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인가 외국의 한 작가가 우리나라를 둘러보고는 이런 말을 하게 된다. 그의 눈에는 도심과 지방 산간 등지에 나붙은 수많은 현수막을 보고는 한국인들은 이것을 흉하다고 느끼지 못하게 되어 평범한 악처럼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흉한 것을 흉하다고 느끼지 못하게 될 정도로 만연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주위를 둘러보라 정말 홍수와도 같이 수많은 현수막이 온 세상을 점령해 버린 상태다. 그런데 우리가 느끼지 못한다. 왜냐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에. 외국을 보라 그 어떤 나라도 이렇게 현수막이 많은 나라는 없다. 가장 유명한 도시 빠리 시내에서 현수막을 본 적이 있는가?
한마디로 우리는 평범한 악으로 자리잡은 현수막 공화국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나는 우리나라에 왜 이렇게 싸이렌 소리가 자주 울리리는 결코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어렸을 적 소방차의 싸이렌 소리가 울리면 다들 구경을 나가곤 했다. 왜냐? 이례적인 일이니까. 구급차도 마찬가지다. 보기 힘든 광경이나 소위 구경이 난 셈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어느 누구도 관심이 없다. 하루에도 수백 번씩 들을 수 있는 흔한 것이 되어 버렸다. 정말로 위급한 환자가 많을 것일까? 물론 소방차가 불이 나지 않았는데 출동할 리는 결코 없다. 하지만 구급차는 아무래도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물론 아니어야만 하지만.
오래전 영화인 브레드 피트 주연의 <쎄븐>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섬뜩한 영화다. 여기에서 보면 뉴욕의 형사역으로 나온 모건 프리먼은 이 더럽고 무서운 도시 뉴욕을 비하하는 대사가 나온다. 그때 이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싸이렌 소리다. 즉 범죄가 발생했다는 신호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런 도시에 살고 있다는 것일까? 나는 말한다. 스타벅스의 매장이 많아 싸이렌 로고가 많듯이 우리나라에도 너무나 많은 싸이렌이 울리고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관심이 없다. 이미 평범한 악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싸이렌이 울리고 있다.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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