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후루텍은 주로 오디오 단자를 만드는 업체다. 물론 케이블도 있지만 그 품질이 단자만은 못하다. 특히 전원 단자의 품질은 이제 천하통일을 이루지 않았나 할 정도로 대단한 것인데 그 중심에 있는 것은 바로 Fl-50 NCF다. 이것은 이전의 스테인리스에 카본을 입힌 Fl-50의 신형인데 플라스틱 재질을 후루텍의 특허 기술인 NCF로 바꾸면서 진일보하게 되고 이것이 최고의 위치에 자리하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세계 유수의 고가 전원 케이블에 표준적으로 채택될 만큼 그 신뢰도가 높다 하겠다. 특히 그 외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화려하고도 듬직하다.
그런데 지난해 나는 "오디오 액세사리"란 일본 잡지에서 흥미로운 글을 발견하게 된다. 기사의 내용은 일본의 유명 평론가들이 직접 선택한 재료들을 가지고 전원 케이블을 손수 만들어 비교 청음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단자를 선택함에 있어서 당연히 후루텍의 최고 제품인 Fl-50 NCF를 추천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바로 아래 등급인 Fl-48 NCF을 이구동성으로 추천하여 쓰는 것이었다. Fl-48 NCF에는 모두 세 종류 즉 금, 은, 로듐이 있는데 이 중 로듐이 위 등급인 Fl-50 NCF를 능가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가격은 더 싸다.
싸고도 좋은 물건이 있는데 구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당시 국내에도 이 Fl-48이 들어 와 잡지에 시청기도 실렸지만 이상하게도 재고가 없어 구입을 하지 못하였다. 더군다나 가격이 플러그인 경우 38만 원이나 해서 Fl-50 40만 원과 차이가 거의 없었다. 결국 Fl-48을 살 사람은 없어 보였고 국내 수입은 중단되었다. 하지만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해 해외에서 따로 구입을 하게 된다. 관세와 우송료를 포함하여 30여 만원이 들었다.
자, 이제 일대일 비교다. 먼저 외관은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스테인리스에 카본과 은을 도포한 화려한 Fl-50의 압승이다. 반면 Fl-48은 그냥 스땡이다. 아무런 가공이 없는 원래의 스테인리스다. 마치 대머리와도 같은 볼품 없는 것이었다. 물론 플라스틱은 두 기종 모두 NCF이며 도금도 둘 다 로듐으로 동일하다. 말하자면 외부 몸통인 스테인리스의 표면 가공만 다른 셈이다. 또한 무게도 차이가 나는데 Fl-50이 약 157g인데 반해 Fl-48이 175g으로 더 무겁다.
소리를 들어 본다. 사실 Fl-50의 소리는 고급스럽고 질감 있는 것이지만 고역이 다소 아쉬웠다. 그런데 바로 이런 고역의 아쉬움이 Fl-48에서 해소되는 것이 아닌가? 더 높게 뻗는다. 이럴 수가! 이래서 일본 평론가들이 한결같이 Fl-48을 추천하였던 것이었고 그들이 만드는 케이블에도 채용했던 것이다. 이건 하극상이다. 어떻게 더 싼 밑 기종이 상급기보다 소리가 좋을 수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더 낫다.
그렇다면 스테인리스 표면에 카본과 은을 입힌 것이 오히려 음질에 악영향이란 것인데, 그렇다면 후루텍측의 실수가 아닌가? 카본은 그저 화려한 외관을 빙자하여 가격을 올려 받은 꼼수였단 말이가? 나는 그렇다고 생각된다. 더 이상한 것은 발매 순서가 Fl-50 -> Fl-50NCF -> Fl-48NCF라서 Fl-48이 제일 나중에 발매된 것이다. 마치 개선품처럼. 자세히 보면 실수를 자인한 꼴이다. 어찌되었든 싸고도 소리가 좋으니 반기지 않을 수 없다. 말 그대로 뚝배기보다 장맛인 것이이다. Fl-50은 뚝배기만 좋은 것인가?
참고로 후루텍의 로듐의 도금은 쉽게 벗겨진다. 인렛 쪽은 보이질 않지만 플러그 핀은 오래 체결을 반복하면 로듐이 벗겨지고 내부이 구리가 드러난다. 혹시 중국에서 생산?
*왼쪽 플러그가 검은색인 것은 NCF가 아니어서다. 나는 가격이 저렴한 것을 고르다 보니 실수로 구매하였고 물건을 실제로 받고 나서야 NCF가 아닌 것을 알았지만 음질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사용하는 데 지장이 없었다. 참고로 음질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플러그보다는 기기쪽 즉 IEC이다.
Fl-50은 중국제 짝퉁이 있지만 Fl-48은 짝퉁이 없다.
'오디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원 단자의 최고봉 (0) | 2022.03.29 |
---|---|
트랜스페어런트 최상급에 싸구려 단자를? (0) | 2022.03.19 |
프리 앰프 정착기 (1) | 2022.01.01 |
레벤이라는 진공관 앰프에 대하여 (1) | 2021.12.21 |
공짜로 주워 온 시스템 (0) | 2021.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