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이야기

프리 앰프 정착기

허당수 2022. 1. 1. 12:24

마크 레빈슨 No 526

 지난번 프리 앰프 방랑기에서 어드컴 750으로 만족한다고 하였지만 어디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되기가 쉬우랴? 그 당시 미련에 두었던 패스 XP-12를 결국에 들이게 된다. 물론 세월이 꽤 흐른 뒤였지만. 

 패스 프리는 새 것을 사기에는 좀 망설임이 있었다. 더불어 업자들이 가격도 계속 올려 받는 기세였고 그래서 예전부터 장터에 나온 물건을 생각했다. 오랜 기간 나가지 않은 것이라 찜찜했지만 과감히 구입을 결정하고 먼 대구까지 차를 몰았다. 원래 상자가 있어 택배도 가능했지만 실제로 보고 사고 싶었다. 기기에는 특별한 문제는 없었고 기름값을 빼주니 흔쾌히 들고 오게 된다.

 집에서 자세히 보니 아주 깨끗한 것은 아니었지만 기능상 문제가 없기게 만족스러웠다. 첫 소리의 인상은 좋았다. 기존의 멍청한 패스 프리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그런 소리였다. 안을 열어 보니 역시나 115, 230V용이다. 그러니 230V에 쓰는 것이 맞는데 내 파워텍이 230을 지원하지 않는다. 결국 230이 지원되는 차폐 트랜스를 들이게 된다. 차폐는 선호하지 않지만 프리 정도의 저용량 기기에는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예상대로 230V에서 더 좋은 음감을 선사했고 휴즈도 하이파이튜닝으로 교체하여 만족스럽게 잘 쓰게 되었다.

 

패스 XP-12

 이렇게 패스 프리에 정을 붙일 무렵 갑자기 장터에 마크 26S(RCA)가 떴다. 지방이지만 가까운 천안이었다.  26은 들어 봤지만 그래도 S에 대한 미련이 있어 이 기기를 들고 오게 된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탓일까? 너무도 날카로운 소리였고 설상가상 기기의 상태도 보기와는 달리 영 아니었다. 특히 원래 인치 나가사 센티 나사로 바뀌었고 더 큰 센티로 조이니 구멍이 넓어져 원래 인치 나사를 구해도 소용이 없는 노릇이었다. 그것도 세 개씩이나~ 

 판매자한테 반품하기가 왠지 싫다. 그래서 판매자가 산 가게에 덛져 주고 아큐페이즈 2800을 들고 오게 된다. 물론 손해를 감수하고. 그래서 한 동안 패스와 아큐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부드러운 음감에서는 아큐페이즈가 좋았고 선명하고 또렷한 음감에서는 패스가 좋았다. 그래서 생각했다. 혹시 두 가지의 특성을 만족시키는 프리는 없을까? 그러던 차에 예전부터 눈여겨보았던 제프 롤랜드의 콘체르토 프리가 나와 바로 구입을 하였다. 예전에 쓰던 시너지보다는 좋았지만 현재 듣고 있는 패스에는 미치지 못했다. 결국 방출하게 된다.

 

제프 롤랜드 콘체르토

 곰곰이 생각했다. 패스도 좋지만 너무 선명하여 풍부함이 없고 부드러운 아큐페이즈는 선명함이 덜하고 제프는 다 좋은데 뭔가 허전하고 그래서 팔아버린 어드컴이 생각이 나기도 했지만 그것은 정말 아니다. 오래 쓰던 탓에 좋은 소리로 남아 있는 추억이랄까?

  이 모든 프리를 구입하면서 아쉬웠던 것은 중고 기기의 상태였다. 다들 좋다고들 했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존재하였다.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된 기기라 정성적인 제품을 찾기가 어려워 보였다. 그래서 결단을 내리게 된다. 신품을 사자, 뭘로? 패스와 아큐의 특성을 모두 지닌 마크 레빈슨으로. 물론 예전에 들인 320S가 생각나 326S를 떠올렸다. 하지만 오래되었다. 상태 좋은 것을 찾기는 어렵다. 320S도 결국 고장을 반품하였고. 그래서 과감히 신형의 신품인 526으로 지르게 된다. 가격(2만 불)은 비쌌지만 더 이상 썩다리들에게 시달리기가 싫었다.

