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이야기

후루텍 NCF와 네오텍 OCC 전원 단자

허당수 2021. 2. 3. 21:03

 

 오디오 케이블 중에서 가장 변화가 심한 것이 나는 전원 케이블이라 생각한다. 또한 전원 케이블은 가장 출세한 경우가 아닌가 싶은데 수십 년 전에는 전원 케이블은 단순히 기기 동작을 위한 것이었기에 관심이 없는 분야였다. 하지만 전원 케이블이야말로 기기 내부로 직접 유입되어 오디오 신호가 되는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편 이런 전원 케이블에 중요한 것은 단자라고도 할 수 있다. 원래는 일체형으로 된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오디오용 전원 케이블이 등장하면서도부터 단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처음에는 산업용이나 일반 단자들이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유명 업체의 오디오 전용 단자들이 자웅을 겨루고 있다.

 가장 먼저 주목을 끌었던 업체는 오야이데다. 하지만 나는 오야이데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일전에 다른 글에서 밝힌 바 있다. 오야이데의 핀 재질은 순동이 아닌 인청동으로 품질이 낮다. 다만 이에 여러 가지 소재 즉 로듐이나 팔라듐 등을 도금하여 음색의 변화만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역폭이 좁아 나는 쓰지 않는다. 또한 몸통도 단순한 플라스틱이다. 이들은 핀의 표면을 장인이 일일이 매끄럽게 연마한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또 품질이 균일할까란 의구심이 든다. 참고로 인청동은 청동에 인을 첨가한 것으로 전도율은 낮지만 강도가 좋아 일반적으로 플러그에 널리 쓰인다. 보통 니켈 도금을 하여 은색을 띤다.

 다음은 후루텍이다. 후루텍의 경우 알파 프로세스를 거친 순동인데 아마도 극저온 처리된 것으로 여겨진다. 어쨌든 인청동이 아닌 순동이다. 그리고 후루텍 역시 도금 즉 로듐을 사용하는데 로듐의 경우 고역의 화사함이 살아나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FL-50
FL-50 NCF

 

 하지만 후루텍의 진짜 기술은 도체의 재질이 아니라 진동에 상관되는 몸통의 재질이다. 낮은 급은 단순한 플라스틱을 쓰고 있지만 등급이 올라가면 스테인리스를 쓰고 있고 플라스틱은 단순 재질이 아닌 NCF, Nano Crystal² Formula로 나노 크기의 세라믹과 카본을 결합한 것이라 한다. 이런 재질은 정전기를 제거하는 음이온을 발생시키고 열에너지를 원적외선으로 변환시킨다고 한다. 잘은 모르지만 진동에 좋은 특수 플라스틱으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그런데 인렛 단자나 콘센트 NCF 제품에서 이미 경험한 바에 의하면 오히려 진동이 적어 경직된 소리가 나서 그리 좋은 인상은 아니다. 하여튼 후루텍에서는 순동 로듐 단자에 스테인리스 몸체에 카본을 입힌 무게도 무거운 전원 단자를 선보이게 된다. 모델명은 FL-50이다. 특히 모양이 멋져 나도 일본에서 구입하여 지금까지 쓰고 있는데 고역의 화려함이 아주 좋은 단자다. 가격도 상당하고. 그런데 다시 FL-50 NCF가 나오게 되는데 같은 재질로 카본에 은도금을 하고 플라스틱을 NCF로 대체한 것이다. 가격은 더 올라 개당 40만 원을 호가한다. 웬만한 중급의 전원 케이블 하나 가격이다. 그야말로 전원 단자의 왕자격으로 등극한 셈이다. 오래전 오야이데에서도 F1, M1 베릴륨 동에 알루미늄(진동에 취약)의 몸체인 고가 제품이 있었지만 소리는 기대 이하라서 지금은 거의 채용되거나 사용되지 않는다.

 

OYAIDE F1 M1

 

 그러면 정말로 FL-50 NCF는 음질도 좋은 단자일까? 멋진 외관처럼 소리도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양쪽 두 개를 모두 구입하면 무려 80만 원이나 되니 오히려 선재 가격을 넘어서는 그런 초고가 단자다. 나도 FL-50까지는 가격에 수긍하지만 NCF 가격은 망설여진다. 여기서 잠깐 실텍 얘기를 하고 싶다.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실텍의 전원 케이블은 단자가 알 수 없는 제품(하이파이튜닝사로 추정)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후루텍을 채용하는 것이 등장하였고 이제는 이 FL-50 NCF 단자를 채용하여 고가 제품으로서의 위용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초기에는 왜 그냥 단자를 썼을까? 아마도 선재가 워낙 좋기에 단자에 신경을 덜 썼을 것이다. 하지만 고가를 표방한 만큼 단자도 그에 걸맞게 바꾼 것으로 여겨진다.

