 조를 구입하여 창작하였다. 이에 너무 놀라 과감하게 나머지도 위급인 텍스투라를 추가로 구입하여 고음은 보칼리스 저음은 텍스투라로 바이-와이어링하여 듣게 되었다. 뭔가 균형이 안 맞는 것이지만 문제는 돈이었다. 보복스의 등급은 이니티오->보칼리즈->텍스투라의 순이다. 그런데 보칼리제와 텍스투라의 가격 차이가 무려 3배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보칼리스-텍스투라의 이상한 조합이 된 것이다. 물론 소리가 너무 좋았기에 근 일 년 간을 잘 들었다. 하지만 보칼리스를 텍스투라로 바꿔야지 하는 미련이 늘 남아 있었다.

 이에 나는 텍스투라를 한 조 더 구입하기로 마음 먹는다. 보칼리스와 텍스투라를 구입한 용산의 가게로 갔다. 그런데 주인 왈 "지난번 가격으로 못 드립니다!" 하는 것이었다. 지난번은 재고라 특별히 싸게 주었다는 것이다. 물론 구라 즉 거짓말이다. 지난번 텍스투라는 단자 사양이 맞지 않아 스위스 본사로 따로 주문한 것이었다. 당시 가격은 딱 100만 원! 그런데 이번에는 120만 원을 달란다. 나는 발길을 돌렸다. 옆 집으로 가서 같은 텍스투라 가격을 물었다. 140를 부른다. 지난번에 120을 부르던 집이었다. 건너 편에 있는 다른 집으로 향했다. 역시 140을 부른다.

 며칠이 지나 서초동 가게에 물었다. 이 집도 지난번 120를 부르던 집이다. 두 조를 사면 110에 주겠다던. 그런데 이번에는 140을 부르는 것이었다. 140으로 가격이 일괄적으로 정해진다. 이상하다. 다들 내통했나? 100만원을 주고 산 것이기에 같은 물건을 돈을 더 주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얼마가 또 지났다. 방배동 중고 가게에 텍스투라 물건이 올라왔다. 전화를 걸었다. 텍스투라 얼마인가요? 하고 물었다. 업자는 "글쎄요 얼마였는가요?" 하고 나에게 오히려 되묻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자기 기억으로는 180이었다고 한다. 뭐 이런 XX 데가 있나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마치 내가 텍스투라를 찾는 것을 업자들이 알고서는 가격을 한결같이 동결한 것이 아닌가 했다. 하지만 설마하고는 그냥 잊기로 했다.

 그래도 텍스투라에 대한 미련이 가시질 않았다. 몇 달이 흐른 뒤 방배동의 가게에서 프리 앰프를 구입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텍스투라 가격을 물었다. 주인은 수입상에 알아 보고 전화를 주겠다 했다. 연락이 왔다. 가격은 놀랍게도 140이었다. 140 많이 듣던 가격이다. 마치 단합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가격을 지불하고 사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아니 장사치의 농간에 넘어가기 싫었다.

 묘수를 생각해 냈다. 스위스 본사에서 직접 구매를 하는 것이었다. 홈 페이지에 들어가니 창립 15주년 기념으로 25% 한정 할인 판매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당장 구입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한국 수입상을 통해 사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수입상이 새로 바뀌었는데 문의를 하니 스위스에 주문을 하면 3주 정도 걸리고 가격은 90만원이라고 한다. 무려 50만 원이나 싼 가격이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당장 입금을 하였고 24일 만에 물건을 받게 되었다. 빛의 속도로 달려가 택배를 받았고 당장 보칼리스를 제거하고 텍스투라로 연결하였다. 이제 텍스투라+텍스투라 바이-와이어링의 반듯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소리는 길들이기 전이지만 그 위력적인 소리는 정말로 감동적이었다. 

 오디오 하는 이들은 성질이 급하다. 아니 조급하다. 빨리 구해서 들어 봐야 직성이 풀린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급해 하지 않았고 물론 기존의 소리가 만족스러웠기 때문이지만 장사들의 농간 휘둘리지 않고 아주 싸게 잘 구입한 것이다. 그래서 아무래도 장사들은 내가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서로 연락을 해 내통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결 같이 140를 부르니 말이다. 내통! 나의 착각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