 개봉하지 않은 상자 그대로의 마크 No 526이 배달되었다. 바로 열어 연결하여 본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한 쪽이 먹통이다. 가게에 전화를 한다. 새 것으로 교환해 주겠다고 한다. 다시 새 물건이 왔다. 기기 상태는 멀쩡했지만 리모컨에 지워지지 않은 얼룩이 있다. 신품인데? 나중에 리모컨만을 들고 가게에 가니 사장은 가게에 있는 비닐로 싸서 사용한 리모컨으로 교환을 해 주었다. 물론 상태는 더 좋았다. 이렇게 하여 마크 레빈슨 526으로 안착하게 된다. 이렇게 신품에 문제가 생긴 것은 다름 아닌 중국 생산(주인은 삼성)이기 때문이다. 물론 거의 모든 조립은" 자동화 기기가 하지만 아무래도 품질 관리가 허술한 탓이다. 나도 이게 마음에 걸렸지만 결국 이런 사달이 난 셈이다. 그러나 기기 그 어디에도 "china"란 표시는 없고 "Designed and assembled in U.S.A."란 궁색한 문구만 있다. 그리고 No 526은 과거의 No 26을 계승한다는 의미이며 전압은 과거와 달리 220V를 지원하지 않고 230V이다.

 

앞 쪽에 스티커가 붙은 부분이 전원부
내부 전원부

 예상대로 소리는 패스의 선명함과 아큐의 부드러움 모두를 가지고 있었고 마크 특유의 두터움 질감 또한 좋았다. 역시 마크 프리였다. 유명한 26 소리는 빈티지풍의 소리란 생각마저 드는 과거의 명기로만 남겨 두고 싶고 반면에 526은 일취월장이다.

 이제는 나의 필살기가 들어갈 차례이다. 먼저 휴즈의 교환이다. 안을 열어 보니 헉~ 무려 네 개의 휴즈가 창작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기기 보호를 위한 결벽증! 인렛 쪽과 전원부 쪽에 두 개씩 모두 라이브 뉴트럴이라 총 네 개가 된다. 기기 태워먹을 일은 없겠군! 할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거금을 드려 네 개 모두를 하이파이튜닝 휴즈로 바꾼다. 역시 소리가 윤기가 있어진다. 다음은 인렛 단자에서 전원까지의 선재 교체이다. 마크는 특이하게도 전원부를 전면에 배치하고 뒤쪽 인렛 단자에서 배선을 통해 연결하는 구조다. 말하지만 기기 내에서의 전원부 분리 개념이다. 교체 선재는 네오텍 7N 순은 단결정이다. 가격(미터당 33만 원)이 사악하지만 효과는 만점이다. 더불어 패스톤 단자도 후루텍 순동 단자를 썼다. 이렇게 하여 더욱 고품질의 마크 프리가 되었고 대만족 하며 쓰고 있다. 특히 내장된 포노 앰프 성능이 좋은데 이에 비해  컨버터인 DAC의 성능은 다소 고역이 날카로워 사용하고 있지 않다. 

 

전원부 쪽의 두 개의 휴즈
인렛 스위치에 연결된 내부 선재
전원부에 연결된 내부 선재
네오텍 순은 단결정 선재로 교체된 내부 선재, 금도금 패스톤은 후루텍 순동 제품
떼어낸 내부 COMPLIANT 선재

 사족 마크 프리 526이 너무 좋아 파워도 같은 짝인 No 534를 구입하게 된다. 하지만 소리가 패스 알레프와는 다른 것이었는데 따스함이 많이 부족해 보였다. 그런데 마침 기기가 이상이 있었고 특히 본체와 상자의 일련번호마저 달라서 쉽게 반품을 할 수 있었다. 마크는 역시 프리가 좋은 것 같다.

 

마크 레빈슨 No 534 파워 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