 

실텍 루비힐

 

 후루텍 말고는 추천할 만한 제품은 없는 것인가? 아니다. 네오텍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 이들의 기술은 단결정이다. 단결정(OCC)의 창시자 오노 교수의 인정을 받은. 네오텍은 선재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계 최초로 단결정 단자를 채용한 전원 단자를 선보였다. 물론 이전에는 OFC(무산소 구리) 단자로 선보인 바 있고. 말하자면 핀의 재질로서는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다. 고순도 순동을 단결정으로 만든 것이기게 현재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소재는 없다. 물론 은이 있지만 강도가 낮아 플러그 핀으로는 쓸 수가 없다. 은수저가 휘어 버리듯. 네오텍의 경우도 단결정 구리에 금과 로듐을 도금하여 단자를 만들며 몸통은 일반 플라스틱이다. 이 점이 아쉬운데 아마도 단가 탓이 아닐까 한다. 현재 이 단자의 가격은 9만 원에 불과하기 때문인데 이 가격은 후루텍의 저가인 Fl-11보다 싼 것이다. 하지만 소리는 결코 싸지 않다. 이런 네오텍 단결정 단자를 채용한 업체 중에는 유명한 스위스의 보복스가 있었고 와이어월드 최상급에도 적용된다.

 

정품 FL-50, 가짜 FL-50, 네오텍(왼쪽부터)

 

 최근 기회가 생겨 후루텍 NCF 단자를 청음 하게 되었고 또한 워낙 고가품이다 보니 중국제 가짜가 나와서 이 짝퉁 단자까지 같이 비교하여 들어 보게 된다. 그리고 내가 선호하는 네오텍 단자도 같이 들어 본다. 재미있었던 것은 처음 들은 것이 진짜가 아닌 가짜였다는 것이다. 물론 진짜로 알고 들었다. 정품 포장의 통에 가짜를 실수로 넣어 가져 왔기 때문이다. 외관으로는 구별이 힘들어 벌어진 사태다.

 하여튼 진짜로 알고 들었을 때는 느낌은 먼저 소리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것이었다. 해상력은 좋았지만 거칠었고 결정적으로 저역이 싹 잘려나간 그런 것이었다. 그때는 비싼 것이 별것 아니군 했다. 단순히 고가 영업 방침이군! 하지만 가짜를 들어 보니 이건 아주 좋은 음질이었고 자세히 살펴보니 진짜 정품이었던 것이다. 이런 진짜의 소리는 해상력이 좋으면서도 거칠지 않고 고급스러운 음색이었고 저역이 깊게 내려가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내려가고 또 양감이 풍부하여 듣기 좋은 음질이었다. 고가의 제품답다란 생각이 들었고 전작인 FL-50의 업그레이드 음질이었다.

 

정품은 무게가 더 무겁다
가짜는 가볍다

 

 이번에는 네오텍 단자이다. 먼저 후루텍보다 나은 점은 넓은 대역폭이다. 고음과 저역이 더 나온다. 그리고 고역의 분해력도 앞선다. 말하자면 단결정의 특성이 나온다. 하지만 음색이 옅어 질감이 부족하여 후루텍과는 일장일단이 있었다. 어느 것이 좋다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다만 처음 들었을 때는 고급스러운 음색의 후루텍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외관은 후루텍이 압도적이라 시각적으로 유리하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네오텍을 선호하고 가성비로 말하자면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네오텍 단결정 핀에 후루텍의 스테인리스+NCF가 나오면 참 좋겠다 싶었다. 순동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그리고 가짜 후루텍은 얼핏 들으면 좋게도 들릴 수 있지만 자세히 들어 보면 아니란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다만 예전에 나온 오야이데 가짜보다는 소리가 좋다란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 그렇다면 이런 짝퉁의 가치는 폐기!

 

왼쪽이 가짜, 오른쪽이 진짜로 오히려 NCF 글자가 흐리다.
왼쪽이 가짜, 오른쪽이 진짜로 고정틀이 검정 플라스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