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앰프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명기라면 역시 마크레빈슨 No.26(1988~94년, 6,500불)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그에 대한 사용 시 유의해야 할 점과 그 구입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먼저 여러 가지 버전에 대한 것이다. 26에 테프론 기판을 적용한 것은 26S(1991~94년, 8,495불)이고 끝에 26L, 26SL과 같이 L자가 붙은 것은 우리나라와 일본 버전이다. 그리고 원래는 스위스제 잭인 레모(LEMO) 잭이 기본이지만 레모가 RCA를 대치하지 못해 나중에는 마크도 RCA 버전이 나온다. 말하자면 최후의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RCA는 매우 불완전한 접속을 보이는 단자이기에 마크레빈슨은 이를 대치할 접속력 좋은 레모를 채용하여 이를 표준으로 삼으려 했지만 다른 업체들은 단가가 저렴한 RCA를 채택하여 그 꿈을 이루지 못한다. 첼로 앰프의 피셔 잭 역시 마찬가지다. 참고로 전원부와 본체 연결도 레모선이다.
옵션에 관한 버전이다. 26은 밸런스 입력과 포노 입력 중 한 가지만을 선택할 수 있다. 동시에 쓰려면 별도 포노 앰프인 No.25를 써야 한다. 전원은 전원부 PLS-226에서 공급된다. 그리고 아예 밸런스 입력과 포노 입력이 둘 다 없는 일명 깡통 옵션(3,990불)도 있다. 이것들을 확인할 방법은 육안으로는 불가하고 신호 입력을 직접 해 보는 수밖에 없다. 아니면 뚜껑을 열어 확인하면 되는데 왼편에 보면 포노나 밸런스 입력 기판이 들어가 있다. 동시에 두 개의 기판이 들어갈 여유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포노가 장착된 것도 MM용과 MC 두 가지가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것은 주로 MC이며 MC를 임피던스(47k)나 게인(low)을 조정하여 MM으로도 편법 사용 가능하다.
다음은 전압이다. 전원부 밑면을 보면 모두 다섯 가지를 지원한다. 90~110V는 100V, 105~125V는 120V(117V), 180~220V는 200V, 210~240V는 220V, 230~250V는 240V이다. 이들은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내부 결선을 E-C, G-H가 연결되면 220V이고 F-C, D-A가 연결되면 120V이다. 그리고 F-B, E-A이면 240V다.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 휴즈 용량은 120V에 T1A, 220V에 T0.5A 두 개씩고 모두 리틀사 제품이다. 하나는 라이브에 또 하나는 뉴트럴에 연결되고 방향도 맞추어져 있다.
음질은 어떤가? 기본적으로 ML-7A(1985~89년)보다 다소 순화된 선명하고 깊은 음색이다. 그리고 단단하고 섬세한 것인데 제법 굵은 선을 자랑한다. 더불어 무대감도 넉넉하다. 다만 모든 마크 프리가 그렇듯이 날이 선 차가움이 존재한다. 하지만 다른 프리에 비하면 엄청난 해상력을 자랑하기에 결코 거부감을 느낄 수 없다. 말하자면 정말 잘 만든 기념비적인 명기 프리 앰프가 맞다. 특히 대칭형의 모양새는 완벽한 균형미를 갖춘 최고라 할 수 있는데 소리만큼이나 아주 고급스러운 모습이다.
이제는 내구성에 관한 것이다. 26이 발매된 것이 1988년이라 오래된 물건이다. 물론 아직도 현역기이고 중고 가격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내구성이 약하고 발열로 인해 고장도 많아 정상인 제품을 찾기가 힘들다. 먼저 중고 구입 시 노브의 상태를 확인해야 된다. 밸런스 노브를 돌려 잡음 유입을 살피고 작은 노브인 위상과 스테레오/모노 노브는 헐겁지 않은지 살핀다. 물론 다시 조이면 사용이 가능하지만 사용빈도가 거의 없는 이들 노브의 장착 상태는 좋지 못해 조여 놓아도 다시 풀리곤 한다. 일종의 고질병이다. 한편 큰 노브 셀렉터와 볼륨도 헐겁기는 마찬가지이니 잘 살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고장이 없어야 하는데 오래된 제품이라 수리된 것이 많고 또 수리가 되었다 하더라도 소리가 다른 가능성이 100%다. 동일한 부품을 구할 수 없어 대치품으로 수리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업자들은 상태가 좋다고만 할 뿐 수리된 사실을 결코 말하지 않는다.
