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이야기

멀티탭 이스턴 세븐(Eastern 7) 이야기

허당수 2021. 1. 26. 11:50

웨스턴 7(검은색), 이스턴 7(분홍색)

 오디오 전원 장치가 오히려 음질에 해가 된다는 이들이 많다. 벽체 콘센트에서 직결이 가장 좋다고 하는 것인데 특히 파워앰프의 경우가 그렇다고 한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여타 가전기기의 영향 때문에 전원 장치를 거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내가 그렇게 쓰고 있다. 그런데 직결을 하는 경우에도 벽체 콘세트의 숫자가 한정적이라 멀티탭을 쓰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 보자 이것이 이스턴 세븐의 개발 계기이다.

 작업은 파워텍과 진행 되었는데 먼저 필터는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으므로 넣지 않았고 모양은 긴 막대형을 선택하였다. 참고로 예전에 나온 것은 필터를 장착한 바 있다. 콘센트 개수는 보통 여섯 개가 많은데 일곱 개로 하였다. 여덟 개로 하면 좋으나 그렇게 되면 길이가 너무 길어진다. 재질은 알루미늄 덩어리이다. 나무나 아크릴보다 단가가 훨씬 비싸다. 내부 선재는 단결정 고순도 구리 선재로 굵기는 AWG12(25A, 직경 2mm)이다. 그리고 연선이 아닌 단심선인데 단심선이 쪽이 힘도 좋고 저역도 깊다.

 콘센트는 베커를 사용하였는데 유명한 후루텍 ncf와 비교하였지만 예상 밖으로 베커가 압도적으로 우수했다. 그리고 오야이데도 좋은 음질이었지만 단가가 너무 높아 포기했다. 그런데 베커도 삽입식(직결)과 나사 연결식(링단자 사용) 두 가지가 있었는데, 나선 상태로 비교 청음 결과 삽입식이 더 우수하였다. 나사식은 실제 작업에서 링단자를 쓰기에 음질은 더 떨어진다. 한편 삽입식 연결 시 선과 선을 링으로 압착하여 한 선으로 연결하는 방식과 두 선을 따로 콘센트 삽입구(베커는 벽체용이라 두 개의 삽입구가 있다)로 연결하는 방식 중 청음하여 더 좋은 음질인 따로따로 선을 꽂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콘센트는 극저온 처리로 음질을 더욱 가다듬었다. 여담이지만 베커 짝퉁이 등장했고 음질을 들어 보니 정말 열악했다. 외관은 정말로 똑같아 구별이 힘들고 오직 귀로서만 판단이 가능하다. 그리고 인렛(극저온)은 일전에 언급했던 놀라운 음질의 동일기연 제품이다. 연결은 패스톤 단자와 납땜을 비교하여 은납땜으로 결정하였다. 극저온은 시간이 지남에 따로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도 들리는 바, 나는 3년 전에 극저온 처리된 인렛으로 비교해 본 결과 효과가 그대로 지속됨을 확인하였다.

 접지도 단결정 선재를 사용했는데 연결 방식에 있어 두 가지가 있다. 콘센트에서 콘센트로 연속으로 직렬로 연결하는 것과 각각의 콘센트에 연결한 접지선을 모두 모아 한 곳에 병렬로 접지(원 포인트 방식)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선재의 길이가 훨씬 많이 들어가고 한 곳으로 모으는 접지대도 필요하다.(접지대의 경우 긴 구리 막대와 독일제 연결 단자 두 가지를 시험) 하지만 청음 결과 두 방식의 차이가 미미하여 선재가 덜 들어가는 연속 직렬로 선택하였다.

 이제는 부차적인 요소들이다. 극성의 방향 표시에 인조 루비를 박았다. 보통은 사용자가 알아내야 하는데 매번 너무 번거로워 아예 몸체에 표시하였고 그 표지에 보석을 이용하였다. 보기에도 근사하고, 가능하다면 진짜 보석이면 좋았을 것이다. 또한 각각의 콘센트 일곱 개의 로마자로 숫자를 표시하였다. 어떤 식으로 콘센트를 연결하든 전원 인가 순서에 따른 음질 편차는 필연적이다. 또 실제로 사용 시 기기의 종류에 따른 선택도 있게 된다. 그래서 숫자를 표시하였고 보통은 인렛 단자에 가까운 쪽의 음질이 좋다. 그리고 콘센트의 조립에 있어서도 일정 토크의 압력으로 나사를 조였다. 너무 세지도 약하지도 않게.

 

황동으로 만든 발

 전체적으로 알루미늄 괴를 파내 만들 것이라 각 콘센트 간에 격벽을 만들었기에 차폐 효과가 있고 무게는 약 9kg나 되서 음질에 유리하고 사용 시 넘어가지도 않는다. 또한 묵직한 외관도 만족스럽니다. 그리고 발은 황동, 알루미늄, 테프론 중에서 음질이 좋은 황동 발을 따로 제작하여 나사식으로 부착하였다. 그리고 인렛 단자에는 알루미늄 링 가드(차폐 효과)와 플라스틱으로 만든 반원형 가드를 부착하여 들어 보니 플라스틱 가드 쪽이 오히려 순수한 음질이라 이를 채택하였다.

 

인렛 단자 가드(플라스틱 소재)

 완성 후 소리를 들어 보니 여타 멀티탭의 거친 것이 아닌 진지하고 묵직한 음색이었고 특히 자연스럽고 고급스러운 음색이 아주 좋았다. 이렇게 하여 정말로 공을 드린 그리고 만족스러운 음질의 멀티탭이 탄생한 것이다. 국내 멀티탭 중에는 독일의 HB 아크릴 제품을 대놓고 베낀 제품(선재는 중국제?)도 있는데 이런 것과는 차원이 다른 독자적인 설계의 고품질 멀티탭이 나온 셈이다.

 제품명은 이스턴 세븐(7구)이고 이런 제품의 명판을 직접 깎은 사람인(ㅅ) 자 나사로 홈을 파 부착하여 다른 공구로는 풀지도 못한다. 그리고 내부에는 일련번호를 비롯하여 파워텍 사장과 나 즉 개발자 및 조립자의 서명을 넣었다. 

 이스턴 세븐과 동일한 모양의 검은색 웨스턴 세븐은 내부 선재를 웨스턴 복각 선재인 덴마크제 듀얼런트(AWG12)로 배선한 것인데 음색이 고풍스러운 빈티지풍의 소리를 낸다. 분홍색은 사모님들의 비위를 거드리지 않은 색상이고 은색은 통상적인 것이다. 참으로 많은 연구와 노력 그리고 실제 여러가지의 비교 청취를 통해 가장 좋은 결과로만 정밀하게 튜닝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