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케이블에서 단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20~30% 정도로 음질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재의 음질이 워낙 좋다면 아무 단자를 붙여도 좋은 소리가 난다. 하지만 선재의 음질이 열악하다면 아무리 좋은 단자를 붙여도 소용이 없다. 왜냐하면 선재의 안 좋은 소리를 단자가 더 좋은 소리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원 케이블을 만드는 회사에서는 다름대로 자사의 선재의 성능에 걸맞는 단자의 채용에 신경을 쓰게 된다. 말하자면 선재의 성능을 최대한 이끌어 내는 좋은 단자가 필요하게 된다. 전원 케이블 출시 초기에는 오디오 전용 단자가 없던 시절이라 슐터, 메네케스, 와트게이트, ABL 등을 써었다. 하지만 이제는 오디오 전용 단자들이 여러 종 출시되어 이런 막 단자를 쓰는 경우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아마도 이런 오디오용 전원 단자의 효시는 오야이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오야이데는 단자의 재질은 구리보다도 전도율이 떨어지는 인청동(심지어는 황동보다 떨어진다)을 사용하여 대역폭이 좁다. 그래서 거기에 금, 로듐, 팔라듐 등을 도금하여 음색의 변화만을 추구했다. 그래서 한계점에 부딪쳤고 지금은 오야이데를 능가하는 단자들이 많이 나와서 그 효과가 퇴색되고 말았다. 바로 그것은 후루텍 NCF(Fl-50)의 출현이다. 후루텍 단자의 재질은 순동이며 여기에 로듐이나 은, 금을 도금한다. 하지만 후루텍의 진짜 기술은 몸통(진동)에 있다. 단자의 플라스틱을 NCF라는 특수 소재를 채용하였고 몸통에는 묵직한 스테인레스에 카본을 입힌 것이다. 특히 모양이 근사하여 압도적인 느낌을 주는 최고 단자로 군림하게 된다. 이에 많은 케이블 회사들이 앞다투어 채용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압권은 두 개에 80만 원이나 하는 가격으로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
하지만 외국에서 간혹 이 단자 음질에 의문점을 제기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물론 오야이데나 후루텍 하급 단자보다는 월등히 뛰어난 음질을 보여 주지만 뭔가 아쉬움이 있다는 것인데 그것은 고역의 뻗침이 다소 미흡한 것이다. 바로 이런 것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민 이는 네오텍이라는 단결정(OCC) 전문회사다. 네오텍은 단자의 재질을 구리 단결정으로 만든 것이다. 더 이상 좋은 재질(은은 물러서 단자로 만들 수 없다)은 없는 것이라 최고이며 또 세계 최초다. 하지만 초기 품질이 좋지 않아 많이 보급되지는 못하였고 차츰 품질을 개선하여 스위스의 보복스나 미국의 와이어월드에 채용되기에 이른다. 그런데 네오텍은 단자 재질은 최고이지만 몸통이 단순 플라스틱으로 옥에 티라고 할 수 있다. 오야이데의 경우도 허름한 플라스틱이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은 몸통을 완전히 개선하지 않고 편법이라 할 수 있는 카본 링을 추가하게 된다. 그것도 궁색하게도 그냥 접착제로 부착한다. 하지만 무늬가 아닌 진짜 카본 재질로 고역의 음질을 개선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런 네오텍은 보통 단결정 금도금 단자(카본 없는)가 널리 보급되었는데 이것의 음질이 후루텍 Fl-50과 쌍벽을 이루는 성능을 보여 준다. 일대일로 비교 시청해 본 결과에 의하면 대역폭이 후루텍보다 넓고 특히 저역이 더 내려가고 고역도 더 뻗는다. 다만 후루텍이 보여 주는 묵직하고 고급스러운 질감이 없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런데 최근 카본 링과 로듐을 도금한 단자는 이를 능가하는 강력한 고역의 투명함으로 후루텍을 넘어서는 쾌거를 이룬다.
여기서 재미 있는 사실은 후루텍 Fl-50 NCF를 뛰어넘은 것이 또 하나 있는 데 그것이 다름 아닌 하급의 후루텍 Fl-48(로듐) NCF라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이미 회자되어 일명 하극상 단자로 불린다. 그런데 네오텍 로듐 카본은 이 Fl-48마저도 쉽게 넘어 버린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까지 그 어떤 회사에서도 이를 채용하고 있지 않고 다만 와이어월드 최상급에 카본 없는 골드 단자가 쓰인다.
그래서 나는 후루텍 Fl-50을 Fl-48로 바꾸었고 다시 네오텍 로듐 카본으로 모든 단자를 싹 바꾸게 된다. 그런데 흐뭇한 것은 가격이 네오텍(30만 원)이 싸기에 오히려 돈이 남았다. 자 이제 개인적으로 단자의 순위를 매겨 보고자 한다.
1위. 네오텍 로듐 카본(OCC)
2위. 후루텍 Fl-48(R) NCF
3위. 후루텍 Fl-50 NCF, 네오텍 금 카본(OCC)
4위. 후루텍 Fl-50, 네오텍 금(OCC), 와트게이트 390AU evo
5위. 오야이데 F1, 후루텍 Fl-38(R)
6위. 오야이데 046(팔라듐), 네오텍 금(OFC)
*간혹 중국제 단자(순동, 로듐 도금 등등 하면서)가 좋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결코 좋을 수가 없다. 소리는 나지만 음질은 막단자 수준이다. 이런 단자가 좋으면 유명 업체에서 써야 되는데 단 한 곳도 쓰는 곳은 없다.
순위는 개인적 소견이라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밝힌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마그네슘으로 유명한 티굴 전원케이블의 경우 네오텍 로듐 카본 단자보다 후루텍 Fl-50이 더 좋은 경우인데 아마도 티굴 선재의 해상력이 워낙 좋아 네오텍의 고해상력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소위 매칭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라 하겠다.
후루텍 Fl-50도 고급스러운 질감을 갖춘 좋은 음질임에는 틀림 없다. 하지만 넓은 대역폭과 강력한 고음으로 무장한 네오텍이 더 나아 보인다. 더불어 가격은 후루텍이 40만 원이나 하지만 네오텍은 반 값도 안 되는 15만 원이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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