나는 오래전부터 26을 자주 봐왔지만 이상하게도 소유욕이 생기지 않았다. 물론 현재 쓰고 있는 프리(어드컴 750)에 대한 만족감이 크기 때문인데 그래도 한 번은 가져보고 싶어 20년이 지난 뒤 구하게 된다. 하지만 정상적인 제품을 만나기 힘들었다. 처음 구입한 것은 가게에서 작은 노브가 그냥 빠져버리는 바람에 구입을 포기하였고 다른 기기들은 외관이 너무 낡아 포기를 거듭했다. 그러다 이번에 외관이 아주 양호한 것(포노 버전)을 보게 된다. 이마저도 다른 가게에 있는 같은 기기 중에서 고르고 고른 것이다. 노브도 정상, 소리도 정상 그리고 전압도 220V 정상이라 집으로 가져오게 된다. 먼저 전원부를 열어 휴즈를 확인한다. 휴즈가 교체되었으면 사고가 난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 열어 보니 오리지널 멕시코제 리틀 휴즈가 끼워져 있어 다행이었다. 원래 상태로 추정된다. 용량도 220V용인 0.5A가 맞고. 그런데 스테레오/모노 노브를 돌리자 헛돌기 시작한다. 이게 앞에서 조이면 되는 것이 아니라 몸체 전체를 안쪽에서 따로 잡아 고정시켜야 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윗 뚜껑을 열어야 한다는 소리다. 나는 조이기를 포기하고 구입한 서초동 가게로 들고 갔다. 가게에서는 아래층 수리점으로 가서 노브를 조인다. 하는 김에 모든 노브를 다시 잘 조였다. 집으로 다시 가져왔다.
이번에는 포노를 선택하여 들어 본다. 임피던스는 미세하게 변하기에 조정이 필요 없고 게인을 조정한다. MC이지만 게인이 낮아 높은 게인을 선택한다. 그런데 한쪽에서 험이 엄청 크게 생긴다. 다시 가게로 들고 갔다. 가게에서도 험이 크게 생긴다. 수리하는 분이 오시더니 첫마디가 "심각한데"라고 말한다. 업자는 고치면 된다고 하면서 환불을 거절한다. 나는 믿어 보기로 했다. 다음 날 수리업자는 떼어냈다는 TR를 보여 준다. 다른 데 알아보니 원래 TR은 구할 수 없고 대치품으로 쓰면 소리가 변하고 또 동시에 양쪽을 갈아야 한다고 한다. 소리가 변해? 찜찜하다. 며칠이 지났다. 다시 가게로 가 본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고쳤다는 말이 없다. 고칠 수 없다는 것이군! 환불을 요구한다. 환불을 해 준다. 그런데 업자의 태도가 아주 당당하다. 고장난 제품을 팔아놓고는 뭐가 그리 당당할까? 기분이 불쾌했다. 하여튼 환불은 받았다. 마크 프리만 세 대째다. 다 고장품이다.
시간이 지나 생각한다. 마크는 정상품을 찾기 힘들다. 그런데 업자들은 그냥 알고 파는 것 같다. 이번 내 경우도 들켰군! 하는 표정과 그것을 숨기려는 당당한 모습이 그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부디 구형 마크 앰프를 구입할 때는 조심 또 조심하자. 폭탄이 돌고 또 돌고 있으니 말이다. 그놈의 마크! 나는 개인적으로 다시는 살 일은 없다. 소리를 들어 봤으니.
'오디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박증 환자가 만든 LUXMAN D-10 CDP (0) | 2021.03.31 |
---|---|
크렐 프리 KRC-HR 사용 설명서 (0) | 2021.03.11 |
후루텍 NCF와 네오텍 OCC 전원 단자 (1) | 2021.02.03 |
멀티탭 이스턴 세븐(Eastern 7) 이야기 (0) | 2021.01.26 |
오디오용(?) 차단기 (0) | 2021.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