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이야기

제프 콘체르토 프리를 들어 보다

허당수 2021. 8. 2. 08:24

 앰프 설계의 3대 귀재라고 하면 마크 레빈슨, 크렐의 단 다고스티노 그리고 제프 롤랜드를 들 수 있다. 특히 제프는 투명한 소리 결과 표면 처리를 보는 즐거움을 전해 주었던 기기였다. 가장 유명한 기종은 시너지 프리와 파워 8이 아니었던가 한다. 물론 윗급의 코히리언스 프리나 네 덩어리 파워 9가 있기는 하지만.

 한때 시너지 프리(빨간색 숫자)를 잠깐 쓴 적이 있었지만 뭐가 부족한 이유로 내친 적이 있다. 투명하고 유려한 음색은 참 좋았지만 뭐가 가냘픈 것이 아쉬웠다. 언바란스 입력도 되지 않았고. 세월이 흘러 제프에서 시너지 후속 프리가 나왔다. 당시 아이스파워가 유행이라 도시락통 만한 크기의 파워 201과 같이 출시가 되었다. 하지만 파워에 대한 평은 좋지 않았고 오히려 프리에만 관심이 모아졌다. 또한 중고 시장에서도 프리에 파워에 끼워서 파는 기현상이 생겨났다. 프리를 사려면 파워도 같이 사라는 식이었다.

 프리의 이름은 협주곡이란 뜻의 콘체르토(concerto)인데 시너지와는 달리 한 덩어리이고 뒤에 전원 스위치가 따로 마련되고 RCA 입력도 갖추어져 시너지의 불편한 점을 모두 개선하고 있다. 발매가는 일본에서는 무려 700,000앤 유럽에서는 5,000유로, 미국에서는 5,900달러다. 시너지보다 비싸다. 그러면 소리는?

 그런데 이 앰프의 소리가 매우 궁금했지만 내부의 사진을 보고는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완전히 텅 비어 있다. 이렇게 비싼 기기의 내부가~ 마크와는 정반대였다. 마크는 내부가 너무나 꽉 차 있어 정말로 모든 부품이 쓰이기는 할까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콘체르토 프리는 가격만 비싼 빈 깡통 같이 보였다. 소리도 좋을 턱이 없어 보였다.

 

 중고를 찾아 본다. 살까 생각만 하다 놓친 장터의 물건, 가게에 있지만 프리만 따로 팔지 않는다는 물건 등등 모두 내 손아귀에 들어 오지는 못했다. 또 판매도 많이 되지 않았는지 중고 물건도 매우 드물었다. 그러다가 최근 운 좋게 이 콘체르토 프리를 구하게 되었다. 사용자는 상태가 매우 좋다고 하였고 나는 예약자를 물리치고 물건을 구입하게 된다. 마음이 급했는지 집으로 가져와서 자세히 보니 흠집도 많아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특히 랩으로 꼼꼼히 싸인 리모컨은 모서리가 깨져 있었다. 또한 밸런스 입력 누르는 걸쇠도 걸려서 나오지 않고... 또 폭탄을 구입한 것인가? 중고거래는 늘 아쉽지만 하다. 내 맘 같지 않다. 그래도 소리는 정상이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걸쇠도 부드럽지는 않지만 잡아당기니 나온다. 하지만 리모컨은? 그래서 랩으로 위장을 했다. 다들 조심하시길 랩으로 싸인 것은 모서리가 깨졌을 확률 100%!

 

 설레는 마음을 소리를 들어 본다. 좋은데! 과거에 듣던 정갈하고 투명한 제프의 사운드 그대로였다. 그리고 특이한 것을 예전에는 없던 질감과 풍부함이 넉넉하게 존재하다는 것이다. 아마도 시너지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보완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주의할 점은 바란스 2번이 핫이 아니고 아큐처럼 3번이 핫이라서 일반적인 바란스 연결 시 전면의 위상 스위치를 켜야 제소리가 난다. 전체적인 소리는 제프다운 투명한 음색과 거기에 더해진 풍부함이다. 하지만 이런 탓에 제프다운 개성이 없어졌다고 할 수 있고 듣기에 따라서는 생동감과 풍부함이 좋다고 할 수도 있다. 말하지만 중립적인 소리인데 이것이 평범하게도 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기가 없나? 외국에서는 시너지나 코히리런스보다 좋다는 평도 있다. 이게 싫으면 윗급인 코러스로 가라 그 뜻인가? 어찌되었든 소리는 수준급의 소리인 것만은 틀림없다. 듣기에 아주 편안한 고급스러운 소리 그것이다.

 

 한편 전압은 제프가 참 재미있다. 뒤에 표시는 210-250볼트로 되어 있다 210에서 250까지 다 쓸 수 있다는 것인가? 또한 105-125볼트도 있고 일본용은 100이라고만 쓰여 있다. 210+250 나누기 2는 230볼트 아닐까? 105+125 나누기 2는 115볼트. 궁금해서 내부를 열어 본다. 변환 스위치에 230으로 써 있고 전환을 하면 115가 된다. 미국 전압 115가 맞는 것이다. 그리고 두 배인 230가 맞다. 왜 이런 표기를 하지는 모를 일이다. 하이앤드 기기에 전압을 대충 맞추어 써라? 하여튼 결론은 230볼트가 맞다. 소리 역시 230일 때가 힘도 붙고 고음의 선명도도 더 또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