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이야기

보복스 케이블 이야기-세 번째(짝퉁)

허당수 2019. 12. 15. 11:22

 나는 이니티오 파워케이블로 시작하여 텍스투라 파워케이블, 소노루스 인터케이블, 보칼리스+텍스투라 스피커 케이블로 말 그대로 보복스 진영을 이루게 된다. 그런데 소노루스 인터가 마음에 걸렸다. 소리는 좋았지만 아무래도 등급이 낮아 보이는게 문제였다. 텍스투라로 바뀌어 보기로 한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평소 알던 가게를 찾아갔다. 보복스 케이블을 취급하던 그리고 내가 처음 파워케이블을 보았던 그 집이다. 이 집은 고가 기기들을 주로 취급하여 나와는 인연이 없었지만 보복스가 있어 그 집으로 가게 되었다. 보복스 텍스투라 인터케이블을 사고 싶다고 하여 가격을 물어보니 250이라 한다. 헉~ 그렇게 비싸지는 않았는데. 250만 원짜리는 그냥 텍스투라가 아닌 최상급 텍스투라 포르티스(Fortis, 나무 상자와 후루텍 카본 단자)였다. 



 나는 그냥 텍스투라라고 했다. 그러자 가게에서는 그것 말고 더 좋은 것이 있다며 "스위스 케이블?"을 권한다. 제품명이 그냥 <스위스 케이블(SWISS CABLE)>이란다. 가격대가 텍스투라와 포르티스 중간 정도였는데 처음 들어 본 것이라 하자 보복스의 허름한 모습이 아닌 고급스런 외관의 휠씬 좋은 것이라 엄청 추켜세운다. 하여튼 텍스투라 가격만도 백만 원대라 그냥 나왔다. 중고를 찾아 볼 요량으로.



  나는 스위스 케이블이 궁금해 자료를 찾아 보았다. 홈 페이지(www.swisscables.com)를 보니 그 모습이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인상을 풍긴다. 특히 멀티탭은 보복스의 것과 거의 같아 보였다. 더군다나 멀티탭에 꽂혀 있는 전원플러그는 네오텍 것이었다. 보복스에서도 사용한 바 있는. 그리고 케이블의 외관 모습도 전부 보여 주지 않고 일부분만을 보여 주고 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국내에서도 판매하는 곳이 내가 갔던 그 집 한 곳에서만 판매하고.

 

 

 위 것은 보복스 아래 사진이 스위스 케이블 멀티탭이다. 또한 모든 케이블의 모습도 보복스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예를 들면 면으로 된 외관 피복, 종이 포장과 표기 방법 그리고 케이블의 두 가지 제품 구별인 IC direct(쉴드 없음)와 protect(쉴드 있음)가 동일한 것이다. 



 이에 보복스 케이블 사장인 외르그 보고트(Jürg Vogt)게 이메일을 보냈다. 일전에 보복스 홈페이지에서 제품 문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답을 준 사람이 나중에 알고 보니 사장이었다. 그래서 사장을 알게 되었다. 사장에게 스위스 케이블을 아느냐? 보복스와 너무 비슷하다라고 편지를 썼다. 그러자 사장은 그 일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라고 했다. 원래는 자기네의 제품 판매점을 오래 하던 사람인데 보복스 제품을 그대로 본따 제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짝퉁? 맞다. 같은 재료를 써 같은 제품으로 만들어 좀 더 고급스런 포장과 모양으로 만든 것이 바로 스위스 케이블이었던 것이다. 중국에서 만드는 짝퉁은 봤어도 스위스에서 스위스 제품을 베끼는 짝퉁은 정말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말하자면 남의 물건을 표절한 스위스제 가짜란 것이다. 나중에 다른 가게에서 스위스 케이블에 관해 물어보니 한마디로 잘라 말한다. 짝퉁이에요! 그렇군. 그러면 소리는? 물론 보복스 수준이다. 같은 재질로 같게 만들었으니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가격은 외관이 더 좋아졌으니 더 비싸다. 두 배 정도. 물론 스위스제 맞다.



  더 이상 스위스 케이블에 대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다시 텍스투라 인터케이블 중고를 찾았다. 이상하게도 보복스는 중고가 드물었다. 보복스가 하이앤드 제품을 출시한 것이 2013년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당시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나는 2018년이 되어서야 이렇게 부랴부랴 뒷북을 치고 있는 것이고. 그러니 중고가 드물었고 또 소리가 좋기에 잘 나오지 않은 것이었다. 그런데 장터에 중고 텍스투라 바란스가 나왔는데 단자가 이상하다. 잘 보니 XLO 바란스 단자(보라색+회색)로 교체된 것이었다. 보복스는 원래 단자는 특이하게도 호주산 암페놀(Amphenol)이라는 것이다. 1942년 창업된 회사로 항공 우주 분야의 커넥터 전문회사다. 소노루스는 뉴트릭, 텍스투라는 암페놀, 포르티스는 후루텍을 사용한다. 주인은 왜 단자를 바꾸었을까? 암페놀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 하긴 오디오에서 사용된 것을 본 적이 없으니. 이에 나는 보복스 사장에게 이 물건에 대해 물었다. 그는 원래 것을 구입하라고 조언을 한다. 그래서 포기했다. 다시 한참을 기다려 원래 그대로의 암페놀 단자의 텍스투라 바란스 인터를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하게 된다.



 셀레는 마음으로 집에 와서 씨디피와 프리앰프 사이에 연결하여 본다. 그간 쓰던 소노루스의 부족한 모든 면이 완전히 해소되는 순간이다. 아주 편안한 그러면서도 맑은 고역과 단단한 저역의 자연스러움이 만족스럽게 펼쳐진다. 더 이상 인터케이블은 신경 쓸 것이 없다할 정도였다. 그러면 소노루스는 어디로 가느냐 하면 프리앰프에서 큐브로 가면 된다. 하지만 바란스->언바란스 연결을 해야 된다. 나는 뉴트릭 단자(XLR)를 네오텍 단결정 핀으로 바꾸고 언바란스(RCA)는 KLE 최상급(Absolute Harmony Plug, 파란색 로고)단자로 만들어 사용하게 된다. 이렇게 하여 나의 보복스 선재 배치를 완료하게 된다. 케이블은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