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에 매일매일 잠복하던 중 어느 날 "트랜스페어런트 뮤직링크 MM" 이란 전원케이블이 출현한다. 그러나 내가 기억하고 있는 트랜스페어런트는 도시락통이 달린 케이블인데 없는 제품보다도 못한 것으로 인식되어 있었다. 아마 약 30년 전인 1990년대 일 것이다. 몬스터가 널리 사용되던 때인데 트랜스페어런트는 초기 시절로 도시락통이 달린 인터케이블은 써봤는데 영 소리가 아니었다. 멍스터와 같은 수준 그래서 이후 초고가로 나오는 트랜스페어런트에는 거의 관심이 가지 않았다.
도시락통은 원래 MIT 케이블에서 시작된 것인데 여기서 근무하던 이가 나와 차린 회사가 트랜스페어런트이다. 도시락통의 정체는 보통 네트워크 박스라고 하는데 고주파 잡음 필터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나도 당시 타이스에서 나온 도시락통이 달린 레퍼런스 전원케이블은 구매하였는데 성능이 좋아서 지금까지 단자를 바꾸어 가면 잘 쓰고 있다. 이 모든 제품들은 그 통을 열어 보기 힘들게 해 놓았고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다. 소리가 좋으면 그만이니. 또 최근에는 킴버에서 나온 팔라디안이라는 최상급 전원케이블을 들였는데 이것 역시 킴버의 염가형 모델에다가 큼지막한 도시락통만을 부착한 모델인데 가격은 무려 네 배가 넘었다. 물론 소리는 좋았다.
특이한 것은 이렇게 도시락통이 달린 제품들은 선재에 대한 기술이 없다. 트렌스페어런트는 그냥 OFC 구리선이다. 아마도 선재에는 기술이 없으니 도시락통에 기술이 있는 것이고 선재에 기술이 있으면 도시락통 따위는 필요가 없는 셈이다.
그런데 또 이번에도 도시락통이 달린 트랜스페어런트 전원케이블이 아주 저렴하게 중고가 나온 것이다. 등급은 뮤직링크 MM.트랜스페어런트 등급은 구별하기가 아주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등급 조사를 해 보니 레퍼 런스와 프리미엄이 있고 레퍼런스가 윗급이다. 레퍼런스 안에는 MM -> XL -> reference 순이다. 레퍼런스에 또 레퍼런스가 있다. 하여튼 최고 등급이 MM이다. 지금은 다시 바뀌어 MM2가 출시되고 있고 레퍼런스 윗급으로 오푸스가 새로 생겼다.
말하자면 뮤직링크 MM은 2010년경 최고 등급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국내에서는 2008년 출시가 250만 원이었다가 2010년 290만 원으로 인상되었다. 영국에서도 1,600파운드 즉 255만 원이나 한다. 최상급다운 고가의 제품이다. 그런데 중고가가 이상하다. 70~80만 원 사이에서 거래가 된다. 290만 원짜리가? 횡재인가 아니면 골칫거리 물건? 폭풍 검색을 해 보았지만 자료가 별로 없다. 비인기 제품으로만 여겨졌고 그래서인지 장터에 나온 물건은 일주일 동안 나가질 않았다. 더 이상한 것은 원래 포장 상자인데 물건은 MM인데 상자는 신형인 MM2다.(MM2에도 신형 구형이 따로 있다고 한다) 판매자에게 물어보니 자신도 중고로 구입할 때 그냥 같이 따라온 상자라고만 말한다. 나는 혹시 MM2로 업그레이드한 것이 궁금해서였다.
결국 나도 일주일 간의 장고 끝에 사기로 마음먹는다. 지방이었지만 하루 만에 택배가 도착하였다. 상자가 엄청 크다. 선재가 또 뻣뻣하여 사용하기가 좀 그렇다. 하여튼 기대반 우려반으로 시청을 하니 첫인상은 나쁘지 않다였다. 회사 명칭대로 트랜스페어런트 즉 투명도가 좋아 두루두루 무난한 편이었다. 그런데 한참을 들으니 고역의 산만함이 느껴진다. 최상급인데? 의심의 눈초리는 단자로 향하게 된다. 먼저 플러그는 독일제 ABL이다. 옛날에 구입했던 타이스 레퍼런스에도 사용된 단자다. 오디오용 단자가 없던 시절에 주로 쓰던 것으로 최근까지 인기 있는 독일제 메네케스와 유사하지만 값은 반 값이다. 메네케스가 만 원인데 ABL은 오천 원이다. 싸구려다. 접지 단자의 연결도 쉽지 않은 염가형 일반 단자다. 물론 백 년이 넘은 회사이지만 오디오용이 아닌 일반 단자를 만드는 회사다. 메네케스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기기 쪽인 IEC다. 생김새는 마린코나 와트게이트 320이다. 둘은 아마도 같은 공장에서 생산되는 동일 제품으로 알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상품명 표기가 없다. 사진에 보는 것과 같이 지운 흔적이 남아 있다. 아마도 마린코로 추정된다. 이 또한 싸구려로 음질은 예전에 들어 보았지만 슐터보다 떨어지는 수준이다. 와트게이트도 마찬가지다. 와트게이트는 일반용과 오디오용이 따로 있고 킴버 팔라디안에는 와트게이트 오디오용 최상급(390evo+350evo)이 채용된다.
