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이야기

〈자클린의 눈물〉이란 곡의 정체는?

허당수 2024. 8. 8. 19:33

 

 

 1986년 독일의 오르페오 레이블에서 나온 밤의 하모니(Harmonies du soir)이라는 첼리스트 베르너 토머스(1941~ , 독일)의 소품집이 있다. 이 음반의 첫 곡이 프랑스 오페레타의 창시자인 오펜바흐의 "Les larmes du Jacqueline(자클린의 눈물)"이란 곡인데 친숙한 선율과 비가풍의 분위기 덕분에 높은 인기를 구가한다. 더불어 국내 클래식음반 사상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리게 된다. 이에 토머스는 1996년 내한 공연을 갖기도 하였다. 결국 이런 인기에 힘입어 첼로 소품의 명곡으로 자리하게 되고 여타 첼리스트들도 녹음을 남기게 된다.

 그런데 정작 이 곡의 정체가 모호한데 글로브(Grove) 사전의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 1819~1880, 프랑스) 작품 목록에도 등재되어 있지 않은 곡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소문에 의하면 베르너 토머스가 새롭게 발굴한 곡이란 것인데, 오펜바흐의 작품 Harmonies Du bois(숲의 하모니)  Op.76 중의 하나로 제목은 베르너 토머스가 따로 붙인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Op.76은 모두 네 곡인데 나머지 곡은 〈Le Soir〉, 〈Élégie〉, 〈La chanson de Berth〉라는 것이다. 이런 자클린의 눈물은 1846년 작곡되어 프랑스 시인 우세(Arsène Houssaye, 1815~1895)에게 헌정되었다고 한다.

 일설에는 요절한 천재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Jacqueline du Pre, 1945~1987, 영국)를 떠올리며 헌정되었다고 하지만 불치병으로 고통스럽게 죽어 가는 사람에게 헌정한 만한 곡은 아니라서 근거 없는 이야기이다. 또한 곡이 발표된 것이 1986년(1983, 85년 녹음)이라 시간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뒤 프레 사망 전 발표된 곡이니. 한마디로 떠도는 헛소문일 뿐이다.

 그렇다면 왜 자클린이라는 이름이 나온 것일까? 작곡가 오펜바흐 딸의 이름이 바로 "Jacqueline Offenbach"이고 자신의 이름도 남성형인 "Jacques"이다. 그래서 오펜바흐가 자신의 딸을 위해 작곡한 피아노곡 중에 "Jacqueline"란 것이 있다. 또한 오펜바흐가 젊은 날 첼리스트로 명성을 날리던 시절 말타(Martha)란 오페라로 유명한 작곡가 플로토(Friedrich von Flotow, 1812~1883, 독일)와 같이 연주하면서 만든 첼로 작품이 다수 있는데 그중에 "Les larmes(눈물)"란 곡이 있다.

 그래서 혹시 베르너 토머스가 이 "눈물"이란 곡과 "자클린"이라는 피아노곡을 염두에 두고 자신이 만든 곡이 자클린의 눈물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하게 된다. 특히 눈물이란 곡의 분위기가 자클린의 눈물과 흡사해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베르너 토마스는 이 곡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오르페오 음반 내지 해설에도 곡의 발굴이나 진위에 대해서도 언급된 바는 없다.

 참고로 Harmonies du bois라는 작품 속에 포함되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오펜바흐의 곡 중에는 Harmonies du soir〉라는 곡이 따로 있다. 또 Chant du soir라는 작품도 있고 〈Le soir〉가 있고, 뭔가 복잡하고도 이상하지 않은가? 

 그리고 오펜바흐의 이름을 보면 바흐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데, 원래 그의 아버지 에베스트(Issac Juda Eberst)가 태어난 곳이 독일의 Offenbach am main이었고 그곳에서 유명한 음악가였기에 성을 오펜바흐로 바꾼 것이다. 그래서 자크 오펜바흐의 원래 이름은 Jacob  Eberst로 프랑스로 이주하면서 Jacques Offenbach로 바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