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케이블의 중요성은 인터케이블이나 스피커 케이블을 능가하는 것으로 이미 알려져 있다. 이런 고가의 전원케이블을 통해 기기의 인렛 단자로 전기는 들어오게 되는데 이후 짧은 선재를 거쳐 내부로 전기를 공급한다. 좋은 케이블은 타고 들어온 전기가 갑자기 인렛 단자를 거치면서 막선으로 경로가 바뀐다는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시골 비포장길로 들어오는 꼴이다. 물론 고가 전원케이블 효과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감되는 것이다. 이에 착안하여 이런 짧은 선재를 좋은 것으로 바꾸어 주면 그 음질 향상은 오히려 고가의 전원케이블을 능가하는 놀라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에 현재로서는 가장 좋은 선재인 순은 단결정(OCC) 선재를 선택하게 된다. 현재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선재는 네오텍에서 나오는 것인데 가장 굵은 것은 14AWG이다. 물론 12AWG도 생산이 되고 있지만 너무 고가인 관계로 14AWG만 수입이 된다. 가격은 미터당 무려 33만 원! 물론 한 가닥이다. 정상적인 케이블로 생각하면 세 가닥이 필요하니 미터에 백만 원이 넘는 초고가 선재인 셈이다. 만약 전원케이블로 제품화하면 3백만 원을 호가할 것이다. 실텍(단결정)의 가격이 그렇다.
보통 기기들은 인렛에서 배선의 길이가 10~20cm 정도이다. 그러니 넉넉하게 잡아 50cm가 필요하다. 가격은 15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 여느 유명 전원케이블의 반값도 되지 않은 저렴한 비용이다.
나는 이미 마크 프리 No.526을 작업한 바 있다. 그러다가 럭스만 씨디피 D-10를 생각하게 된다. 이 기기는 전원부가 별도의 케이스에 수납이 되어 있어 작업이 매우 어렵다. 그래서 한동안 잊고 지냈고 소리가 정상급이 아니라고 생각해 팔아버릴 작정이었다. 이때 한 번 내부 전원선 교체를 해 보고 팔아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작업을 감행하게 된다.
아주 아주 힘들게 전원부를 분해한다. 컨버터부까지 분해를 해야 들어간다. D-10은 인렛 단자에서 기판으로 그리고 다시 극성 점점(럭스만의 기능) 기판으로 연결이 되어 있고 이것이 다시 트랜스로 연결된다. 이 두 가지 기판을 포기하고 인렛 단자에서 직접 트랜스로 연결을 한다. 극성 점검은 극성이 거꾸로 연결되면 빨간불이 들어오는 기능인데 요즘은 극성을 다들 잘 맞추니 오히려 음질에 방해가 되는 기능이 되어 버린 셈이다. 납땜은 WBT 은납보다는 오야이데 4.7% 은납이 질감이 더 좋다.
어렵게 작업을 마치고 드디어 전원을 넣고 소리를 들어본다. 이건 대박 수준이다. 음장감이 단연 압도적이고 선이 굵은 초대형 기기의 소리가 난다. 해상력의 증가는 말한 것도 없다. 기존의 럭스만이 아니다. 원래는 아큐페이즈 DP-75보다 가격은 같지만 음질은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능가하는 수준이 되어 버렸다. 기기를 처분했으면 큰일 날 뻔했군!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좋아질 줄은 정말로 몰랐다. 이제 럭스만이 아큐를 능가한다. 럭스만에 대한 인식이 바뀔 정도라서 당혹스럽다. 이 기기가 나올 당시는 전원케이블에 대한 개념이 없던 때라 럭스만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정말로 한동안 씨디피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을 정도로 만족감이 극에 달했다.(다만 워낙 분해하는 과정이 복잡하여 사진 찍는 것을 깜박 잊어버려 아쉽게도 사진이 없다.)
그런데 럭스만과 아큐페이즈 두 대 씨디피의 음질 평가가 이렇게 되면 불공평하다. 럭스만을 듣다 아큐로 들으면 못 들어 줄 정도였다. 그래서 아큐도 선재 교체를 결정한다. 그런데 이놈의 아큐는 전원선에서 전면에 전원스위치를 연결하는 것이라 길이가 무척 길다. 그래서 예전에는 단가 문제로 고민만 하다 포기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과감히 그 경로를 단축하기도 결정한다. 아마 간섭을 피해 뒤로 긴 경로를 선택한 것이지만 단축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아 그냥 최단 거리로 배선을 한다. 작업 후 이것 역시 럭스만과 같이 대박 수준, 다시 아큐의 소리가 럭스만을 능가한다. 역시 아큐페이즈는 지존이다.
아큐페이즈는 특이했던 것이 필터와 접지이다. 원래 아큐페이즈는 100볼트 용은 접지가 없다. 럭스만도 마찬가지라서 따로 연결한 바 있다. 그런데 아큐의 경우 접지를 연결하면 오히려 소리가 나빠진다.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래서 매번 연결했다 다시 제거한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인렛 단자 다음에는 자그마한 필터를 거친다. 그래서 필터만 접지를 해 주었다. 그리고 필터도 작업을 하면서 거치지 않고 소리를 들어보니 영 아니어서 다시 연결하여 재작업을 하였다. 필터가 음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럭스만의 경우도 극성 점검 기판에 일종의 필터인 작은 쵸크 트랜스가 있었는데 회로로 구성되어 있어 살리지 못하고 바이패스시켰다. 이런 것들은 기기마다 경우가 달아 직접 귀로서 확인하는 길밖에는 없다.
다시 시간을 내 이번에는 레벤 300XS 인티 앰프도 내부 선재를 모두 교체한다. 전원부는 14AWG이지만 앞쪽 스위치까지는 거리가 있으니 18AWG로 하기로 한다. 작업 후 음질 역시 대단히 좋아진다. 이런 작업의 시작은 패스 알레프 파워에도 적용하여 아주 큰 효과를 거둔 바 있다.
이런 작업은 마치 전원케이블을 3백만 원짜리로 바꾼 효과와 같고 오히려 기기 쪽에 가까우니 그 효과는 더 좋다. 기기를 완전히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최상급으로 올려줄 나만의 필살기라 하겠다.
참고로 이런 순은 단결정 선재는 점퍼 케이블로 사용해도 효과가 좋은데 예전에 나온 솔리톤보다 네오텍이 투명도가 더 좋다. 네오텍이 최고의 선재이고 길이가 짧아 비용이 아주 저렴하다. 괜히 값비싼 점퍼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 그런 값이면 오히려 스피커케이블 한 조를 더 사서 바이와이어링을 하는 것이 훨씬 좋다. 백만 원이 넘어가는 점퍼는 미친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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