트랜스페어런트 최상급 제품에 오천 원짜리 싸구려 단자를 썼다? 뭔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물론 2천만 원짜리 실텍 전원케이블에도 예전에는 후루텍 염가형이 쓰였고 염가형에는 하이파이튜닝사 제품이 쓰였다. 지금은 후루텍 NCF로 변경되었지만. 물론 전원케이블 출시 초기에는 XLO도 메네케스와 슐터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점점 오디오 전용 단자로 다들 바꾸었다. 그런데 2008년에 출시한 제품인데 오천 원짜리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은 와트게이트로 변경되었다.
결국 나는 단자를 바꾸기로 한다. 네오텍에서 나온 최상급인 단결정 로듐 단자다. 흔히들 후루텍의 Fl-50 Ncf를 많이 쓰지만 가격을 떠나서도 전체적인 음질은 네오텍이 앞선다. 단자 안을 열어 보니 무슨 쓰다 남은 휴지가 같이 들어 있고 또한 마감 처리가 아주 지저분하다. 섬세한 솜씨가 전혀 아니었다. 물론 회사 입장도 이해는 되지만 최상급 제품은 따로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가끔씩 내가 전원케이블을 중고로 팔 적에 팩토리 제품 즉 공장에서 나온 완제품인가를 따지는 분들이 있다. 자작은 사지 않겠다고 하면서. 개인이 정성스레 만든 제품(자신이 쓰려고 만들었기에 잘 만들 수밖에 없다)은 필요 없다고 한다. 전원케이블 단자는 절대로 기계로 조립이 되지 않는다. 그럼 누가 조립할까? 장인, 숙련공 아니면 저임금의 노동자? 판단은 본인 자유다.
나는 수축 튜브도 바꾸고 선재 가닥을 다시 정리하여 절단도 새로 했다. 지저분한 것도 닦아내고. 정성스레 다시 조립을 한다. 드디어 시청, 소리가 완전히 바뀐다. 마치 오픈카의 뚜껑을 열었을 때의 개방감이 느껴진다. 그냥 하늘이 뚫리는 느낌이다. 고역의 부드러움과 큰 무대감, 적당한 잔향까지 생긴다. 말이 필요 없다. 최상급다운 소리로의 극적 반전이다. 트랜스페어런트사는 왜 이렇게 했을까? 자신들의 좋은 제품을 스스로 훼손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가격이 290만 원인데 단자 값을 아끼려고 제품의 질을 낮춘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여튼 네오텍 단자로 교체된 파워링크 MM은 마치 등급이 다른 선처럼 완전히 차원이 다른 소리로 변신하였다. 네오텍 단자는 전원케이블의 필살기라 할 것이다!
생각해 보니 이 제품의 중고 가격이 이렇게 곤두박질친 것은 아마도 싸구려 단자로 인한 음질 저하라고 여겨진다. 말하자면 중고가인 70~80짜리 소리라는 것이다. 보복스에 엑셀수스라는 전원케이블이 있다. 가격은 50만 원대로 단자는 후루텍 염가형이다. 여기에 한 조에 80만 원짜리 NCF 단자를 쓰면 당연히 소리는 좋아지겠지만 그렇게 되면 배보다 배꼽이 커지게 된다. 물론 나는 선재의 소리가 좋기에 나중에 단자를 교체하였다.
보통 전원케이블에서 선재가 70~80% 단자가 20~30%의 비율로 소리를 좌우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물론 선재가 형편없는데 단자만 좋다고 소리가 좋아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고가의 케이블일수록 매칭이 또 다른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다시 말해 좋은 선재에 무조건 좋은 단자가 최상의 결과로 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선재가 어느 정도의 품질이 확보되었다면 단자가 좋으면 당연히 더 좋은 소리가 나오게 된다.
트랜스페어런트 파워링크 MM 분명 좋은 선이다. 하지만 단자로 인해 완전히 저평가된 제품이라 말하고 싶다. 외국에서도 이미 중고가 100만 원대로 형성이 되어 있음이 이를 반증한다. 전원케이블의 소리가 어느 정도 잠재력이 있어 보이면 단자를 좋은 것으로 바꾸면 훨씬 더 좋은 소리가 됨을 힘주어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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