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인가 나는 프리 앰프를 더 좋은 것으로 바꾸려고 여러 기종들을 찾고 있었다. 당시 아큐 프리 중에는 290V가 인기가 높았는데 C-2800이 애호가 장터에 나온 것을 보게 된다. 물론 가격이 높았다. 원래 비싼 물건이니. 그러다가 업자가 파는 C-2800을 보게 되었는데 오히려 업자 가격이 백만 원이나 싼 것이었다. 거꾸로 된 것인데 이상했다. 하여튼 싸다고 하니 당연히 물건을 보러 갔다. 인천이었는데 싼 이유는 모서리가 운반 중에 떨어져 패인 탓이라고 했다. 소리도 들어 보았는데 부드럽기보다는 굉장히 힘 있고 광활하고 웅장한 소리를 들려주었다. 주인은 C-290V보다는 더 나은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애호가들은 잘 모른다고 하면서. 가격은 쌌지만 뭔가 찜찜해 덥석 물건을 집지는 않았다.
세월이 흘렀다. 늘 동경의 대상이었던 명기 마크 레빈슨 26S(RCA버전)가 애호가 장터에 떴다. 가격인 조금 셌는데 며칠이 지나자 조금 내려간다. 나는 사기로 하고 지방으로 내려갔다.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뒤쪽의 나사 하나가 헛돈다고 했다. 나는 맞는 것을 구하면 되겠지 하면서 구입을 하게 된다. 설레는 마음으로 집으로 와서 들어 본다. 26은 들어 보았지만 늘 26S가 궁금했다. 너무 기대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는 영 아니었다. 오히려 예전에 들었던 26이 낫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너무 고역이 강조된 탓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물건을 자세히 살펴보니 헛도는 나사는 제 것이 아니고 미리(mm) 나사였다. 마크는 모두 인치(inch) 규격의 나사를 쓴다. 그런데 인치 나사가 없으니 그냥 미리 나사를 박아 버린 것이다. 그래서 구멍이 더 커져서 원래 인치 나사를 구해도 조일 방법이 없었다. 인치 나사는 국내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더 가관이 것은 밑쪽에 있는 두 개의 나사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황당했다. 다시 판 사람에게 반품을 요구해야 하나? 또 폭탄을 가져왔군.....
지방이고 해서 나는 귀찮은 생각이 들어 판 사람이 말한 가게에 이 물건을 돌려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마침 그 가게에 내가 찾던 아큐 C-2800과 290V가 다 있어 잘 됐다 싶었다. 마크를 차에 싣고 서초동 가게로 향했다. 그런데 가격이 290V가 더 비쌌다. 이유는 포노단이 포함되어서였다. 그래서 그냥 포노 없는 C-2800을 마크를 던져주고 차액을 주고 사게 된다. 손해를 감수하고. 다만 윗면 우드에 눌린 자국이 있었지만 무시했다. 그냥 빨리 폭탄을 넘기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여튼 폭탄은 제거되었고 드디어 아큐 프리를 들이게 되었다. 들어 보니 예전에 들었던 힘 있는 소리가 아닌 차분하고 부드러운 소리였다. 사람들이 늘 말하는 그 아큐의 달콤한 음색. 한마디로 참 듣기 편한 그런 매력적인 소리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상태가 그리 좋지 못했고 전면 왼쪽에 패인 자국이 있었다. 어~ 이거 어디서 본 제품인데, 맞다 1년 전 인천 가게에서 본 바로 그 물건이었다. 더 확실한 증거는 220V 정식 수입품이었다. 정식수입은 정말 드문 물건이다. 결국 그 물건이 돌고 돌아 다시 내 손안에 들어온 것이었다. 오히려 가격은 더 비싸게 말이다.
하지만 소리를 계속 들어 보니 너무 유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마도 패스 프리 XP-12의 투명함 탓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다가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이 늘 마음에 걸려 상태 좋은 것으로 바꾸자 생각했다. C-2810 정식수입 상태 최상인 물건이 있었다. 그런데 C-2800과 한 끝 차이의 옆그레이드로 생각되어 포기. 다시 찾아보니 용산에 C-3800이 있었다. 물론 보따리 수입. 가격은 확 올라 1100! 내 C-2800은 500 쳐준다고 한다. 그런데 욕심은 끝이 없다 했던가 아예 최상급 C-3900 정식 수입을 사자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가격을 알아보니 무려 2900만 원(일본가 190만 엔) 그리고 별도 주문이었다. 헉~ 나는 그냥 C-3800으로 타협하기로 했다. C-3900은 넘사벽이니.
차액보상 구입을 염두에 두고 용산에 갔다. 그런데 물건이 없다. 나간 것이 아니라 다른 업체가 가져갔다고 한다. 바로 유명한 서초동 아큐 전문 업자. 내가 너무 뜸을 들였나? 아니 서초동 그 가게에서 사면 되지 했다. 그리고 전화를 해 본다. 예약 중이라 연락을 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없다. 팔렸나? 아니었다. 물건이 바로 옆집에 나온 것이다. 뭐지? 같은 물건이데? 옆집에 전화를 한다. 가격은 1100, C-2800 인수가 500 용산과 같았다. 왜 이렇게 복잡할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C-3800을 살 사람은 현재로서는 나밖에 없는데 왜 물건을 빙빙 돌리는 거지? 가격을 높이기 위해 아니다 가격은 동일하다. 뭐지?
시간이 흘렀다. 나는 마치 나를 희롱하는 것으로 생각되었고 절대 사고 싶지 않았다. 이미 C-2800의 소리는 충분히 음미했고 또 이 물건은 산 집에 던져주고 와트퍼피로 바꿨다. 그리고 패스와 아큐 소리를 합쳐 놓은 듯한 마크 No 526을 신품으로 들여놓았다. 지금도 아큐 C-3800은 아큐 전문집에는 내놓지 않고 계속해서 옆집에 내놓고 있다. 내가 살 것이라는 착각에 ㅋㅋ. 누가 그러는데 요즘은 모든 것이 비상식이란다!
추신 : 오늘 보니 C-3800은 서초동 아큐 전문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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